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 생각

기록하는 삶에 대한 성찰

SSODANIST 2025. 6. 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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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점에서 누군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100년도 더 된 것 같은 오래된 이야기는

그냥 현재로 바꿔보자면

"오늘 비가 내렸고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가

유난히 맛있었다"라고 적혀 있는 것이었다.

순간 문득 왜 사람들은 이토록 사소한 일상까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모두 시간의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 같은 존재다. 

매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펜을 들고 카메라 셔터를 누름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기록한다는 것은 시간을 정지시키려는 인간의 간절한 몸부림이다. 

오늘 마신 커피의 향,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 친구와 나눈 웃음소리... 

이 모든 것들이 내일이면 어제의 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기면 언제든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마치 시간을 병에 담아 보관하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붙잡으려는 본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은 기록하기에  존재해 왔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기록은 우리 존재의 증명서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이자

내 생각과 감정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다.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했던 걸까?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조그마한 일기장 한 줄이라도, 그것은 "나가 여기 있었다"는 외침이다.

미래의 누군가에게, 혹은 미래의 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우리의 기록들은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를 연결해 준다. 

당신이 SNS에 올린 일상 사진을 보며 누군가는 위로받고

당신이 쓴 리뷰를 읽고 누군가는 새로운 선택을 한다.
기록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대화다. 

다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는 그와 마음을 나누고

반 고흐의 편지를 통해 그의 외로움에 공감한다.

기록은 죽은 자와 산 자를, 과거와 현재를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기록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참 신기한 경험이다. 

오래전 쓴 글을 보며 때론 웃음을 짓고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기록은 우리 성장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어떤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 어떤 패턴에 갇혀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기록을 통해서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지만

기록은 냉정하게 그때의 진실을 보여준다.


삶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기록하고, 해석하고, 연결하는 순간 의미가 생겨난다.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시지만

"어느 날 아침 유독 커피 향이 좋았던 이유를 기록하는 순간

그날과 커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기록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록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
완벽한 기록을 남기려 하지 말자. 

매일 긴 일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하루에 한 줄이라도 꾸준히 적는 것이 더 소중하다.

오늘 든 생각 하나, 만난 사람 한 명, 느낀 감정 하나라도 좋다.
진실하게 기록하자. 

남에게 보여주려고 미화하거나 과장할 필요 없다.

솔직한 기록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도, 평범하고 사소한 것도 모두 우리 삶의 일부다.
본인 선호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면 된다.

글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그림, 음성메모...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기록하는 행위 자체다.
그리고 타인과 나누자.

 혼자만의 기록도 의미 있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좋다.

당신의 작은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이 될 수 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요,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기록하는 사람은 세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게 된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순간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붙잡아 간직하려 노력한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한 줄이라도 기록해 보자.

 "오늘은 이런 날이었다"라고. 

그 한 줄이 모여 당신만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된다.
기록하는 삶은 두 배로 사는 삶이다. 

한 번은 경험으로, 한 번은 기록으로. 

그리고 그 기록을 다시 읽을 때마다 또다시 살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시간에 맞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저항이 아닐까.

 

오늘 하루도 고되게 살아왔을 그대들을 응원하며

내일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만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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