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끌쓰기를 시작하며_2025년 10월 11일

SSODANIST 2025. 10.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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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분, 인생의 그래프에서 잘 내려가는 길을 걷는 법

새벽 5섯 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예전 같았으면 무심코 끄고 다시 잠들었을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몸은 무겁고 마음은 더 무겁지만, 그래도 일어난다. 어느 유튜버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이다. "하루 3분만 뛰고, 5분만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뀝니다."

그는 영상 말미에 덧붙였다. 자신이 이렇게 이야기해도 실행하는 사람은 많아야 5%, 적으면 1%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처음엔 그저 자기계발서의 흔한 레토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말엔 진실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5분 뛰고 5분 글쓰기를 매일 하겠다고.이지 시작한지는 좀 됐지만 루틴이 되기까지 기록을 좀 해보려 한다. 누군가는 "겨우 그것으로?"라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 정도로 인생이 바뀔 리 없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그들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10분을 뛰었고 글을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인생은 어느 순간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으로 접어든다는 것. 체력은 떨어지고, 회복력은 느려지며, 새로운 질병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그래프로 그린다면 이제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혹은 급격하게 내려가는 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리막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아침 5분으로 몸을 깨우고 5분 글쓰기로 사고를 확장한다면, 내려가는 길이 조금은 덜 가파르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그 길 위에서 작은 꽃 한 송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받은 검진 결과는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갑상선에 이상이 왔고, 간 수치도 정상이 아니어서 자칫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결과를 설명했지만, 내 귀에는 먹먹하게만 들렸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공황장애였다. 처음 증상이 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왜'를 묻는 것은 답이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과 같았다.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였다.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약을 처방받아 항상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힘을 주는 영상을 찾아봤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읽었다. 운동이 도움이 된다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었다. 어떤 날은 30km를 걸으며 스스로를 시험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발이 아프고 다리가 저려도 계속 걸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더 무너질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노력으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어떤 날은 불안이 밀려오고, 어떤 날은 숨쉬기조차 버거웠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 꾸준히 반복할 때,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딜 때,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생각났다. 나치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이 책에서 프랭클은 말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무언가가 가슴을 쳤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지옥 같은 곳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공황장애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살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깨달은 사실도 프랭클의 말과 닮아 있었다. 결국 모든 환경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상황도 어떤 사람에게는 절망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문제는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5분을 뛴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도 뛴다. 그리고 5분을 쓴다. 때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빈 화면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앉아서 키보드 앞에 머문다. 이 작은 실천이 인생을 극적으로 바꿀지는 모르겠다. 내리막길을 오르막으로 바꿀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 5분의 땀방울이, 5분의 문장들이, 무너지지 않고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것. 99%가 포기하는 그 일을 하는 1%에 속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찾은 셈이다.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하루 오분씩, 나만의 방식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 쉬어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려가는 길이라도 좋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내가 걸어온 그 길 위에 작은 발자국들이 의미 있게 새겨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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