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
- 제목: 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
- 부제: 모든 아이디어는 기획서로 완성된다
- 저자: 심정아
- 출판: 천그루숲
- 출간: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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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 | 심정아
제일기획 현직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기획을 “막막함에서 출발해 설득으로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리력’ ‘논리력’ ‘생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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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되는 기획서의 비밀을 찾아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주니어 시절 나는 기획서라는 것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템플릿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몇 개만 담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밤새 만든 기획서는 번번이 회의실에서 차가운 침묵을 만났고, 결정권자들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던 기억이 많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또 반복하며 20여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기획단 부터 실행까지 전부분을 지금껏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명확한 또는 완벽이나 완전한 기획이라는 감이 없다. 그런데 최근 제일기획의 현직 마케터가 쓴 '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은 잡히지 않을것 같던 정답의 실마리를 어느정도 명확히 하는 기회였다. 저자는 첫 페이지부터 명확하게 선언한다. 기획은 막막함에서 출발하여 설득으로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기획서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문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자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명확한 논리를 제공하는 도구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나같은 고인물들을 위함이 아닌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입문서처럼 보였다. 실제로 기획서 작성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읽어갈수록 깨달았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경력과 상관없이 모든 기획자에게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10년 차든 1년 차든, 통과되는 기획서의 조건은 동일하다.
그 조건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정리력, 논리력, 생각력, 설득력이라는 네 개의 축으로 정리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결정의 근거를 주는 기획서'라는 표현이었다. 아, 그렇구나. 결정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였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전략과 실행을 구분하여 설명한 대목이었다. 저자는 기획서의 두 축을 전략단과 실행단으로 나누고, 각각의 논리 흐름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전략단에서는 문제 정의부터 해결책까지의 논리 흐름을, 실행단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다룬다. 이런 구조적 접근이 바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생각력을 기르는 구체적인 방법론들이었다. 포스트잇 생각법, 조인트 생각법, 반수면 생각법 같은 실용적인 기법들은 당장 업무에 적용해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었다. 특히 자료수집 스킬 부분에서는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백미는 설득력에 관한 파트였다. "진짜 설득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말처럼, 기획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다.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권자를 안심시키고, 호감을 얻으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차가운 논리에만 매달려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하는 '기획력을 높이는 특별한 필살기'들도 인상적이었다. 기획서 필사, 역 유추 분석, 좋은 문장 수집 등은 마치 무술가가 기본기를 연마하듯 꾸준히 실천해야 할 일상의 루틴들이었다. 특히 '이기는 생각 vs 지는 생각' 부분은 마인드셋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기획서를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바뀌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내 아이디어를 멋지게 포장할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의사결정자가 어떤 근거를 원할까, 어떤 불안을 가지고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논리와 따뜻한 설득을 담으려 노력하려한다. 물론이제 기획을 하는 숫자보다 의사결정을하는 순간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더 노력해보려 한다.
결국 통과되는 기획서의 조건은 간단하다. 의사결정자가 안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를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생각력,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세 가지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실무에 가장 가까운 언어로 알려준다.
기획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막막함과 씨름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기획의 본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이와 같은 책을 20년 전에 읽었더라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알알지만 쉬운길을 택해서 온것인지 갑자기 궁그해 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