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생각하기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SSODANIST 2025. 12. 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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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 원제 : 人生の経営戦略
  • 부제: 성취 중독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인생 경영 전략 20 
  • 저자: 야마구치 슈
  • 옮긴이: 박세미
  • 출판: 위즈덤하우스
  • 출간: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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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 야마구치 슈

저자 야마구치 슈는 경영학의 여러 개념과 이론을 설명하며, 이를 인생에 어떻게 적용하여 주체적으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2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성장의 벽에 막혀 정체되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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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인생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생각의 재부팅

어제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임원 명함을 받은 지도 몇 해가 지났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막상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회사 일은 20년 넘게 해왔지만, 정작 내 인생은 누가 설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야마구치 슈의  신간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는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친 문장이 가슴을 찔렀다. "생각하지 않는 자는 선택당한다." 저자는 일본 사회가 '자기결정력의 상실'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성장이 정체되고, 누군가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만연하며,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기보다 대중의 흐름에 그냥 휩쓸려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SNS에는 집단 허무주의가 넘쳐나고, 회사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사회 쇠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기 결정 능력의 상실'을 꼽았다.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잃을 때,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40대 후반을 살아가는 나 역시 어느새 '생각 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회사 전략은 수면제 먹어가며 밤을세워 고민하면서, 정작 내 인생의 전략은 세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주었다.

양자택일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저자는 현대 사회에 두 가지 극단적인 인생론이 유행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마키아벨리적 인생론'이다. 냉혹한 현실에서 경쟁을 뚫고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쟁취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루소적 인생론'이다. 세속적 성공의 허상을 버리고 자기답게, 순수하게 살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임원으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정작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회의감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런데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둘 다 정답이 아니다."

 

야마구치 슈가 제시하는 제3의 길은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 극단적인 효율도, 극단적인 낭만도 아닌, 그 중간의 균형인 것이다.  이것이 진짜 성숙한 어른의 삶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이해했다. 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었다. 회사 임원으로서 성과를 내면서도, 매일 아침 5분 글을 쓰고 5분 달릴 수 있다.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주짓수 챔피언을 꿈꾸고 박사과정을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이 모순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자본

저자는 인생 전략의 핵심을 '시간 자본'에 둔다. 타인이나 조직, 사회 같은 요소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만큼은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리고 이 시간 자본을 다음 순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 자본 → 인적 자본(기술, 지식, 경험) → 사회 자본(신용, 평판, 네트워크) → 금융 자본

이 순서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돈을 벌려고 금융 자본부터 쫓지만,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이 없으면 그 돈을 지킬 수 없다. 로또에 당첨된 후 인생이 무너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임원이 된 지금, 나는 일정한 금융 자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20년을 돌아보니, 그것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20대에 야근하며 쌓았던 기술, 30대에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네트워크, 그것들이 쌓여 지금의 위치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시간 자본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40대 후반의 나는 여전히 배워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5분 글을 쓰고, 5분 달린다. 작은 시간이지만, 이것이 쌓이면 50대의 나를 만들 인적 자본이 된다.

인생에도 생애주기가 있다

기업에 생애주기가 있듯, 인생에도 생애주기가 있다. 저자는 이를 네 단계로 나눈다.

도입기에는 몰두할 것을 찾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성장기에는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집중적으로 쌓는다. 성숙기에는 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겨준다. 쇠퇴기에는 나눔을 실천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나이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대에 도입기를 시작해도 되고, 40대에 성장기를 경험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나는 내년 박사과정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40대 후반에 웬 공부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내 인생의 새로운 도입기다. 2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했지만, 내게는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있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단계를 거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로 사는 인생

저자는 "서로 다른 일을 섞어서 나만의 조합으로 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고 말한다.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듯, 인생도 여러 영역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스워크'와 '라이프워크'를 구분한다. 라이스워크는 밥벌이를 위한 일이고, 라이프워크는 자아실현을 위한 프로젝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을 분리하지 못한 채, 라이스워크에만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러다 정년퇴직을 하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이부분이 정말 공감되어다.

 

나는 회사 일이 라이스워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일 아침 5분 글쓰기는 나의 라이프워크다. 박사공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것은 50대, 60대의 나를 위한 투자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성장의 기회가 늘어나고,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지며, 무엇보다 리스크가 분산된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겨도, 나에게는 다른 길이 있다는 확신. 이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크다.

10년의 유효기간

1980년대, 한 경영서가 '초우량 기업 43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가 10년도 되지 않아 쇠퇴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임원이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안전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지금 회사생활의 '성숙기'나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 임원으로서의 내가 쇠퇴한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 전체가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10대 때 글쓰기를 좋아했고, 20대 때 경영/경제학을 공부했으며, 30대 때 세일즈 마케팅 그리고 리더십을 관리를 배웠다. 그렇다면 40대 후반의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내 답은 지식의 목마름의 해결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갑자기 심리학 공부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것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전략이라는 것을. 경영과 심리는 닮았다. 데이터를 선택하고,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타이밍을 맞추고, 결과물을 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어쩌면 50대의 나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내가 지금 그것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손의 가치

저자는 "유행하는 기술과 지식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몇 년 전 코딩 부트캠프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개발자가 넘쳐나고 연봉은 떨어졌다. 지금은 AI가 대세지만, 이것도 결국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AI 시대 생존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정답이 있는 일을 피하라. AI는 정답을 찾는 데 특화되어 있다. 둘째, 감성과 감정 지능을 높여라.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셋째, 문제 제기 능력을 키워라. 정답을 도출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누가 더 좋은 문제를 발견하느냐가 핵심이다.

 

나는 여기서 '손으로 하는 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직접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따뜻함은 대체할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과 기계가 만든 것은 다르다. 심리학을 깊게 배우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에서 나는 주로 머리를 쓴다. 전략을 짜고,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한다. 하지만 집에서 심리학 책을 읽을때  때만큼은 온전히 다른 두뇌를 쓴다. 자료를 고르고 정리하고, 플랜을 조절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본다. 그 시간만큼은 머릿속이 텅 비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20가지 전략, 하나의 인생

이 책은 총 20개의 경영 전략 개념을 인생에 적용한다. 파피스(Purpose, 목적), 라이프 사이클 커브, 포지셔닝, 블루오션 전략, 밸런스 스코어카드, 벤치마킹, 경험학습이론, 서번트 리더십 등...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이것들이 모두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개념 몇 가지를 소개하면:

창조성 이론: "성공했기 때문에 많이 만든 것이 아니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타율이 아니라 타석 수다. 나는 매일 아침 5분만 글을 쓰지만, 이것이 1년이면 30시간이 넘는다. 작은 실천의 축적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밸런스 스코어카드: 단기와 장기 목표의 균형. 회사에서는 분기별 실적을 챙기면서도, 인생에서는 50대, 60대를 내다봐야 한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보다 장기적 성장을 택하는 것. 그것이 심리학공부를 시작하는 이유다.

서번트 리더십: 지배가 아닌 지원과 나눔. 임원이 되면서 나는 배웠다. 진짜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해진다.

정체기는 재설계의 기회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지금 느끼는 막막함은 실패가 아니라 점검의 신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체는 인생이 우리에게 보내는 구조신호이자 재설계의 계기다."

40대 후반. 어느새 회사 생활 20년 차. 임원이 되었고,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성공한 삶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질문이 밀려온다. 이게 전부인가?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시간 자본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 매일 아침 5분 글을 쓰고 5분 달리는 것. 심리학 박사 입학을 준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내 인생을 경영하는 전략이다.

지금, 당신의 인생을 경영하라

야마구치 슈는 이 책을 "자본주의 사회의 해커들에게" 바친다.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킹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는 나에게 월급을 준다. 하지만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정년이 되면 나는 회사를 떠난다. 어쩌면 정년 훨씬 전에.... 그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의 나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다짐한다. 오늘도 5분 글을 쓰고, 5분 달릴 것이다. 박사과정 입학 원서를 준비할 것이다. 회사 일에 충실하면서도, 나만의 라이프워크를 키워갈 것이다.

40대 후반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 이제 나는 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당신도 지금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야마구치 슈는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법을, 전략을 세우는 법을, 인생을 경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기억하라. "생각하지 않는 자는 선택당한다." 지금, 당신의 인생을 경영할 시간이다.


2025년 겨울, 출근길 지하철에서

SOD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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