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청명하지만 아침저녁 쌀쌀하다.
기온: 최저 3도, 최고 17도
삶은 늘 예측을 벗어난다.
아침에 세운 계획은 점심 전에 무너지고, 다짐한 마음은 저녁이 되면 흔들린다. 사람의 마음은 물처럼 흘러 그때그때 다른 방향으로 새어 나간다.
그럴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붙잡으려" 했다. 흐름을 통제하고, 모양을 맞추려 애썼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예측하고, 관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할수록 삶은 더 멀어졌다. 손아귀에 꽉 쥔 모래알처럼, 힘을 주면 줄수록 더 빠르게 빠져나갔다.
브루스 리의 "Be water, my friend." 물이 되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냥 그런 격언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 몇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 어두운 밤들을 지나면서, 나는 비로소 진짜 강함은 버티는 힘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몸을 맡길 줄 아는 부드러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유연함은 포기가 아니다
며칠 전 달리기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가슴이 뛰고,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오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폐가 타는 듯했고, 다리는 떨렸다.
그때였다. 한 노인이 천천히 나무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허리는 굽었고, 걸음은 느렸지만, 그분의 동작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마치 근육이 아니라 '호흡'으로 움직이는 사람처럼.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 몸을 좌우로 기울이는 그 움직임에는 저항이 없었다. 그저 흐름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분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젊은 사람은 힘이 세서 부러지고, 늙은 사람은 힘이 없어도 부드럽게 버팁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슴에 박혔다.
나는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늘 강하려 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완벽하게 해내려 하고, 속도를 높였다. 아파도 참았고, 힘들어도 버텼다. "남자니까", "가장이니까", "아직 젊으니까"라는 이유로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러다 부러졌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숨이 막혔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안이 엄습했고, 밤이면 잠들 수 없었다. 그러한 힘듬속에서 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강함'이 사실은 '경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을 때는 딱딱하고 강하다. 풀과 나무는 살아있을 때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죽으면 마르고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딱딱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유연함은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음의 증거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사람의 마음은 물결처럼 출렁인다. 그 흐름을 막는 대신, 그 안에서 리듬을 찾는 감각. 그것이 바로 유연함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혜다.
🪶 일과 관계의 리듬을 듣는 법
회사에서 일할 때, 또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예전에 늘 '이기려' 했다. 내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내 방식대로 일을 진행하려 했다. 상대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내 다음 말만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조율'이라는 것을 안다.
재즈 연주를 보면, 각자의 악기가 제멋대로 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조화가 있다. 피아노가 앞서 나가면 베이스가 받쳐주고, 드럼이 강해지면 색소폰이 한 박자 물러선다. 그들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있다.
대화도, 일도 마찬가지다. 리듬을 거슬러 내 주장만 앞세우면 결국 소음이 된다. 하지만 한 박자 늦춰 들어가면, 그것은 음악이 된다.
얼마 전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후배가 내 제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예전의 나라면 즉시 반박했을 것이다. 논리로 무장해서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로, 대화의 물결이 바뀌었다. 후배의 눈빛이 달라졌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놓친 부분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는 더 나은 결론에 도달했다.
유연함이란, 내 속도를 잠시 늦출 줄 아는 용기다. 말을 덜 하고, 마음을 조금 더 듣고, 때로는 침묵으로 대화하는 태도. 그 부드러움 속에 관계는 자라고, 일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말했다. "나무는 굽히지 않으면 부러진다."
나는 더 이상 부러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함께 흔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 흐름을 타는 삶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제 몇 주째다. 처음에는 오 분도 견디기 힘들었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다. "나는 달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 뭔가 달라졌다. 달리는 중에 갑자기 호흡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억지로 숨을 쉬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리듬을 찾았다. 발이 땅을 차는 속도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리듬이 맞아떨어졌다. 그때 달리기도 결국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다. 호흡이 꼬이면 결국 멈춘다. 하지만 리듬을 읽으면 오래 달릴 수 있다. 숨이 차면 속도를 조금 늦추고, 호흡이 돌아오면 다시 속도를 높인다. 몸의 신호를 듣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삶도 그렇다.
어떤 날은 전력으로 달려야 하고, 어떤 날은 잠시 걸어야 한다. 멈춘다고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다음 리듬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썼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고난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공황장애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 싸우지 않고, 인정하고, 그 흐름 속에서 내 리듬을 찾아가는 것.
마치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파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위에서 균형을 잡고 춤출 수는 있다.
🌾 오늘의 명상
오늘은 내 마음이 어디서 막히는지 살펴본다.
일의 흐름인가, 사람의 감정인가, 아니면 내 욕심인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인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갈증인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인가.
그것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들여다본다. 마치 호수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듯, 판단 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본다.
"나는 오늘,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보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 약해 보여도 괜찮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삶은 직선이 아니다. 굽이치는 강물처럼 흘러가며 우리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때로는 급류를 만나고, 때로는 고요한 소를 지난다. 바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하고, 넓은 들판을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강물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저 흐른다. 자신의 리듬으로.
유연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면, 내일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그것이 결국 오래 달리는 법이다.
사십 대 후반 심각한 심적 고통을 마주하며 강함은 딱딱함이 아니라 유연함에서 온다는 것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 진짜 힘이라는 것을 비로소 배우고 있다.
대나무는 눈의 무게에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버드나무는 폭풍에 흔들려도 뿌리째 뽑히지 않는다. 물은 가장 부드럽지만, 결국 바위를 뚫는다.
나도 부드럽게 흐르지만,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약해 보이지만 결국 바위를 뚫는 물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오늘도 오 분을 쓰고, 오 분을 달린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그저 멈추지 않으면 된다.
유연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이것이 내가 찾은 오래 잘 살아가는 법이다.
"가장 높은 선함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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