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vs 2026년 만다라트


완성하지 못한 만다라트의 아름다움
매년 1월이 되면 나는 새로운 만다라트를 꺼내든다. 9×9 칸을 채우며 올해의 목표들을 정성스럽게 적어 넣는다. 건강, 가족, 일, 재정, 자기계발… 삶의 여덟 영역을 나누고, 각 영역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그 만다라트를 다시 꺼내 들여다본다. 어떤 목표는 달성했다. 어떤 목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어떤 목표는—솔직히 말하자면—잊고 있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그랬다.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새로운 해의 만다라트를 만든다.
왜일까? 왜 해마다 이루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 작업을 반복하는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만다라트는 '완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방향'을 확인하는 나침반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불완전한 존재다. 아침에 다이어트를 다짐하고 저녁에 치킨을 시킨다. 오늘 하루도 책 한 권 읽겠다고 다짐하고 넷플릭스를 켠다. 매일 5분 쓰고 5분 달리겠다고 다짐하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로 소파에 눕는다. 우리는 계획대로 살지 못한다. 아니, 계획대로 사는 사람은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다라트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다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선명하게 본다. 81개의 칸을 채우며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렬한다. 건강이 먼저인지, 돈이 먼저인지, 관계가 먼저인지. 그 순간만큼은 혼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신기하게도 1년 내내 은밀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만다라트를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 해도, 그 안에 적힌 단어들은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있다. '건강', '가족', '글쓰기', '재정 안정성'… 이 단어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오늘 뭘 먹을까? 퇴근 후 뭘 할까? 이 일을 할까 말까? 만다라트는 그 순간마다 내게 묻는다. '넌 원래 어디로 가고 싶었지?'
만다라트를 매년 만드는 진짜 이유는 '달성'에 있지 않다. 그것은 '기억'에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작년 초에 다짐했던 것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 꼭 지키고 싶었던 원칙들. 일상의 소음 속에서 그것들은 금방 희미해진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당장 눈앞의 급한 일들에 치여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 만다라트는 그럴 때 나를 다시 본래의 방향으로 돌려놓는 장치다.
작년에 다 이루지 못했다고? 괜찮다. 재작년에도 못 이뤘다고? 그것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만다라트를 꺼내든다는 사실이다. 다시 81개의 칸을 채운다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나는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선언이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완성되지 않는 만다라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평생 81개의 칸을 다 채우지 못한다. 어떤 칸은 영원히 빈칸으로 남을 것이고, 어떤 칸은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매년 만다라트를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적어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안다. 표류하더라도 나침반을 손에 쥐고 있다. 길을 잃어도 다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후자는 그저 떠밀려 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왜 그곳에 도착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전자로 살고 싶다. 비록 계획대로 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원했던 방향'은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만다라트를 꺼낸다. 작년의 실패를 되새기는 게 아니라, 올해의 희망을 그리기 위해.
완성하지 못한 만다라트도 아름답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더 나아지고 싶어 한다는 증거니까.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그리고 그 자체로,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올해도 나는 새로운 만다라트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 아마 또 많은 칸이 비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81개의 칸을 완벽하게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칸들을 채우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
만다라트는 목표 달성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잊지 않기 위한, 내 삶의 방향을 기억하기 위한, 그리고 여전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붙잡기 위한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