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잉여인간으로 다시 하루를 보냈다.
백수 생활을 잘 지내고 있다는 뜻도 있지만
몸이 아프니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삼시 세끼 죽 먹고 약 먹고 누워서 자다 깨다
핸드폰 잠시 보고 TV도 틀어보고
물 마시고 화장실 들락거리고
정말 뭐하나 세상에 도움 안 되는
완벽한 잉여인간의 삶을 살았다.
돌아보면 이렇게 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해보니 아주 쉬울 것 같은데
이것도 쉽지도 않다.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고
의식의 흐름대로 살 수도 있겠는데
복잡한 머릿속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있다면 꺼버리고 싶을 정도로
몸은 아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나
머릿속은 복잡하고 뭔가 계속 생각하고 있다.
가만 돌아보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무슨 걱정을 했었는지도 모를
그냥 아주 사소한 것들인데
마치 중요한 것 들인 것처럼 머릿속에 꼭 붙들어 놓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커가면서 주위에서 어른들이
생각의 중요성과 마인드컨트롤 등을 강조한 것 같다.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어른이다
나부터도 인생의 반을 살아왔지만 내 생각이 온전한 내 것이 아닌 듯하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고
책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단순히 감정이나 의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반응하고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하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뾰족함이 없어야 한다.
얼마나 노력하고 수양을 해야
성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도 '내강외유'
겉으로는 한없이 편안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고뇌를 겪고
엄청난 생각의 소용돌이가 일었지만
참아내고 티 안 내는 방법을 터듯 했던 것은 아닐까?
할 생각만 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흘려보내는
좋은 필터를 머리와 마음속에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겠는데
결국 그 필터는 경험과 공부 지식 등이 쌓여 만들어질 것이다.
이 필터의 중요한 요소가 바로 비판적 사고와 자기 성찰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정보와 의견에 노출된다.
이때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고
개선할 점을 찾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다.
이런 과정들을 잘 격고 나면 생각과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은 생기려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서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버릴 건 버리고
녹슨 건 닦고 기름 쳐서
다시 재자리에 정리해서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만보는 걸으려고 노력을 하고 살았다는데
몸이 아파 밖으로 한 발자국 안 나가니
어제하루 360걸음을 걸었다.
집안에서 전화기 들고 화장실 주방 침실
왔다 갔다 한 거리 치고는 그래도 좀 위안이 된다.
아프면 정말 악화일로의 길을 생기는 것 같다.
아파서 누워있으면 운동을 못하고
운동을 못하면 근육량이 줄고
근육량이 줄면 또 몸이 약해 병에 취약해지고
그래서 아픈 데는 장사 없다고 하는 것이고
장기 병치례에 효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몸은 분명 아픈데 이런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난다.
정말 이 악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아야겠다.
이 생각을 약기운에 졸며 깨며 10번은 했던 것 같다.
나는 아프고
방구석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세상은 그런 거 1도 관심 없이 너무도 푸르고 아름답다.
괜히 저 아름다운 세상에 갈증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깐 이렇게 아픈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더 아프면 어떤 생각이 들지 끔찍하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안은 잘 살아야 한다.
결국 죽은 사람만 불쌍하고..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
똥물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누구나 잊힐 시간이 온다.
그러니 잊히기 전까지는 잘 살아야 한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센티해졌다.
이래서 밤중에 글을 쓰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밤중에 써놓은 글은 다시는 안 읽는다.
그 오글거림과 형편없는 개똥감성... 어쩔 거야.
낮에는 저렇게 찬란했고 밤이 되니 시원하다
낮에도 밤에서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더운지도 시원한지도 모르겠다.
에어컨도 안 틀고 전혀 덥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파서 오한이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선풍기를 좀 틀었더니 무척이나 추워서 살이 아렸다.
이번 병은 좀 별난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이 술 때문인가 잠시 생각을 해본다.
다시 술을 끊어야 하나라는 심각한 고민을 한다.
뭔 일만 생기면 술탓을 하고 있으니
술도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술이 뭔 죄겠는가 마시고 탈 나는 놈이 나쁜 놈이지
기원전 10,000년 전부터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술이
그렇게 모든 것의 원인이었다면
지금까지 술이 남아있을 리 없다.
먹는 놈이 잘 먹고 잘 소화해야 한다.
그러니 술은 문제가 아니라고 단정 지어 본다.
그다음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 스트레스다
보통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를 살며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일상적인 요소가 되었다.
직장, 가정, 인간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단순히 일시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듯하다.
스트레스는 신체의 여러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소화기 문제, 두통, 근육통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지속적인 분비는 체내 염증을 증가시키고
이는 만성 질환의 발병과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염증증가.. 이게 원인 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놈의 더 나쁜 점은 몸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정말 큰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불안,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내가 불면증 환자로 일 년간 살아보니 정말 지옥 같다.
의욕도 없고 늘 피곤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리고 현재의 장염이 오기 전에 불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러한 정신 문제는 다시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은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럼 답은 나온 것 같은데
그 스트레스의 원인을 잡아야 하는 게 그게 쉽지가 않다.
늘 여기서 막힌다.
생각에게 휴가를 좀 주어야겠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비행기표 끊어서 뇌만 따로 여행을 보낼 수도 없고 참 어렵다.
이것의 방법을 알 때쯤 되면 다른 것들도 다 이해하는
좋은 어른이 되어있으려나....
답은 얻지 못하지만 이렇게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나를 그래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글인 것 같다.
주저리 주저리 벌써 새벽 02:00가 되어간다.
오늘도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고
좋은 꿈을 꾼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야지
내일은 가벼운 몸상태로 일어나서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모두들 오늘하루 고생 많았다.
심신의 건강과 내일의 행복을 기원한다.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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