책 읽고 생각하기

[북리뷰]고유지능

SSODANIST 2025. 11. 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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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고유지능 
  • 원제 : Primal Intelligence
  • 부제: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 저자: 앵거스 플레처
  • 옮긴이: 김효정
  • 출판: 인플루엔셜(주)
  • 출간: 2025년 10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5539612

 

고유지능 | 앵거스 플레처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인간의 네 가지 능력인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을 깨우는 방법을 최초 공개한다. 지금, 당신 안에 잠든 고유지능을 다시 작동시켜라. 정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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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 세상이 AI 이야기로 가득하다.

돈버는 이야기, 공상과학같은 이야기들, 그리고 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 모든길은 AI로 통하고 AI에서 시작하여 AI로 끝난다. 그렇다 보니 서점에도 AI책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현상이 AI의 정반대편에 있는 인간의 고유능력에 집중 하는 책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나 그랬다. 무언가 하나가 유행하면 극적으로 반대속성의 것들이 같이 유행했던것 같다. 나같은 반골기질의 성격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 

 

이책 고유지능을 처음 접했을때도 솔직히 AI 유행의 반대입장을 대변하며 또 다른 유행을 시도하는 그런 책들처럼 보였다.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살 것인가'류의 책이라 생각했다. 요즘 서점에 넘쳐나는 그런 책들 말이다.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깨달았다. 이건 그냥 철학적 담론이 아니었다. 차라리 인간 지성을 자세하게 해부하는 해부학 교과서에 가까웠다. 


인지과학자이자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감정이나 창의력을 낭만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그는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 즉 우리가 '비논리적'이라며 애써 무시해온 이 능력들이 사실은 언어나 논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장착된 생존 회로였다는 것을 냉정하게 분석으로 증명한다. 한문장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 책은 설교하지 않는다. 깨운다." 이 말이 정확할것같다. 나 역시 뭔가 오래전 잊고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그랬다는 거다. 나 역시 그동안 '빠르고 정확한 답'을 찾는 것만이 지성이라 배워왔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모든 평가의 기준은 속도와 정확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ChatGPT가 3초 만에 완벽한 보고서를 써내는 시대다. 그럼 나는?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플레처가 던진 한 문장이 내 안에서 계속 울렸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이 문장은 얼핏  우리가 받아온 교육 전체에 대한 사회에 대한 조용한 반란처럼 들렸다.  생각해보니 나는 정답 찾는 법은 배웠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느끼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어느 쪽이 '맞는 방향'인지 감지하는 그 능력. 플레처는 그것을 잃어버린 원초적 지성이라 부른다.


중반부에서 그가 뇌과학으로 증명해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 때 활성화되는 뇌의 '스토리텔링 네트워크'가 사실은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을 감지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바로 그 신경망이라는 것. 즉 상상한다는 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존하는 거였다. 우리가 '비효율적'이라 치부해온 모든 것들이 사실은 가장 진화된 생존 도구였던 셈이다.


이 부분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감각들을 '쓸모없다'며 꺼버렸는지 생각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직관을 믿지 않고 데이터만 찾았던 순간들. 상상력을 발휘하는 대신 검색 결과에 기댔던 순간들. 플레처의 표현대로, 나는 생각을 기계에 아웃소싱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플레처의 제안은 더 구체적이 된다. 그는 AI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협력 구조를 제시한다. AI는 계산하고 인간은 상상한다. AI는 최적화하고 인간은 창조한다. 하지만 이 협력이 작동하려면 인간이 먼저 자기 고유의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쩌면 책은  "인간성을 되찾는 매뉴얼"이지 않을까? 또는  매뉴얼이라기보다는 거울에 가까울수도 있다. 책은 나는 언제부터 정답을 외우는 사람이 되었는지? 길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적은 언제였는지 ?내게 물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역설적이게도 아주 단순하다. 가장 진보된 지성은 사실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것이다. AI가 모든 걸 '아는' 시대에, 정작 필요한 건 모르는 곳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그 감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능력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방향을 느끼는 그 고대의 나침반과 같은 오래된 감각을 다시 켜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 
이 책은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준다. 그리고 그 방향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기계가 될 수 없는, 기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그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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