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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 생각203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는 시간 시계가 23시 10분을 가리킨다. 11월의 마지막 날, 12월을 맞이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0분.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은 단순한 날짜의 경계가 아니다. 334일 동안 써 내려온 삶의 기록을 되돌아보고, 마지막 한 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생각하는 순간이다. 지난 11개월을 돌아본다. 이루지 못한 계획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작은 성취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함께 웃었던 날들, 혼자 깊은 시름에 잠겼던 밤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수고했다고, 잘 버텨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기까지가 아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날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경험으로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첫 장의 설렘도 좋지만, 마지막 페.. 2025. 11. 30.
타인의 비수를 내 심장에 꽂는 건, 결국 나였다 타인의 비수를 내 심장에 꽂는 건, 결국 나였다멀쩡하던 밤을 기어이 망쳐놓는 데는 딱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그래, 고작 그 인간이 던진 무심한 말 한마디면 됐다. 상대는 이미 코 골며 잘 텐데, 나는 왜 이 거지 같은 말을 밤새 리플레이하며 홀로 고통받는가.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내가 눈치가 없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같은 되도 않는 질문들을 머릿속에 돌려가며 스스로를 난도질한다. 침대에 누워서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 장면이 재생된다. 감독판, 확장판, 디렉터스 컷까지 전부 다.이 정도면 사실상 자해 아닌가? 어디선가 '늘 비수를 들고 있는 건 상대방이지만, 그것을 내 가슴에 꽂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말을 본적이 있다. 처음에.. 2025. 11. 30.
헐과 대박으로 줄어든 우리의 감정 표현 헐과 대박, 그 납작해진 세계에 대하여어느덧 사십 대 후반, 인생의 허리를 지나고 있다. 돋보기를 찾을 나이가 되었으며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가끔은 현기증 나게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특히 거리에서, 카페에서 들려오는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묘한 이질감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오곤 한다.놀라도 "헐", 기뻐도 "대박", 슬퍼도 "헐", 맛있어도 "대박". 마치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이 두 단어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빈곤해진 언어, 가난해진 마음얼마 전, 아끼는 후배 녀석을 오랜만에 만났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청첩장을 내밀며 결혼 소식을 전하는 그 녀석 앞에서,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속에서는 뭉클함과 대견함,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 같은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그.. 2025. 11. 30.
30년 충성 고객이 현대카드를 손절하는 진짜 이유 디자인 왕국의 몰락, 그리고 예견된 이별"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였던가.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더니, 내 20년 순애보가 이렇게 막을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첫사랑, 그 강렬했던 M의 추억이야기는 바야흐로 내가 갓 성인이 되었던 19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길바닥에 좌판을 깔고 대학생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주던 그 야생의 시절, 나는 현대카드라는 세련된 연인을 만났다. 남들은 경품 따라 철새처럼 카드를 바꿀 때도 나는 지조 있는 선비마냥 현대카드만 고집했다. 투박한 M카드로 시작해 강렬한 붉은 빛의 '레드(Red)'를 지나, 마침내 나름 보랏빛 귀족 '퍼플(Purple)'에 안착하기까지. 나의 경제 활동은 곧 현대카드의 역사였다. 연 5~6천만 원을 긁어대며 연체 한 번 없었던 나는, 자칭.. 2025. 11. 29.
흔들리는 것과 붙잡는 것 🌊🚢🚣‍♀️🛳️🛥️흔들리는 것과 붙잡는 것바람은 단 한 번도내게 길을 묻고 불어온 적 없었다저마다의 방향으로 휘몰아치는 세상내 뜻대로 되는 바람은 한 줄기도 없었다그러나 나는 오늘도묵묵히 돛을 다시 매단다출렁이는 것은 바다이고요동치는 것은 나를 에워싼 풍경일 뿐내가 꽉 쥘 수 있는 유일한 밧줄은언제나 내 손안에 있었다고요히 책 한 장을 넘기며거친 숨을 차분히 고르고짧은 길을 천천히 걸으며들뜬 마음을 나지막이 가라앉히는 일닿을 수 없는 폭풍을 탓하며소진되기보다내가 어루만질 수 있는오늘의 작은 리듬을 선택하겠다그 작고 단단한 고요가등 뒤를 떠미는 순풍이 되어 나아가니세상이 아무리 거칠게 흔들려도나는 나의 속도로, 나는 나의 파도로 간다2025 11월 20일SSODANIST 2025. 11. 27.
새벽이오고 태양이 뜬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창턱에 내려앉는 시간,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른다. 밤새 소란스러웠던 생각들이 가라앉고, 아직 아침의 소음이 시작되지 않은 이 경계의 시간. 우리는 이것을 새벽이라 부른다.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이 시간은 과묵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새벽빛은 우리에게 어젯밤의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제 계획한 일은 다 마쳤는가?“, ”어제의 실수는 수습했는가?“라며 채근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어둠을 밀어내고 자신의 자리를 비워 빛에게 내어줄 뿐이다.우리는 종종 어제의 실패를 이불처럼 뒤집어쓴 채 잠에서 깬다. 후회라는 감정은 끈질겨서, 눈을 뜨자마자 마음 한구석을 쿡 찌르곤 한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 다가오는 아침.. 202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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