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함이라는 적
사십 대 후반의 어느 가을 아침, 거울 앞에 선 나는 낯선 사람을 보았다. 백발이 늘어난 것도, 주름이 깊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 눈동자였다. 어디선가 빛이 꺼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등불처럼, 심지가 타들어가듯, 내 안의 무언가가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었다. 몸의 노쇠는 예견된 비극이다. 무릎은 낡은 경첩처럼 삐걱거리고, 계단은 어느새 산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견딜 만했다. 진짜 두려운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마음이 돌처럼 무거워지는 것.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려도, 봄꽃이 만발해도,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도,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 것. 무기력함은 그렇게, 소리 없이 내 영혼의 문을 닫아버렸다. 젊은 날의 나는 불꽃이었다. 세상이 무대였고, 나는 주인공이었다. 밤하늘의 별들도 따올 수 있을..
2026.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