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명 중 나의 순위, 그리고 감사라는 나침반

80억 명 중 나의 순위, 그리고 감사라는 나침반
우리는 매순간 성공과 행복을 두고 삶의 순위를 매기려 한다. 만약 지구상 80억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줄 세운다면, 나는 과연 몇 번째쯤에 서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나의 고단한 하루,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 때문에 나는 중간보다 훨씬 뒤처져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잠시 멈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것들을 나열해 볼 때, 그 순위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부터 뒤집히기 시작한다.
물을 마시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컵을 들 수 있다는 단순한 축복을 얼마나 누린다고 생각하는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8,500만 명의 사람들이 목이 타도 기본적인 식수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인구의 10%가 넘는 충격적인 수치이다. 매일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충분한 식량을 얻는 것은 어떨까? 2018년 기록만 해도 8억 2천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우리가 불평하는 '직장'의 존재 자체도 특권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이직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 이미 대다수의 사람보다 나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세계 노예 지수는 2016년을 기준으로 167개국에서 4,300만 명의 인구가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고 보고한다. 그들에게는 '그만둘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가장 사적이고 기본적인 공간, 집안의 화장실은 어떠한가? 전 세계 인구의 무려 60%인 45억 명은 제대로 된 위생 시설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누리고 있을 초고속 인터넷 접속의 자유. 지구상 약 30억 명이 인터넷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며, 심지어 최고 선진국, 최고 부유하며 최고기술을 가진나라라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2,100만 명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선조차 없다.
아직 소득에 관한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전 세계 사람들의 연간 평균 임금은 약 2,300만 원이지만, 이는 극소수의 부유한 국가가 끌어올린 평균일 뿐이다. 세계 GDP 순위 4~5위의 인도는 180만 원, 10위권의 브라질은 530만 원, 아프리카의 말라위는 13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가 80억 인구 개개인의 복잡한 현실을 정확히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파편적인 사실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지구촌 이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누려야 할것이라 생각하고 살다보면 이러한 사실들이 때로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는 예전에 우리가 흔히 오지라 부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가의 마을들로 의료봉사 활동을 다녀봤던 경험이 있기에 위한 말한 모든 지표들이 더 최악으로 변할수 있다는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모든 지표를 놓고 볼 때,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상위권에 속하는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 망각한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고, 나쁜 날들이 좋은 날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세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에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순위는 우리가 가진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자유와 기회, 그리고 기본적인 안전망에 의해 결정될지도 모른다. 이 깨달음은 단순한 안도감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삶의 동기 부여를 얻는 감사라는 나침반이 된다.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였던 모든 것들에 대해 잠시 고개를 숙여 감사할 때, 비로소 우리의 진짜 순위와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한다.
대가 없이 누릴수 있는 자연, 공기, 행복에 감사한다.
그것으로 충분한 삶이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