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0월 17일_모든 시작은 매우 작다
작은 불편함이 만드는 행복
오늘은 멋진 날이 될 거다.
왜냐하면 아침에 일어나며 스스로에게 그렇게 외쳤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갱년기를 지나오고 있는 건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의 나쁜 버릇들이 모여서 그랬던 건지. 극심한 불안과 건강 이상 속에 늘 아침이 두려웠다. 출근도 미팅도, 심지어 섭식장애와 체온조절 기능마저 무너져 남들 모두 반팔 입고도 덥다는 사무실에 혼자 한겨울 플리스 지퍼를 목까지 올리고 이번 여름을 보냈다.
건강검진을 하고 재검을 하고, 병원을 옮기며 우여곡절을 겪으며 참 많이도 후회하고 걱정하고 괴로웠다. 그런데 나의 현재 위치와 상황, 그리고 상태를 확인하고 마음을 먹고 바꿔보자 용기를 낸 후, 한 달 사이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물처럼 마시던 술을 끊었고 알코올 금단 현상도 끝났다. 약물 치료를 하며 증상들이 호전되고 있고, '5분 달리기'라는 목표 아래 최소 일주일에 4번은 30분 이상 땀 흘리며 운동하니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정보를 통해 아침 찬물 샤워, 자기 전 미온수 샤워를 실천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저녁에는 노곤히 잠이 잘 오고, 아침에는 각성 효과가 있는지 정신이 맑아지고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미온수 샤워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른 아침 시기적으로 추워지는 요즘 아침 냉수 샤워는 용기를 좀 내야 했다. 나는 원래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찬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40년 넘던 버릇도 루틴과 조금의 용기로 바꿔보니 할 만하고, 익숙해지고, 좋아지고 있다.
최근 며칠 비가 오고 맑게 개기를 반복하며 하늘은 높아지고 가을은 무르익고 있다. 그 공기가 좋아서, 혹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아니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5분 달리기는 빼놓을 수 없다. 땀을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하면 멋진 하루의 준비가 끝난다. 기분 좋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루틴이 만드는 마법
이렇게 삶의 태도를 바꿔가며 좋은 루틴을 만들면 인생이 풍성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구겨진 이불이다. 그리고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냥 나중에 하지, 뭐." 그 순간 나는 언제나 갈림길에 서 있다. 5초면 끝날 일을 뒤로 미루고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그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불을 개는 것으로 하루를 열 것인가.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나 특별한 순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행복은 이렇게 작고 불편한 선택들의 축적 속에 숨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편안함을 사랑한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것,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것, 운동을 내일로 미루는 것. 이 모든 선택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편안함만을 좇던 날들을 돌아보면 뭔가 텅 빈 느낌이 든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는데도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반대로 기억에 남는 날들을 떠올려보면, 그건 대부분 조금 불편했던 날들이다. 일찍 일어나 조깅을 했던 아침, 미루던 책상 정리를 끝냈던 주말, 용기 내어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순간들. 그날 밤, 베개에 머리를 대면 느껴지는 그 묘한 충만함. "오늘 나, 괜찮았어"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 그게 진짜 행복이었다.
그것들이 바로 불편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었다.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 변화
내 변화는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불 개기. 처음엔 정말 귀찮았다. 2분도 안 걸리는 일인데 왜 이렇게 하기 싫은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주일을 버티자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이상하게 다른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작은 성취의 힘'이었을까. 그 작은 승리가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다. 어제 입고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그때그때 했다.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았다.
놀라운 건, 이런 별거 아닌 작은 것들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내 삶 전체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 후, 나는 매일 아침 30분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에 책을 30분씩 읽고, 저녁엔 10분간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우리는 '원래' 어떤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만드는 사람이 된다. 매일 이불을 개는 사람은 정돈된 사람이 되고,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은 독서하는 사람이 되고, 매일 운동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된다. 정체성은 선택이 아니라 습관에서 온다.
친구 하나는 매일 출근 전 15분씩 외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1년 후 그는 업무에서 외국어 자료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승진 기회를 얻었다. 또 다른 동료는 매일 저녁 잠들기 전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6개월 후 그는 전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엔 다들 "불편하고 귀찮다"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불편함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우리는 불편함을 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피해야 할 것, 없애야 할 것으로.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근육이 자라는 것도, 기술이 늘어나는 것도, 인간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모두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불편함은 성장통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그 뼈가 아픈 통증처럼, 우리가 더 나은 사람으로 자라날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신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신호를 위험 신호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불편해. 그만둬야 해"가 아니라 "불편해. 내가 자라고 있구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진다.
역설적이게도, 루틴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언뜻 생각하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얼마나 따분할까 싶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좋은 루틴이 자리 잡으면, 우리는 더 이상 "이불을 갤까 말까", "운동을 할까 말까", "공부를 할까 말까"를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다. 자동으로. 그리고 그 절약된 의지력과 에너지를 정말 중요한 결정과 창의적인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아침에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기 위해 매일 비슷한 옷을 입었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그들은 사소한 결정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루틴을 선택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이불을 개는 게 자동화되면, 그 결정에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물론 나도 자주 실패한다. 너무 피곤해서 이불을 개지 못한 날도 있고, 책을 읽지 못한 날도 있다. 그럴 때마다 예전의 나는 "역시 안 되는구나"라며 모든 걸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하루 이틀 못한다고 모든 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루틴은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방향이다. 북극성처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다. 다시 그 별을 바라보고 방향을 잡으면 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나에게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내일 아침, 가장 먼저 할 작은 일은 무엇일까? 이불을 개는 것일 수도 있고, 컵 하나를 제자리에 놓는 것일 수도 있고, 스트레칭 한 동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5분도, 아니 1분도 안 걸리는 아주 작은 것. 그 작은 불편함이 당신을 두렵게 할 수도 있다. "이게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그리고 적어도 내경험을 믿어도 좋다.
그 작은 시작이 인생을 바꾼다. 진짜다. 돌이켜보면, 행복은 늘 거기에 있었다. 거창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냈다는 작은 만족감 속에. 정돈된 공간에서 느끼는 평온함 속에. 꾸준히 쌓아온 무언가를 돌아볼 때 느끼는 뿌듯함 속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좋은 루틴을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가장 큰 투자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에게 조금의 불편함을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 투자는 언제나 복리로 돌아온다.
오늘 밤, 당신이 베개에 머리를 대고 "오늘 나, 괜찮았어"라고 속삭일 수 있기를. 그리고 내일 아침, 그 작은 불편함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기를. 그렇게 하루하루, 당신만의 아름다운 루틴이 인생을 채워가기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일 아침, 당신이 개는 이불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오늘도 약속을 지켜내며 금요일 밤을 맞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