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026 비즈니스 트렌드
- 제목: 2026 비즈니스 트렌드
- 부제: 대한민국 7대 주요 산업의 명쾌한 전망 검색
- 저자: 권기대
- 출판: 베가북스
- 출간: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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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비즈니스 트렌드 | 권기대
2026년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균열과 전환을 동시에 맞이하는 해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기술 혁신, 정책 변화가 교차하며 산업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6년 비즈니스 트렌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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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을 기다리는 지혜 - 『2026 비즈니스 트렌드』를 읽고
비즈니스 트렌드서가 나오는걸 보니 또 한해를 마무리하고 수확을 마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인가보다.
트렌드 서적의 출간 시기가 점점 앞당겨 지는것 같다. 이러다가는 일년내내 트렌드서가 나올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현재 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트렌드서가 한해 한번이 말이 안되긴 한다. 그렇게 올해는 조금일찍 내년을 전망하는 이 책을 접했다.
연말이 되어가면 으레 트렌드 책 여러권이 서점에 쌓인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다가 1년이 지나면 잊힌다. 그런데 권기대 저자의 이책은 지금까지의 트렌드 서적과는 조금 달랐다. 막연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들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는 직설적이다. "세계 경제, 트럼프 때문에 꼬였다"라는 도입부터 예사롭지 않다.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중국이라는 블랙홀이 세계 경제를 빨아들이고, 나랏빚은 '무식해'질 정도로 늘어나는 상황. 2026년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격랑 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도입부가 다소 비관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좀 놀라지만 솔직한 내용이 어어질거라는 기대를 할수 있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기술 혁신, 정책 변화가 교차하며 산업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책은 이러한 격변의 흐름 속에서 방산, 조선, 반도체, 전력기기, 바이오, 원전, 2차전지의 7대 핵심 산업의 미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책이다.
전쟁이 만든 기회, K-방산
첫 번째로 등장하는 K-방산 이야기는 솔직히 놀라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가 무장하기 시작했고, 한국 무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는 것은 뉴스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면을 보여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같은 기업들이 어떻게 '못 만드는 게 없는' 기술력과 가성비, 그리고 '감동적인' 납품 속도로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 무기? 담백해서 부담이 없잖아!"라는 표현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무기를 사면 정치적 줄타기를 해야 하지만, 한국 무기는 그런 부담이 없다는 것. 전쟁은 비극이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다에서 찾은 답, K-조선
조선업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한때 중국에 밀려 사양산업 취급받던 조선업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사실. LNG 운반선, 액화수소 운반선, 쇄빙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승부를 걸면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더 재미있는 건 'MASGA'라는 단어다.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한국 조선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 조선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분석이 설득력 있었다.
반도체의 새로운 전쟁, HBM
반도체 파트는 솔직히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단어 하나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AI 시대의 필수품이자, SK하이닉스가 삼성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게 만든 게임 체인저. 저자는 이를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읽다 보면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만 중국, 일본, 미국이 K-반도체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지금은 앞서가지만, 방심하면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눈에 잘 안 띄지만 중요한 것들
K-전력기기, K-바이오, K-원전, K-배터리. 이 네 산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들이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같은 전력기기 회사들이 전 세계 전력망을 깔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세계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며, 체코와 불가리아에 한국형 원전이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 이런 것들이 모여 한국 경제의 실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의 '삼중고' 이야기는 씁쓸했다. 트럼프의 전기차 회의론,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중국의 저가 공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도 해법을 찾는다.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로봇용 배터리, 전고체배터리 등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이다.
밀물은 반드시 온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하나다. 지금 한국 경제는 썰물과 밀물 사이에 있다는 것. 글로벌 불확실성, 중국과의 경쟁, 기술 패권 전쟁 등 위협 요소는 많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7대 산업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뛰고 있고,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저자는 화려한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차근차근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고 말한다. 방산 업체들이 20년간 기술을 쌓아 지금 꽃을 피우고 있듯, 조선업이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중국을 따돌리고 있듯, 반도체와 바이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듯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전망서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경제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400페이에 가까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산업별로 나뉘어 있어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오히려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접하던 K-산업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 한국 경제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밀물은 반드시 온다. 다만 그 밀물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느냐가 문제다. 이 책은 그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이런 책이 필요하다. 막연한 불안보다는 구체적인 현실 인식이,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큰 힘을 주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wlXlcdK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