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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0월 31일_고요가 말해주는 것들

by SSODANIST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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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기온이 좀 올라 춥진 않은데 미세먼지가 출현했다.

기온:최저 8도, 최고 19도


10월의 마지막 밤.

창문을 살짝 열자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낮에는 햇살이 따뜻했는데, 밤이 되니 온기가 빠져나간다. 공기가 다르다. 9월의 바람과는 확연히 다른, 11월을 예고하는 차가움이다.

그 온도차가 계절의 경계를 알려준다.

조용히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본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제 시간에, 제 속도로 땅으로 돌아간다.

오늘따라 유난히 세상이 조용하다.

평소라면 들리던 배달 바이크 소리도, 사람들의 목소리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도 잦아들었다. 달력 한 장이 저물어가는 날,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다.

한 달의 끝은 언제나 이렇다. 반성과 정리, 그리고 작은 아쉬움이 뒤섞인 시간이다.

나 역시 마음의 볼륨을 내리고 조용히 오늘 지난 한달과 한주그리고 하루를 천천히 되짚는다. 10월 1일부터 오늘까지서른한 개의 날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 고요는 늘 늦게 찾아온다

하루 종일 이어진 소음 속에서도 고요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회의실의 논쟁, 키보드 치는 소리, 전화벨 소리, 지하철의 안내 방송, 거리의 경적 소리. 우리는 소음의 바다에서 헤엄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귀를 막을 틈이 없다.

다만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이다.

회의의 잔소리 속에도, 도시의 바쁜 숨결 속에도, 잠깐 멈추면 내면에서 내는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블레즈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맞다. 우리는 고요를 두려워한다.

조용해지면 들리는 것들이 있다. 내가 피하고 싶었던 생각들,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들, 직면해야 할 현실들. 그래서 우리는 소음 속으로 도망친다. TV를 켜고, 음악을 틀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공황장애를 처음 겪었을 때가 그랬다.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웠다. 조용해지면 불안이 밀려왔다. 심장 박동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고, 숨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졌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나는 늘 무언가를 했다. 일을 했고, 사람을 만났고, 술을 마셨고, 영상을 봤다. 멈추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것도 안되면 커튼으로 방을 암흑으로 만들고 약을 먹고 누워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어느 날 모든 소음이 사라지면 나는 나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과 소음으로 고요를 덮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은 혼자만의 시간이 온다.

소란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진짜 '나'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는 피곤하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외롭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

회피가 아니라 직면, 도망이 아니라 용기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었다. 

틱낫한 스님의 말이 이러한 상황과 아주 잘 맞느다.

"고요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언제나 거기 있었다. 우리가 듣지 않았을 뿐."

오늘도 아침부터 갑자기 증세가 시작되었다. 땀을 뻘뻘흘리며 약을 먹었고 회의를하고 매일처럼 직원들을 만나고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견뎌내었다. 5분만 가만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에 소리를 듣는것이 큰 도움이 된다. 


🕯 멈춤은 포기가 아니다

예전엔 멈추는 게 두려웠다.

쉬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면 잊힐 것 같았다. 경쟁 사회에서 멈춤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있을 텐데, 나만 제자리에 있으면 어떡하나.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렸다. 아파도 참았고, 피곤해도 버텼고, 몸이 신호를 보내도 무시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결국 쓰러졌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거의 한 달간 연휴를 포함해 휴식을 취했때, 나는 처음으로 '진짜 멈춤'을 경험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일찍 잠드는 일상. 처음 며칠은 불안했다. 이렇게 있어도 되나? 일은 괜찮나?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을까?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수면이 좋아졌고, 식욕이 돌아왔고, 오랜만에 책이 읽혔다. 산책하면서 보는 하늘이 아름다웠고, 커피 향기가 새롭게 느껴졌고, 새소리가 들렸다. 그때 깨달았다. 멈춤은 도망이 아니라 회복이다.

4개월 동안 7kg이 넘게 빠졌던 몸무게가 서서히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브레네 브라운은  "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우리는 쉬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숨을 고르지 않으면, 오래 달릴 수 없다. 달리기를 할 때도 그렇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쉬지 않고 달리려 했다. 숨이 차도 버텼다. 하지만 그러면 금방 지쳐서 멈췄다. 지금은 다르다. 숨이 차면 걸음을 늦춘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면 잠시 걷는다. 호흡이 돌아오면 다시 달린다. 그렇게 하면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밤에 불을 줄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나는 어디까지 와 있었지?"

"내일은 어디로 가고 싶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뭘까?"

그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된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흔들렸던 마음이 중심을 찾고, 막연했던 불안이 구체적인 언어를 얻는다.

10월의 마지막 밤, 나는 이렇게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고요 속에서 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답을 기다린다.


🌾 고요는 방향을 알려준다

가끔은 아무 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드러난다.

소음 속에서는 모든 것이 급해 보인다. 모든 메일이 중요해 보이고, 모든 미팅이 필수처럼 느껴지고, 모든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고요 속에서 다시 보면, 그중 절반은 사실 그렇게 급하지 않다. 어떤 것은 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것은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아예 필요 없는 일이었다.

 

소음 속에서는 방향을 잃기 쉽다.

나침반을 꺼내도 바늘이 흔들린다. 너무 많은 자기장, 너무 많은 간섭. 어디가 북쪽인지 알 수 없다.

고요 속에서는 나침반이 작동한다.

간섭이 사라지면 바늘이 안정된다. 그리고 명확하게 방향을 가리킨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보다, 무엇을 이제 내려놓을지. 10월의 끝은 그런 걸 가르쳐준다.

이 한 달 동안 나는 많은 것을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람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달리고, 썼다.

하지만 고요 속에서 돌아보니, 정말 중요했던 것은 몇 가지뿐이었다.

매일 아침 달리기. 매일 저녁 글쓰기. 가족과의 저녁 식사. 친구와의 진솔한 대화. 혼자만의 명상 시간.

그 외의 많은 것들은 사실 소음이었다. 필요해 보였지만 꼭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 급해 보였지만 실은 미룰 수 있었던 것들.

어디선가 본 글처럼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독 속에서만 우리는 진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11월이 시작되면, 나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 10월이 내게 남긴 것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달리기를 쉰 날도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또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글이 잘 써지지 않던 날도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서, 또는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날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완벽하게 달린 날만이 아니라, 겨우 걸었던 날도. 훌륭한 글을 쓴 날만이 아니라, 몇 문장만 끄적인 날도.

모든 날이 의미가 있었다.

'잘한 하루'보다 '진심으로 살았던 하루'가 더 오래 남는다.

10월 초에 조직을 이동하고 다시 출근 하기전날 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일 아침, 불안이 심하게 왔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누구와의 인사도  완벽하지 않았다. 몇 번 말을 더듬었고, 인사말을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떨리는 손을 그대로 인정하며 새로운 조직에서 조금 긴장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안픈걸 알았던 동료가 와서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마디 건냈다.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완벽함보다 진심. 성과보다 과정. 결과보다 용기 그게 이달의 마지막 날, 내가 내게 주는 칭찬이다. 다시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용기를 주는 이들이 있어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사회로 돌아가게 되있다. "10월의 나에게, 수고했다. 완벽하지 않았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넘어졌어도, 다시 일어났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위로를 하고 싶다.


🍵 오늘의 명상

불을 끄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한 달을 떠올려본다.

누군가와의 대화. 친구가 힘들어할 때 들어주었던 그 오후. 아내가 웃었던 순간.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던 저녁 식사 시간.

하루의 성취. 마침내 해결한 문제. 클라이언트의 감사 메일. 오래 미뤄두었던 일을 마무리했을 때의 후련함.

그리고 잊지 못할 작은 순간들. 달리기 중에 본 일출. 카페에서 마신 완벽한 커피. 창밖으로 본 빗방울.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모두 고요 속으로 흩어지지만, 그 여운은 내 안에서 여전히 반짝인다.

 "말해보라, 네가 이 단 한 번의 귀하고 귀한 삶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여름날이라는 시의 문구가 떠올랐다.

나는 오늘, 이렇게 답한다.

"나는 진심으로 살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때로 넘어져도. 매일 깨어나 나 자신과 마주할 것입니다. 고요 속에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평범한 순간을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 고요는 말이 없지만, 늘 나에게 필요한 답을 알고 있다

10월의 끝에서, 나는 다시 고요로 돌아간다.

소음으로 가득했던 한 달. 바쁘고 복잡했던 나날들. 하지만 이 고요한 밤, 모든 것이 의미를 찾는다.

불안했던 날도, 힘들었던 순간도, 모두 나를 성장시켰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 배웠고, 넘어졌기에 더 강해졌고, 고통스러웠기에 더 깊어졌다.

창밖을 본다.

10월의 마지막 밤하늘 날씨가 흐려 매일 보이던 많은 별빛은 없지만 여전히 몇개의 별들은 도시의 불빛들속에서도 멋지게 빛나고 있다.

우리도 그렇다. 소음 속에서도, 혼돈 속에서도, 우리 안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고요 속에서 그 빛은 더 환하게 빛난다. 그리고 내일, 새로운 달의 첫 새벽에  다시 오 분을 달리고, 오 분을 쓸 것이다.

 

11월의 첫 걸음을 내디디며, 이렇게 다짐한다.

"조금 더 고요를 사랑하자. 조금 더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자. 조금 더 나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고요는 비어있음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충만한 상태다.

사십 대 후반, 공황장애와 함께 살며, 나는 여전히 고요를 견디는 법과 침묵과 친구가 되는 법 그리고 소음 없이도 존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늘도 나는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난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요함 속에 모든 답이 있다. 조용히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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