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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

SSODANIST 2025. 9. 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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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 부제: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전쟁 완결판, 두 제국 군주의 리더십 대격돌! 검색
  • 지은이: 김형오
  • 출판: 21세기북스
  • 출간: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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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 김형오

삼성경제연구소 추천 도서로 선정된 베스트셀러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판이다.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둘러싼 오스만 제국 술탄과 비잔티움 제국 황제의 전쟁 이야기를 초판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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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대결의 무게

김형오,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를 읽고

어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지만, 어떤 책은 시간의 문을 열어 독자를 역사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긴다. 정치인의로만 알고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이 책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에서 벌어진 54일간의 공방전을 다룬 이 책은, 세계사의 분기점이 된 그 순간을 마치 종군기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두 영웅, 두 문명의 조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승자와 패자를 모두 영웅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21세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티움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보여주는 대조적인 리더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한 사람은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정복자의 야망으로, 다른 한 사람은 천년 제국을 지키려는 수호자의 의지로 맞선다.

김형오 작가는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이라는 창의적인 구성을 통해 이 두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가상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사료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런 접근은 역사적 사실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균형잡힌 시선의 힘

이 책이 돋보이는 또 다른 지점은 균형잡힌 서술이다. 초판보다 더 깊이 있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치밀하게 증보된 개정판에서 저자는 동서양의 시각을 모두 담아내려 노력했다. 특히 터키 사료를 적극 반영하여 기존 서구 중심적 역사 서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승자에 대한 넘치는 기록과 반대로 패자에 대한 숨겨진 기록을 찾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술탄과 황제의 기록이 거의 대등한 비율로 구성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려는 진지한 역사 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리더십의 본질을 묻다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단순한 영토 확장의 의미를 넘어선다. 동양·이슬람 문명에 의해 정복된 서양·기독교 문명이라는 점, 이 사건을 전환점으로 중세에서 근세로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는 더욱 깊어진다. 저자는 이런 거시적 관점 위에 두 군주의 미시적 인간 드라마를 올려놓는다.

메흐메드 2세가 수많은 배를 이끌고 산을 넘어간 기상천외한 작전과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에서 끝까지 항복을 거부한 채 자신이 사랑하는 제국과 신민과 신앙을 위해 장렬히 산화한 모습은 리더십의 두 얼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은 미래를 위한 모험을, 다른 한 사람은 과거를 위한 희생을 선택했다.

역사가 주는 현재적 의미

정치인 출신 작가가 쓴 역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는 짧고 작은 영원하다"는 평가처럼, 김형오 전 의장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저술을 통해 지성적 기여를 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경험이 두 군주의 고뇌와 결단을 묘사하는 데 깊이를 더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위로와 희망에 목마른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시공을 초월한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은 현재진행형의 질문이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두 영웅의 선택은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던진다. 새로운 것을 창조할 것인가, 소중한 것을 지킬 것인가. 때로는 그 둘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완성된 역사 서사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 탐구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펼쳐진 이 책은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를 넘나든다. 방대한 부록과 QR코드를 통한 추가 자료 제공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저자의 치밀한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터키어로 번역·출판되어 현지에서도 인정받은 것은 이 책의 객관성과 완성도를 입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작가가 쓴 역사서가 해당 지역에서 번역 출간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무리하며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는 단순한 역사책을 넘어 인간에 대한, 리더십에 대한, 그리고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1453년 그 운명적인 54일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형오 작가가 4년간의 산고 끝에 완성한 이 역작은 스토리의 전개 방식, 생생한 묘사, 다양한 관점, 균형 잡힌 서술 모든 면에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분명 값진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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