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빨리가는 이유
새로운 경험의 부재(不在)가 시간을 가속하는 엔진이 된다뇌의 서랍장이 비어 더 이상 기억할 것이 없다면시간은 미끄러지듯,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흘러간다. 어릴 적의 시간은 느린 물결이었다.아침 햇살, 낯선 골목, 깨달음의 순간까지 매일이 새로운 지평(地平)이었다기억의 무게가 시계의 바늘을 늦추었다매 순간이 우주였고, 삶은 두꺼운 책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반복되는 시계추의 리듬, 제자리걸음의 궤도출근길의 풍경도, 커피의 맛도, 결말을 아는 영화처럼, 매일이 어제와 같다익숙함이라는 안락한 감옥 속에서 뇌는 더 이상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익숙함이 굳어질수록, 시간은 빛처럼 가벼워져 달려나간다인생의 두께는 얇아지고, 페이지는 텅 빈 채 빠르게 넘어간다우리는 잊혀간다, 이 속도의 끝에서 무엇이 나..
2025.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