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1월 18일_익숙함 속의 새로움 (Newness Inside the Familiar)

SSODANIST 2025. 11. 1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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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어제와 비슷하다 춥다
기온: 최저 -4도, 최고5도

 


🌅 천 번째 같은 아침

매일 같은 코스를 뛰고, 같은 시간에 기록을 남긴다.

아침 6시. 알람. 일어남. 물 한 잔. 운동복. 신발. 문. 계단. 거리. 똑같은 순서. 똑같은 동작.

어제와 똑같은 길을 달린다. 집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고 공원 입구를 통과한다. 왼쪽으로 꺾어 산책로를 따라간다.  500미터 지점의 벤치, 1킬로미터 지점의 사거리, 돌아오는 길의 하천.

모든 것이 익숙하다. 눈을 감고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어제와 다른 기분이 든다.

무엇이 다른가? 길은 같다. 시간도 같다. 나도 같다. 객관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관적으로는 모든 것이 다르다. 오늘의 바람은 어제와 다르게 분다. 오늘의 햇살은 다른 각도로 비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지만 다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은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어제의 강물과 오늘의 강물은 다르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같은 사람이지만, 하루를 더 살았다. 하루치의 경험을 더 쌓았다. 하루만큼 나이를 더 먹었다.

익숙한 반복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기운이 깃든다.


🔄 반복의 역설

저녁, 퇴근 후 같은 지하철을 탄다. 항상 비슷한 시간, 비슷한 칸. 같은 노선.

낮익은 사람들도 간혹 본다. 매일 19시쯤 열차를 타는 노란 머리 남자는 서로 한 번도 말을 섞지 않았지만, 매일 본다. 일종의 동료 같다.  오늘, 그가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늘 종이 신문을 보던 그가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읽고 있었다. 사소한 변화가 하지만 신선했다. 이렇게 사람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반복은 무감각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예민한 감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같은 음악을 백 번 들으면 처음에는 듣지 못했던 것들이 들린다. 베이스 라인의 미묘한 변화, 드럼의 숨결, 보컬의 떨림.

같은 그림을 백 번 보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붓터치의 방향, 색의 층위, 구도의 긴장.

같은 길을 백 번 달리면?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진다. 경사의 미묘함, 바람의 패턴, 계절의 변화.

 

 

그리고 이상한 에너지가 생겼다. 나도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몸의 리듬이 조금 달라졌고, 마음의 결도 예전보다 부드럽다.

나도 최근 달라진 것을 느낀다. 몇달 전만 해도 달리기가 의무였다. 해야 하니까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하고 싶어서 한다.

언제 바뀐 걸까? 정확한 순간은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물이 끓듯이.

물은 99도까지는 변화가 없다. 그러다 100도가 되는 순간, 갑자기 끓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1도부터 99도까지 계속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조용한 변화가 오히려 더 큰 성장이다.

극적인 변화보다 조용한 변화가 더 깊다. 순간적 깨달음보다 점진적 성숙이 더 지속 가능하다.

 


📖 같은 책, 다른 독서

퇴근 후, 서재에서 책을 꺼냈다. 카뮈의 『이방인』. 꽤나 젊은 시절 읽었던 책. 밑줄이 그어져 있고, 여백에 메모가 있다. 30대의 내가 쓴 글씨들이다.

"주인공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해 안 됨."

30대의 나는 뫼르소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것, 감정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 재판에서 반성하지 않는 것.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이해된다. 뫼르소는 부조리를 직면한 사람이다. 세상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 사람. 그래서 의미 있는 척하지 않는 사람.

40대 후반의 나는 뫼르소가 조금 이해된다. 나도 때로 그렇게 느끼니까.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일 때가 있으니까.

같은 책이지만 다른 책이다. 20년 사이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나다.

"반복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이 문장을 노트에 적는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만든 말인 것 같다.

반복을 지루함으로 보면 지친다. 하지만 반복을 발견의 기회로 보면 흥미롭다.


👨‍👩‍👦 가족이라는 반복

매이 아침, 가족과 아침 식사. 매주 같은 시간, 같은 메뉴. 아내가 만든 계란말이, 김치찌개, 밥.

아들은 늘 같은 자리에 앉고, 늘 같은 불평을 한다. 

나는 늘 같은 말을 한다. "맛있다."

아주 오래도록 반복된 대화다. 

하지만 오늘, 자세히 보니 아들이 달라져 있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어깨가 넓어졌다. 수염이 조금 났다.

'언제 이렇게 컸지?'

매일 보는데, 변화를 놓쳤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다.

아내도 그렇다. 매일 보는 얼굴. 하지만 오늘 보니 눈가에 주름이 늘었다. 머리카락에 흰머리가 섞였다. 손등에 기미가 생겼다.

우리는 함께 늙고 있구나. 매일 조금씩.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하는 동시에 안심시켰다. 혼자 늙는 게 아니구나. 함께 늙는구나.


🌱 익숙함이라는 선물

아침, 출근길. 늘 타는 버스, 늘 보는 풍경.

그런데 오늘, 버스 기사가 달랐다. 늘 보던 50대 아저씨가 아니라 30대 젊은 남자.

이상하게 불안했다. 이 사람이 길을 알까? 제시간에 도착할까? 운전은 안전하게 할까?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익숙함에 의존하고 있었다. 익숙함이 나를 안심시켰다.

익숙한 것들은 결심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달리는 것, 같은 코스를 따라가는 것,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 이런 익숙함이 나를 지켜준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익숙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불안정한 시대에는.

공황장애를 앓으며 배운 것: 예측 가능성이 불안을 줄인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면 덜 무섭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변화들은 내 삶을 조금씩 확장시킨다.

역설적이다. 익숙함 속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안정된 기반 위에서 성장이 가능하다.

나무를 보라. 뿌리는 한자리에 박혀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위에서 가지는 자라고, 잎은 피고, 꽃은 핀다.

익숙함은 뿌리다. 변화는 가지다. 둘 다 필요하다.


📝 쌓인 기록의 무게

화요일 저녁, 여태 써내려간 그를을 다시 읽어 봤다.

쉬지 않은 기록. 매일 5분씩...제법 된다.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1일차:

"오늘 처음 5분 달렸다. 힘들었다. 계속할 수 있을까?"

한달차:

" 됐다. 익숙해졌다. 이제는 자연스럽다."

3달차:

"믿기지 않는다. 내가 지속하고 있다."

오늘: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매일 같지만 매일 다르다."

기록을 하다 보니 내가 지나온 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점이었다. 하루하루가 그냥 점. 연결되지 않은 개별적 사건.

하지만 여러개의 점이 모이니 선이 됐다. 방향이 보였다. 패턴이 드러났다.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천천히, 눈에 보이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차곡차곡 쌓여왔던 변화들이 사소하지만 뚜렷하다.

첫 날: 200미터도 못 달렸다.
1개월: 1킬로미터.
2개월: 3킬로미터.
3개월: 5킬로미터.
현재: 10킬로미터도 가능.

객관적 변화. 측정 가능.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주관적 변화. 측정 불가능한.

첫 달: 공황이 올까 봐 두려웠다.
2개월: 공황이 와도 괜찮았다.
3개월: 공황을 관리할 수 있었다.
현재개월: 공황이 거의 오지 않는다.

이것은 거리로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변화다.

 


☀️ 익숙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다.

세상은 새로움을 숭배한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뭔가 새로운 걸 해야 해.'

하지만 나는 새로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 깊이가 없는 새로움은 피상적이다.

진짜 새로움은 익숙함 속에 있다. 같은 것을 깊이 파면, 그 밑에 새로운 것이 있다.

오늘도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나: 불안했고, 약했고, 확신이 없었다.
오늘의 나: 여전히 불안하지만, 더 강하고, 조금 더 확신 있다.

겉으로는 같다. 40대 후반 직장인. 가장. 공황장애 환자.

하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매일 5분씩 변했다. 여러번의 작은 변화 였다.


🌿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나요?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에 지쳤나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잠깐 멈춰보세요.

익숙함 속을 들여다보세요.

정말 똑같나요?
어제의 당신과 오늘의 당신이 정말 같나요?
지난달의 당신과 이번 달의 당신이?

자세히 보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조금씩, 천천히, 눈에 보이지 않게.

새로움을 밖에서 찾지 마세요.
익숙함 속에 이미 있습니다.

같은 길을 백 번 걸으세요.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겁니다.


오늘도 나는 같은 길을 달렸다.
하지만 어제와 달랐다.
익숙했지만 새로웠다.

익숙함 속의 새로움, 그것이 진짜 성장이다.


🌿 오늘도,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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