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1월 10일_ 흐름을 타는 삶 (Riding the Flow of Life)



날씨: 다시 코끗이 찌릿 추워졌다.
기온:최저3도, 최고 12도
다시 마주한 월요일, 늦은 오후의 햇살이 천천히 길게 늘어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본다. 해가 빨린 져문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낙엽이 인도를 따라 굴러가고, 하늘은 낮과 밤 사이 은은한 색으로 물들어 있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누군가는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창문 너머로 저녁을 준비한다.
한 주를 마무리하며, 그리고 새로운 주를 맞이하며 나는 흐름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 계절의 흐름, 삶의 흐름.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는 걸, 물고기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듯 힘겹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때로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것을 아주 진심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 흐름 속에서 쉬어가기
우리는 흔히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리며,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게 옳다고, 그게 강한 것이라고 배웠다.
나도 그랬다. 가지전에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했다. 체크 박스를 하나씩 지워가며 성취감을 느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했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당황했다.
하지만 삶은 직선이 아니다. 때로는 느려지고, 돌아가고, 멈추기도 한다. 그럴 때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주에도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여러날을 준비했고,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회의 직전, 갑자기 다른 이슈가 터졌다. 회의는 연기됐고, 내 준비는 무용지물이 됐다. 예전의 나였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데!' '내 시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그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괜찮아. 흐름이 바뀐 거야. 저항하지 말자.' 그리고 그날 오후를 다른 일에 썼다. 밀려 있던 이메일을 정리하고,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엔 일찍 퇴근해서 체육관을 가고 공원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계획이 어긋났지만 하루가 망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여유가 선물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나는 그 흐름에 나를 맡긴다. 작은 걷기, 짧은 호흡, 조용한 마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고, 다음 발걸음을 준비할 힘이 생긴다.
🌊 통제를 놓으니 자유로워졌다
몇 개월전, 공황장애가 처음 찾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다.
언제 공황이 올지 몰라서 항상 긴장했다. 회의 전에는 출구를 확인했고, 지하철을 탈 때는 문 근처에 섰고, 영화관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모든 위험을 제거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불안은 커졌다.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이 보였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했고, 나는 점점 더 작은 세계로 움츠러들었다.
이럴때 통제를 놓고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조언을 한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통제를 놓으면 더 위험하지 않나? 준비하지 않으면 더 불안하지 않나?' 하지만 그럼에도 시도해봤다. 작은 것부터. 회의에 들어갈 때 출구를 확인하지 않기. 지하철에서 중간 자리에 앉아보기. 계획에 없던 산책하기. 놀랍게도 괜찮았다. 공황이 오지 않았다. 아니, 가끔 왔지만 예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흐름에 몸을 맡기니까 저항이 줄어들었고, 저항이 줄어드니까 불안도 줄어들었다.
그때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공황이 아니라 통제 욕구였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마음, 실수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게 나를 가두고 있었다.
🍃 강물이 가르쳐준 것
지난주 토요일 아침 우연히 한강변을 걸었다. 강물을 보며 생각했다.
물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다. 지도를 보지도,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흐를 뿐이다. 하지만 결국 바다에 닿는다. 돌을 만나면 돌아간다. 막히면 다른 길을 찾는다. 낮은 곳이 있으면 그리로 흐른다. 저항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그저 흐른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물이 바위를 깎는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는데도 수백만 년에 걸쳐 계곡을 만들고, 협곡을 만들고, 땅의 모양을 바꾼다.
나도 목표를 향해 강제로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결국 내가 가야 할 곳에 닿는 삶 그렇게 살고 싶다.
어느 날 아침 달리기를 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왜 하필 지금 비가 와?' 하지만 그날, 나는 그냥 비를 맞았다. 비가 얼굴에 떨어지는 느낌, 옷이 젖는 느낌, 빗방울이 땅에 튀는 소리. 그 모든 게 생생했다. 흐름에 저항하지 않으니까 비조차 선물이 됐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샤워를 하며 생각했다. '이게 흐름을 타는 거구나.'
비를 맞은 덕에 더욱 따듯한 온기를 느낄수 있었다.
🪶 한 주를 시작하며
새로운 주가 다가왔다. 월요일 아침, 쌓인 이메일, 예정된 회의, 마감이 다가오는 프로젝트. 불확실함과 과제, 새로운 만남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일요일 밤부터 불안했을 것이다. '이번 주는 어떨까?' '잘할 수 있을까?' '또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흐름을 타는 법을 알면 두렵지 않다. 바람이 나를 밀면, 그저 한 발을 더 내딛고, 물결이 밀어주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나아가면 된다.
완벽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 모든 상황을 예측할 필요가 없다. 그저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화를 신고, 5분 달리고, 5분 쓰면 된다. 그러면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모여서 한 주가 된다.
작은 습관, 고요 속에서 다진 자신감, 한 주를 준비하며 느낀 평온이 지금 내 안에서 힘이 된다. 그 힘으로 나는 새로운 주를 맞이한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걱정되고, 여전히 완벽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 감정들과 싸우지 않는다. 그냥 인정한다.
'그래, 나는 지금 불안해. 괜찮아. 이것도 흐름의 일부야.'
☀️ 끝과 시작은 하나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전 한 주를 정리하며 느낀 건,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 일주일의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한 주가 끝났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했다. '다음 주가 또 시작되겠지.'
예전엔 그게 부담이었다. 끝나지 않는 싸움처럼 느껴졌다. 한 주가 끝나면 또 한 주가 시작되고, 한 해가 끝나면 또 한 해가 시작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이제는 삶은 끝과 시작의 순환이라는 것을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하나가 끝나면 다음이 시작되고, 그 다음이 끝나면 또 다음이 시작된다.
그게 부담이 아니라 리듬이다. 호흡처럼, 심장 박동처럼, 밀물과 썰물처럼. 흐름이다. 지난 일요일, 혼자 걸으며 내면을 돌아봤고, 이번 주 월요일에는 그 흐름을 세상 속으로 내보낼 수 있다. 흐름을 타는 삶은, 끝과 시작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순간이 연결되어 있다. 어제가 오늘을 만들고,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 한 주의 끝이 다음 주의 시작을 준비한다. 오늘의 정리와 내일의 준비 속에서, 나는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 흐름 속의 작은 습관들
흐름을 타는 삶이 무계획한 삶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흐름을 타려면 중심이 있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흐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내게는 작은 습관들이 그 중심을 만든다.
매일 5분 달리기. 몸을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고, 나를 확인한다.
매일 5분 글쓰기.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들여다보고, 의도를 세운다.
매일 5분 명상. 하루를 돌아보고, 긴장을 풀고, 감사를 느낀다.
이 작은 습관들이 나를 붙든다. 흐름이 거세질 때, 불안이 밀려올 때, 방향을 잃을 것 같을 때. 이 습관들이 나를 중심으로 다시 데려온다.
닻처럼. 배는 파도에 흔들리지만, 닻이 있으면 떠내려가지 않는다. 내 작은 습관들이 그 닻이다.
🌊 저항하지 않기
며칠 전, 친구와 대화하다가 말다툼이 될 뻔했다. 의견 차이가 있었고, 둘 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역시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하는게 아니다. 아차 싶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끝까지 주장했을 것이다. 설득하고, 논쟁하고, 이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한 박자 멈췄다. '왜 나는 지금 이렇게 흥분해 있지? 정말 이게 중요한 문제인가?'
그리고 깨달았다. 중요한 건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걸.
"네 말도 일리가 있네. 내가 생각 못 한 부분이야."
그 한마디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친구도 부드러워졌고, 우리는 웃으며 화제를 바꿨다.
저항하지 않으니 싸움이 사라졌다. 흐름에 몸을 맡기니 관계가 부드러워졌다.
삶의 많은 문제들이 그렇다. 우리가 저항하기 때문에 더 커진다. 밀어붙이기 때문에 더 막힌다.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더 통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면? 문제는 저절로 풀리고, 길은 저절로 열리고, 답은 저절로 찾아온다.
🕯 오늘의 명상 — 흐름과 함께 걷기
오늘 하루,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숨을 고르자.
창밖을 보자. 구름이 흐른다. 나무가 흔들린다. 시간이 지나간다. 모든 것이 흐른다.
당신도 흐르고 있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한 주에서 다음 주로. 한 해에서 다음 해로.
저항하지 말자. 통제하려 하지 말자.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자.
조용히 말해보자.
"한 주의 끝과 시작은 나를 흔들지 않는다. 흐름을 타며 자연스럽게 나아간다."
🌅 오늘,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흐름을 거스르고 있나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좌절하고 있나요?
모든 것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나요?
괜찮습니다.
통제를 놓아도 됩니다. 흐름에 몸을 맡겨도 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게 아닙니다. 노력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항을 멈추라는 겁니다.
물처럼 흐르세요. 돌을 만나면 돌아가고, 막히면 다른 길을 찾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결국 힘들게 싸우지 않아도,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당신이 가야 할 곳에 닿을 것입니다.
흐름을 타는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충만하게 살 수 있게 합니다.
한 주가 끝나갔고 새로운 주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건 분리된 두 개가 아닙니다. 하나의 흐름입니다.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내딛는 오늘, 다음 주의 첫걸음도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도 나는 흐름 속에 있다.
저항하지 않고, 통제하지 않고, 그저 흐른다.
흐름이 나를 데려가는 곳, 그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