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생각하기

[북리뷰]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SSODANIST 2025. 11. 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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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부제: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검색
저자: 키렌 슈나크

옮긴이: 김진주

출판: 오픈도어북스

출간: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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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키렌 슈나크

불안과 우울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안의 구조를 분석하고, 수용과 유연성 기법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20년 경력 정신의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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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마침내 이해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때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내가 최근 심각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단지 왜 아침 출근길에 가슴이 조여오는지, 왜 새벽 3시에 깨어나 다음 분기 숫자를 계산하는지, 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걱정들이 폐를 짓누르는 무게처럼 느껴지는지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다.

 

책은 첫 장부터 "불안을 느끼는 것"과 "불안 장애"는 다르다고 의외의 위로를 건넨다. 요즘 사람들은 조금만 걱정돼도 '나 불안장애인가 봐'라고 말한다. SNS에선 모두가 뭔가의 환자다. 하지만 저자는 진짜 문제를 알기 전까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변화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진단하는 데 너무 빨라졌다. 하지만 철저한 교육과  20년간 임상 경험을 쌓은 저자는 자기 스스로의 빠른 진단에 빠져 있는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불안을 고치려고 시도하기 전에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입부인 이 부분을 절대 뛰어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이것은 결국 문제를 파악하지 않고 자동차를 수리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고는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역시 이부분을 건너뛰고 빠른 해결책, 즉  바로적용가능은 설루션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머물렀고, 그 선택이 결국 책을 이해하고 불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은 구성은 연구서 같지만 내용은 따뜻한 심리학 교과서에 가깝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어떻게 분비되고, 뇌가 위협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게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읽다 보면 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아, 이게 내 잘못이 아니구나.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원래 이렇게 작동하는 거구나. 글에는 연구의 무게가 실려 있다.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인지 패턴, 점진적 근육 이완과 같은 증거 기반 기법들 등. 때때로 대학의 교제처럼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임상적 언어를 관통하는 따뜻함이 있다. 저자가 사례 연구를 통해 제시하는 방식, 스스로가 자신의 회복을 위한 도구를 쥐고 있다는 부드러운 주장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밤 하는 생각들에 이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내가 회사에서 잘리면 어쩌지', '아이들 학비를 못 대면 어쩌지', '나이 들어 아무도 안 찾으면 어쩌지'. 저자는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우리를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가는지 보여줄 뿐이다. 즉 불안이 내가 부양자로서, 부모로서, 이 나이에 인생을 알아냈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할 때 저자는 이것을 "불안한 사고 패턴"과 "주의 편향"으로 설명하며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우리를 회피와 반추의 순환에 가두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나 불안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대신 불안과 마주하는 불편한 작업을 기꺼이 할 때만 가능하다 말한다.

 

책 전체에 녹아있는 실용적인 예제들은 일상 사이에 불안으로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는 사람에게도 스스로의 불안을 관리 가능하게 연습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명상 수련회나 커리어 안식년을 통한 변화를 제시하지 않는다. 통근 중에, 점심시간에, 잠 못 이루는 새벽 3시에 연습할 수 있는 기법들을 제공한다. 불안 반응으로서의 신체 활동과 이해하지 못한 생각들 등 이러한 문제들의 재구성을 통해 모든 변수를 통제하기보다는 불확실성과 함께 앉아 있는 법을 배우게 한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경직성보다 유연성에 대한 강조였다. 40대인 보다 더 명확하고 확실한 기반 위에 삶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예측 가능한 수입, 명확한 위계, 정의된 역할들. 하지만 삶은 이상하리만큼 점점 불확실해졌다. 직장의 역할, 자식으로 서의 자리,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의 길,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 모든 것이 그랬다. 저자는 이런 불안에 통제되지 않으면서 불안을 느끼는 능력, 불확실성에 마비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능력 즉 "심리적 유연성"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 법을 가르쳐 준다.

 

너무 디테일하고 교과서 같지만 수십 년간 재정적 압박, 가족의 의무, 무용해질지 모른다는 조용한 공포로 축적된 무게 를 짊어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철저함은 적절하게 느껴진다. 나의 불안은 간단한 해결책이 필요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살아남은 방식, 성취한 방식,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한 방식에 엮여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는 이런 깊이가 필요하다.

 

이 책은 행복을 위한 열 가지처럼 쉬운 해결법을 주지 않는다. 불안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멈추고, 대신 이해되어야 할 신호로, 관리되어야 할 동반자로, 적절히 조정되면 평온과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나는 완전히 평온하지는 않다. 좋은 날에는 두 배 정도 평온하고, 어려운 날에는 약간 더 안정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목표가 불안의 제거가 아니라 불안에 소모되지 않으면서 불안을 담을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것임을 이해한다. 40대 후반의 가장으로서, 실패가 두렵지만 너무 자존심이 강해서 인정할 수 없었던 나에게, 이런 재구성은 단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더 많은 평온이 필요하다고 쓴다. 그녀의 말이 맞다. 이 책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치료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치료가 종종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돌아갈 수 있는 참고서, 내면화할 수 있는 틀, 자신을 진정시키는 작업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상기 같은 것들 말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저자 말이 맞다. 우리 모두에겐 치료가 아니라 평온이 필요하다. 이 책은 치료제는 아니다.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볼 수 있는 나침반은 될 수 있다. .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새벽에 깨고, 여전히 걱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냥 옆에 앉혀둔다. "네가 있구나" 하고 인정한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 변화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게서 도망치기보다는 그것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변화는 작아 보여도 오래전에 내가 포기했던 꿈의 한 조각을 되찾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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