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 생각

보이지 않는 전쟁

SSODANIST 2025. 10.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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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전쟁

한남자가 있다. 그는 그런데로 완벽해 보였다.

단정한 옷차림, 밝은 미소, 여유로운 발걸음.

하지만 문득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잔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의 표면만을 본다는 것을.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그대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현재 그들의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저 아름다운 격언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 말의 무게를 점점 더 깊이 느끼게 된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누군가는 병든 가족을 간호하며 밤잠을 설치고, 누군가는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꿈이 무너지는 아픔을 견디고 있다. 또 누군가는 말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누구도 이런 내밀한 고통을 이마에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은 척, 웃는 얼굴로 세상을 마주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개인주의가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저마다의 성에 갇혀 살아간다. SNS에는 화려한 순간들만 올리고, 실패와 상처는 철저히 감춘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삶은 늘 완벽해 보이고, 상대적으로 내 삶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며, 점점 더 단단한 갑옷을 입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다. 우리는 모두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다. 강해 보이는 사람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게는 때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겁다.

그렇기에 친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건네는 미소, 편의점 직원에게 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 횡단보도에서 누군가를 먼저 보내주는 작은 양보. 이런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따뜻함일 수 있다.

 

나는 얼마전 지하철에서 울고 있는 중년 남성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민망해서, 혹은 관여하기 싫어서.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 할머니가 조용히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곁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 남성은 한참을 더 울다가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보았고, 작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 순간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친절이 얼마나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졌는지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다.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힘내"라는 말보다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공감이 때로는 더 큰 위로가 된다. 우리는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지 몰라도, 함께 그 무게를 나눠 질 수는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세상은 충분히 가혹하다. 그러니 적어도 우리 사람들끼리는 서로에게 가혹하지 말자는 것. 모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래서 서로에게 조금 더 부드러워지자는 것.

결국 답은 간단하다. 친절하게 살자. 이해하며 살자.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응원하며 살자. 당신의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오늘을 구할 수 있다. 당신의 따뜻한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계속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어떨까.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저 사람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면, 이 차가운 세상도 조금씩 따뜻해질 것이다.

친절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다. 이해는 손해가 아니라 성숙함이다. 그리고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미소 하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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