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0월 25일_작은 기쁨의 힘

SSODANIST 2025. 10. 2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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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하루 종일 청명하다.
기온: 최저 11도, 최고 18도.


토요일 아침. 햇살이 느리게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어제보다 늦게 일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죄책감부터 밀려왔을 것이다. "벌써 이 시간이야?" 하며 서둘러 무언가를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마음이 조용하다.

커피를 천천히 내리고, 창밖을 바라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부서진다. 이게 다인 듯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40대 후반을 살며 깨달은 것이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그건 이 평범한 토요일 아침, 커피 향과 햇살 사이 어디쯤 있다는 것.


🌤 멈춰야 보이는 것들

평일엔 늘 바쁘다.

출근길에 오르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마음은 쉬지 않는다. 회의, 메시지, 일정표.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쌓이고, 마음은 늘 한발 앞서 달린다. "다음엔 뭐지? 그다음엔?"

그렇게 2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가슴이 조이고, 숨이 가빠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공황장애.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약해진 것 같아 창피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건 약함이 아니었다. 멈추라는 몸의 간절한 신호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간다면, 천천히 걷는 것이 가장 큰 저항이다."

 

그래서 나는 멈추기로 했다. 매일 5분씩 글을 쓰고, 5분씩 달리기로 했다. 누군가에겐 너무 짧은 시간이겠지만, 나에겐 하루를 되찾는 시간이다.

그리고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을 발견했다. 늦은 아침의 햇살, 조용히 끓는 주전자 소리, 창밖을 스치는 바람의 결. 이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의 일상을 다시 '살아 있는 시간'으로 돌려놓는다.


🌿 행복은 감각의 복원이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가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큰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고, 더 인정받아야 행복할 거라고. 그런데 이상했다. 목표를 이뤄도 만족감은 금방 사라졌다. 행복은 늘 다음 목표 너머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공황이 찾아온 후, 나는 다시 배워야 했다. 행복이 무엇인지를.

행복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었다. 그건 감각이 살아나는 순간에 찾아왔다.

  • 커피 향이 진하게 느껴질 때
  •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이 가슴에 닿을 때
  • 책 속 한 문장이 마음을 멈추게 할 때
  • 아침 공기가 얼굴에 닿는 그 순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썼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다. 더 잘해야 한다고,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느리게 달린다. 5분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발이 땅에 닿는 그 감각,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리듬이니까.

그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아, 지금 좋다"는 감각의 회복이다.


🌻 기쁨은 노력의 반대말이 아니다

예전엔 기쁨이란 게 노력의 반대에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지 않고, 편하게 쉬어야 행복할 거라고. 하지만 꾸준함을 배우며 진짜 기쁨은 꾸준함의 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매일 5분씩 글을 쓰고 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날은 하기 싫다. 몸이 무겁고,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운동화 끈을 묶고 나가는 순간, 뭔가 달라진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글이 떠오른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작은 실천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걸, 나는 이제야 몸으로 안다.

열심히 살아온 날들 덕분에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하루의 리듬 속에서 감사할 수 있게 됐다. 공황이 찾아올 때도, "괜찮아, 이것도 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결국 작지만 선명한 기쁨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선물 같다.


☕ 오늘의 다짐

오늘은 잘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다.

그냥 느리게, 천천히, 기분이 이끄는 대로. 잠깐 걷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좋은 글 한 줄을 곱씹는 것으로 충분하다.

 

작가 앤 라모트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 조금씩만 써라. 완벽할 필요 없다. 시작만 하면 된다."

 

당신도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불안하고, 두렵고, 앞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자.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다는 것. 오늘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 자체가 작은 승리라는 것.

작은 루틴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5분이든, 10분이든, 당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보자. 걷거나, 쓰거나, 숨 쉬거나. 무엇이든 좋다.

"삶의 의미를 찾지 말고, 삶의 향기를 느껴라."

오늘은 의미보다 향기로 살아보자.

당신이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우리 함께 걸어가자.


P.S. 오늘도 5분 썼고, 5분 달렸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괜찮다. 내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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