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글.
친구야....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냈구나.
거울 앞에 선 네 모습이 보인다.
어느새 이마에 새겨진 주름, 조금씩 세어가는 머리카락,
그리고 무엇보다 눈 속 깊은 곳에서 가끔 스치는 그 물음표들.
"나는 지금 내 자리에 있는 걸까?" " 난 잘살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이 네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나는 네게 말하고 싶다.
너는 지금 바로 네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너는 교수를 꿈꿨었다.
스무 살 후반 네가 꿈꾸던 그 꿈들은 분명 아름다웠을 거야.
상아탑에서 젊은 제자들과 나누는 지적인 대화,
연구실의 조용한 밤, 그리고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
그 꿈을 포기하던 그날 밤, 참 많이도 울었겠지.
가족사진을 보며,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그 무력감을 나는 안다.
하지만 친구야, 지금의 너를 봐.
세일즈라는 낯선 땅에서 너는 꽃을 피웠다.
아직 향기가 있으려는 지는 모르지만 꽃을 피워냈다.
처음 명함을 건네던 떨리는 손이 이제는 어느새 임원실의 문을 여는 손이 되었어.
너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다른 길을 걸었을 뿐이야.
네가 만난 수많은 고객들 속에서, 네가 해결해 준 그들의 문제들 속에서,
네가 이끈 팀원들의 성장 속에서 너는 이미 '가르치며 배우고' 있었던 거야.
강단 없는 교실에서, 칠판 없는 수업에서 말이지.
네 삶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강의였어.
40대 후반의 우리는 모두 비슷한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
위로는 부모님의 건강, 아래로는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 자신의 꿈들.
때로는 우리가 누군가의 꿈을 위해 우리 꿈을 접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었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결국은 더 큰 너 자신을 위한.
네가 이룬 그 지금의 자리가 우연이었을까?
천만에. 그것은 네가 숨겨진 강의실에서 매일 보여준 성실함과 열정,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낸 필연이었어.
교수라는 타이틀은 없을지라도,
너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선생님이 되었고,
멘토가 되었고, 때로는 희망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야, 아직 늦지 않았어.
50 앞에 왔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야.
네가 쌓아온 경험과 지혜,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얻게 된 도민들로 다시 한번 꿈을 그려볼 수 있어.
그때의 꿈과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더 깊고 더 풍성한 꿈을 말이야.
오늘 밤, 잠들기 전에 거울 속 네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봐.
그 주름 하나하나가 네가 견대온 세월의 증거고,
그 눈빛 속 피로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흘린 땀의 흔적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꺼지지 않은 그 마음속 불씨가 네
가 아직도 꿈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야.
너는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다고.
네 인생은 실패작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걸작이야.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거든.
고개를 들어, 친구야. 40대 후반 우리에게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어.
꿈을 다시 꾸기에, 사랑하기에,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하기에 말이야.
언제나 네 편에서,
같은 길을 걷는 벗이...
오늘은 부디 편히 쉬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