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1월 15일-삶의 유연함 (The Flexibility of Life)



날씨: 아침에 흐름, 오후에 맑은 날씨는 일교차가 큼.
기온: 최저3도, 최고16도
목요일 저녁, 하루의 끝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고, 공기 속에는 겨울의 첫 냄새가 섞여 있다. 가로수 잎들이 조금씩 색을 바꾸고 있고, 해는 확실히 일찍 진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오늘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도,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도,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일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모든 일들이 나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걸 느낀다.
이제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것이라는 걸 배운다. 태풍 속 곧고 바른 나무는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땅에 닿을 만큼 휘어져도 다시 일어선다.
🌾 계획이 무너진 하루
아침부터 모든 게 틀어졌다.
오전부터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자료를 만들고, 연습하고, 시나리오를 짰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의 30분 전, 갑자기 다른 긴급한 이슈가 터졌다. 프레젠테이션은 다음 주로 연기됐고, 나는 그오전 내내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보냈다.
예전의 나였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데!' '왜 하필 지금?' 좌절하고, 짜증 내고, 하루를 망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반응했다. 아니 다르게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었다. '괜찮아. 계획이 바뀐 거야. 유연하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긴급한 이슈에 집중했다. 프레젠테이션은 다음 주에 해도 괜찮다. 오히려 일주일 더 준비할 시간이 생긴 셈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자.
저녁에 돌아보니 신기했다. 하루가 완전히 계획과 달랐는데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걸 배웠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관계도 깊어졌다.
살다 보면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계획이 틀어지고, 사람이 다르게 반응하고, 마음이 예기치 않게 무너진다. 하지만 바로 그때가 '유연함'을 배우는 시간이다.
🌿 유연함이란 무엇인가
유연함을 오해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유연함을 나약함으로 생각한다. 원칙이 없고, 의지가 약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으로. 하지만 그게 아니다.
유연함은 중심이 있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나무가 바람에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것처럼. 물이 그릇의 모양을 따르지만 본질은 그대로인 것처럼.
며칠 전, 체험 요가 수업을 들었다. 강사가 말했다. "유연함은 근육이 약해서가 아니라 근육이 이완될 수 있어서입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울 수 있어야 진짜 유연한 겁니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삶도 그렇다. 유연하다는 건 아무거나 받아들인다는 게 아니라, 내 중심은 지키되 상황에 맞춰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공황장애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 나는 경직됐다. '이건 잘못됐어. 이걸 고쳐야 해.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 해.' 그래서공황과, 불안과, 나 자신과 싸웠다.
하지만 싸울수록 더 힘들어졌다. 저항할수록 불안은 커졌고,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공황장애는 내 적이 아니라 내 일부라는 것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공황이 오면 싸우지 않았다. '아, 왔구나. 괜찮아. 같이 있자.' 불안이 밀려오면 밀어내지 않았다.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럴까? 무엇이 두려운 거지?'
삶은 늘 움직이고 변한다. 그 흐름을 억지로 붙잡으려 할수록 마음은 경직되고, 흘러가는 대로 맡길수록 새로운 길이 열리곤 한다.
🍂 조금 덜 완벽하게
그래서 나는 조금 덜 완벽하려 한다.
아침 달리기를 못할수도. 늦잠을 잘수도, 출근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없을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자책했을 것이다. '또 못했네. 역시 난 안 돼.'
하지만 요즘은 있는 그대로 나는 그냥 받아들인다. '오늘은 못했네. 괜찮아. 내일 하면 돼.'
저녁에 집에 와서 잠깐 스트레칭을 했다. 5분짜리 가벼운 스트레칭. 달리기만큼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나았다. 오늘도 글쓰기 시간에 별로 쓸 게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채웠을 것이다. '5분이니까 뭐라도 써야지.'
하지만 그냥 앉아 있었다.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었지만 쓰지 않았다. 그냥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쓸 말이 없구나. 그것도 괜찮아.'
그렇게 조금은 틀어지고, 조금은 쉬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랬더니 오히려 집중력이 돌아왔고,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일은 평소보다 더 잘 달리것이고, 토요일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쓸수 있을것이다.
완벽하려는 마음이 나를 경직시켰던 것이다. 100% 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나를 막았던 것이다. 하지만 80%로도 괜찮다고 허락하니까, 실제로는 90%를 할 수 있었다.
'조금 느리게, 그러나 꾸준하게' — 이게 아마도 유연함의 리듬일 것이다.
🍃 관계 속의 유연함
회사에서는 늘 효율과 성과를 말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숫자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의 속도와 온도가 다르기에, 기다림이 필요하고, 조율이 필요하다.
한번은 동료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 프로젝트 방향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데이터를 보여주고, 논리를 펼치고, 내 의견이 옳다는 걸 증명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먼저 들었다. 진짜로 들었다. 반박할 생각 없이, 설득할 생각 없이, 그냥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어떤 부분이 우려돼?" "네가 원하는 건 뭐야?"
그러자 보였다. 우리는 사실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단지 가는 길이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두 길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그렇게 제3의 해결책을 찾았다.
내 방법도 아니고 그의 방법도 아닌, 우리의 방법. 더 좋은 방법.
이런 일들속에, 나는 '맞추는 것'보다 '조화롭게 흐르는 것'의 가치를 배웠다. 누군가와 의견이 달라도, 그 다름 속에 배움이 있다면 그것 또한 성장의 한 부분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다. 아내와 주말 계획으로 작은 의견 차이가 있일 수 있다. 나는 집에서 쉬고 싶었고, 아내는 밖에 나가고 싶어 할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협상하려 했을 것이다. "우리 이번 주는 집에서 쉬고, 다음 주에 나가자." 하지만 이유를 묻고 수긍을하면 달라진다. 나는 몸이 피곤해서 쉬고 싶었지만, 아내는 마음이 답답해서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 둘 다틀린 욕구가 아니였다. 그렇게 가까운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카페에 들른다. 아내는 밖에 나갈 수 있고, 나는 여유롭게 쉴 수 있다." 그렇게 타협이 아닌 조화를 찾았다. 둘 다 만족했고, 평온한 오후가 아주 좋았다.
🌊 일 속의 유연함
일도 마찬가지다. 계획이 틀어지면 '왜 틀어졌지?'보다 '이 틀어짐이 나에게 뭘 알려주려는 걸까?'라고 물어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한 달간 준비한 프로젝트가 갑자기 보류됐다. 임원진의 전략 변경으로. 한 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동료들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생각을 바꿨다. '이게 나쁜 일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프로젝트가 보류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한 달간 우리는 엄청나게 많이 배웠다. 새로운 기술을 익혔고, 팀워크가 좋아졌고, 문제 해결 능력이 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나은 프로젝트를 할 준비가 됐다. 전략이 바뀌었다면, 새로운 전략에 맞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팀 회의를 소집했다. 실망스럽지만, 이것도 기회다. 우리가 배운 걸 바탕으로 더 나은 제안을 할수 있다.
실망에서 도전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우리는 브레인스토밍했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리고 승인받았다.
만약 내가 경직되게 반응했다면? "한 달이 날아갔어요! 이게 말이 돼요?" 그랬다면 팀도 무너졌을 것이고, 기회도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유연하게 반응했기에, 위기가 기회가 됐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유연함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유연함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가장 가혹하다. 실수하면 용서하지 못하고, 약점을 보이면 비난하고, 계획대로 하지 못하면 자책한다.
하지만 유연함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된다.
얼마전에도 공황 발작이 왔다. 갑자기 가슴이 조여들고,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몇 주 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화가 났을 것이다. '왜 또 와? 나 이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시 원점이잖아.'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다르게 반응했다.
침대에 앉아 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 쉬었다. '괜찮아. 공황이 왔구나. 오랜만이네. 반가워.'
저항하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다. 그냥 있게 두었다. '너도 내 일부야. 함께 있자.'
그러자 신기하게도 공황이 빨리 지나갔다. 10분쯤 후에는 다시 숨을 쉴 수 있었고, 20분 후에는 평온해졌다.
잘했다. 싸우지 않고 이겨냈다.
자기 자신에게 유연하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수하는 나, 약한 나, 두려워하는 나. 그 모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다.
🕯️ 닫음이 아닌 흐름의 전환점
하루가 끝나간다.
하지만 끝나는 게 아니다. 전환되는 것이다. 하루에서 다음 하루로.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오늘의 마무리는 '닫음'이 아니라 '흐름의 전환점'이다. 하루를 단단히 마무리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다음을 준비하는 순간. 닫힘이 아니라 이어짐으로 생각할 때, 삶은 훨씬 유연해진다.
오늘의 모든 순간이 나에게 말을 건다.
계획이 틀어진 아침 "유연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웠어."
의견이 충돌한 회의 "조화를 찾는 법을 배웠어."
달리기를 못한 오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
프로젝트가 보류된 오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배웠어."
공황이 온 듯한 출글길: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
"너는 충분히 잘했고, 이제 다음으로 흘러가도 괜찮다."
☀️ 다음 주를 위한 마음의 준비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할 일도 많고, 도전도 남아 있지만 유연함이 내 안에 남아 있다면 어떤 상황이 와도 괜찮을 것 같다.
계획이 틀어지면?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
의견이 충돌하면? 조화를 찾으면 된다.
완벽하게 못하면? 그래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
딱딱하지 않은 마음, 흐름을 타는 리듬, 그리고 스스로를 믿는 부드러운 힘.
오늘은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나는 잘 흘러가고 있다. 모든 건 자연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나는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다.
🌅 오늘의 명상 — 유연함의 힘
지금 이 순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해보자.
"삶은 흐르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자라고 있다."
어떤 방향이든 괜찮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나무처럼 휘어질 수 있다면, 부러지지 않는다.
물처럼 형태를 바꿀 수 있다면, 어디든 흘러갈 수 있다.
유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지금 이 순간이, 이미 성장의 한 장면이니까.
🌿 오늘,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계획이 틀어져 좌절하고 있나요?
완벽하게 하지 못해서 자책하고 있나요?
모든 것을 통제하려 애쓰며 경직되어 있나요?
괜찮습니다.
유연해져도 됩니다.
계획이 바뀌면 바뀐 대로 가세요.
완벽하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실수하면 배우고 다시 시작하세요.
대나무가 태풍 속에서 땅에 닿을 만큼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듯,
당신도 휘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강함은 경직됨이 아니라 유연함입니다.
성공은 완벽함이 아니라 적응입니다.
오늘도 나는 유연하게 산다.
계획이 틀어져도, 완벽하지 않아도, 넘어져도.
나는 대나무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