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1월 12일_고요의 중심 (The Still Point)


날씨: 청명하지만 쌀쌀하다. 별이 빛나는 밤
기오: 최저 2도, 최고 16도
아침 공기가 유난히 맑았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차들은 달리고, 사람들은 출근길에 서두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 조용히 그러나분명한 걸음으로 조금 다르게 걷기로 했다.
운동화 끈을 묶으며 생각했다. 오늘도 참 많은 일들이 있겠구나. 회의, 마감, 갈등, 결정. 세상은 멈추지 않고 나를 밀어붙일 것이고, 나는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멈추고 싶다. 아니, 멈추는 게 아니라 나만의 고요한 중심을 찾고 싶다.
감정컨트롤이 안 되는 시간을 살아오며 삶이란 늘 움직임과 정지의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다. 달릴 때는 앞만 보게 되고, 멈출 때는 그제야 숨이 들리고 마음이 들린다.
오늘 나는 그 사이, 움직임과 고요의 경계에서 나를 바라본다.
🌾 회오리 속의 고요
늘 일과 같던 위기의 순간이 갑자기 떠올랐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일정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고, 모두가 패닉 상태였다. 긴급회의가 소집됐고,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였고, 비난과 변명이 오갔다.
회의실은 소음으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화를 냈고, 누군가는 책임을 떠넘겼고, 누군가는 해결책을 외쳤다. 그 소란 속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 심장 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제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졌다. 회의실의 소음은 여전했지만, 그 소음이 나를 흔들지 못했다. 마치 태풍의 눈 안에 있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도 없는 상태였다.
눈을 뜨고 말했다. "잠깐 멈추죠. 한 번에 한 가지씩 이야기합시다."
그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사람들이 숨을 돌렸고, 목소리가 낮아졌고, 우리는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했다.
고요하다는 건 멈춰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내면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다. 밖의 소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 소음을 통과해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결이다.
🎯 내 안의 고요한 중심
아직도 처음 공황장애인줄 모르고 발작이 처음 찾아왔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냥 삶의 중심을 잃었다.
세상이 너무 빨랐고, 소음이 너무 컸고, 요구가 너무 많았다. 나는 모든 것에 반응했다. 이메일, 전화, 메시지, 사람들의 기대. 끊임없이 움직였고, 멈출 수 없었다. 심지어 지하철의 안내 음성에 가슴이 터질 듯했다.
그러다 어느 날, 몸이 먼저 멈췄다. 공황 장애....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돌아온 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중심을 잃었구나.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았다. 남들의 기대에 맞춰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내 속도가 어떤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늘 팽이처럼 계속 돌고 있었다.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의 채찍질로 인하여 돌고 있었다. 하지만 팽이도 중심이 있어야 돌 수 있다. 중심이 없으면 결국 넘어진다.
그렇기에 멈추고. 고요해지고. 중심을 찾아야 한다.
처음엔 어떻게 멈출 줄 몰랐다. 멈추면 더 뒤처지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매일 아침 5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처음엔 미칠 것 같았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불안이 밀려왔다.
하지만 계속했다. 5분, 10분, 15분.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소음 속에서 고요를 발견했다.
생각들이 지나가게 두었다. 불안이 와도 관찰만 했다. 그러자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었다. 변하지 않는 무언가.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
내 중심이었다.
🍃 나만의 속도 찾기
세상은 늘 시끄럽고 빠르다. 하지만 진짜 리듬은 그 안에서도 나만의 속도를 잃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변한 내가 조금은 느려 보일 수도 있다.
느리다는 말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전 같았으면 느리다는 단어 자체에 방어적으로 반응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느린 게 아니라 신중한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미소 지어본다.
일부러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이다.빨리 가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치기도 하고 꼭 봐야 할 것을 지나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걸 배우고 있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리게 라니... 하지만 괜찮다. 나는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달리기도 그렇다. 예전엔 빨리 달리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추월하고, 기록을 단축하고, 더 멀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천천히 달린다. 5분이지만 내 호흡에 집중한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감각, 심장이 뛰는 리듬.
속도는 느리지만 더 깊다. 더 온전하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내가 나답게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게 곧 삶의 '고요한 중심'이다.
🌊 움직이되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나도 임원이지만 임원 위에도 임원이 있는 나름의 대기업이라 임원 미팅이 많다. 자주 실적을 이야기하고 전략을 발표한다. 예전 같았으면 매일 밤을 새워 준비했을 것이다. 완벽한 자료, 완벽한 답변, 완벽한 인상.
하지만 요즘은 다르게 한다. 충분히 준비했지만 완벽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팅 전 10분, 조용한 공간을 찾아 앉는다.
눈을 감고 호흡하며 '나는 내 중심에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속으로 되뇐다.
미팅에 들어가면 질문이 쏟아진다. 예상치 못한 질문도 있었고,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건 솔직히 모른다고 했고, 실수한 건 인정했고, 변명하지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 상사가 말했다. 침착했다. 예전엔 방어적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변한 건 나의 답변이 아니라 나의 중심이었구나.
일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나보다 빨리 나가고, 또 누군가는 멈춰 선다. 하지만 중요한 건 흐름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달릴 때는 바람을 맞으며, 쉴 때는 그늘을 느끼며, 그렇게 리듬을 조절해 가는 일. 그게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모습이다.
나는 이제 안다. 모든 순간을 불태울 필요는 없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내 안의 숨소리를 듣는 일이 더 중요하다.
🪶 고요 속에서 발견한 것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차를 끓이고 창가에 앉았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차들도 없고, 사람들도 없고, 소음도 없다. 고요하다.
처음엔 이 적막함이 불편했다. 이 고요 속에 혼자 있는 게.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시간 낭비 아닐까?'
하지만 그냥 앉아 있었다.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며, 숨을 쉬며.
그러자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는 것.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안에서도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며칠간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미뤄왔던 결정에 대한 명확함이 생겼다. 복잡했던 감정이 정리됐다.
고요 속에 머물면 처음엔 불안하다. '이러다 멈추는 게 아닐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진짜 고요는, 멈춤이 아니라 '다음 움직임을 위한 준비'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듯, 삶에도 고요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 마음이 정돈되고, 내면의 방향이 또렷해진다.
활을 쏘기 전, 활시위를 뒤로 당기듯. 점프하기 전, 무릎을 구부리듯. 고요는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다.
🌸 일상 속 중심 지키기
또 새로운 하루가 왔다.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됐다. 이메일, 회의, 마감, 요구.
하지만 나는 아침마다 5분을 지켰다. 움직이기 전, 고요 속에 앉아 있는 시간. 그 5분이 하루를 바꿨다.
회의에서 누군가 나를 비난했다. 예전 같았으면 즉각 방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한 박자 멈췄다. 깊게 숨을 쉬었다. 내 중심으로 돌아갔다.
매일 저녁, 나는 30분 일찍 퇴근한다. 천천히. 핸드폰도 보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공원을 걷는다.
그러면 마음이 정리됐다. 할 수 있는것 할수 없는 것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집중해서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 밤샘도 안 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어떻게? 중심을 잃지 않았으니까.
☀️ 고요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평일 오후인데도 카페는 시끄러웠다. 사람들의 대화, 커피 기계 소리, 음악.
미팅에서 만나 사람이 조용한 데로 가자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요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나는 고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요는 소음의 부재가 아니라, 중심의 존재니까.
고요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다. 그건 스스로에게 묻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원하는 건 정말 이것인가?"
"나는 지금 내 중심에 있는가?"
이 질문 하나로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내 중심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다.
🎋 태풍의 눈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며 태풍의 영상이 떠올랐다. 태풍의 가장자리는 엄청난 속도로 돌지만, 중심 - 태풍의 눈 - 은 고요하다.
바람도 없고, 비도 없고, 하늘도 맑다. 하지만 그 고요한 중심 주위로 폭풍이 몰아친다.
삶도 그렇다. 내 주변은 늘 폭풍이다. 일, 관계, 책임, 기대, 압박. 하지만 내 안에 고요한 중심이 있다면, 폭풍은 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공황장애가 심했을 때, 나는 태풍의 가장자리에 있었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았고, 나는 그 속도에 휘말렸고,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태풍의 눈에 있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지만, 나는 고요하다. 폭풍은 여전히 있지만, 나는 중심을 잃지 않는다.
🌅 오늘의 명상 — 나의 중심으로 돌아가기
오늘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앉아보자.
눈을 감고, 호흡에 귀를 기울인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오늘 하루 어땠나요? 바빴나요? 스트레스받았나요? 행복했나요? 힘들었나요?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냥 지금 이 순간, 호흡에 집중하자.
그리고 속으로 말해보자.
"나는 지금, 나의 중심에 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세상이 흔들려도, 나는 괜찮다. 폭풍이 몰아쳐도, 나는 괜찮다. 내 안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고요의 중심이 있으니까.
🌙 오늘,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폭풍 속에 있나요?
세상이 너무 빠르고, 소음이 너무 크고, 모든 게 혼란스러운가요?
중심을 잃은 것 같나요?
괜찮습니다.
멈춰도 됩니다. 고요해져도 됩니다.
5분이면 됩니다. 조용히 앉아서 숨을 쉬세요. 눈을 감고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세요.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쉬지 않고.
당신 안에도 중심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무언가,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
세상이 아무리 빨라도, 당신은 당신의 속도로 가면 됩니다.
폭풍이 아무리 세도, 당신의 중심은 고요할 수 있습니다.
팽이가 중심을 잃으면 넘어지지만,
중심이 확실하면 아무리 빨리 돌아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중심을 찾으세요. 그러면 어떤 폭풍도 당신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오늘도 나는 내 중심으로 돌아온다.
세상이 빨라도, 나는 내 속도로 간다.
폭풍이 불어도, 나는 고요하다.
내 안의 고요한 중심, 그것이 나를 지킨다.
오늘도, 우리는 고요의 중심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