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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0월 30일_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by SSODANIST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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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기온이 좀 올랐다. 일교차가 크다

기온:최저 5도, 최고 17도


아침부터 일정이 어긋났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몸이 무거웠다. 어젯밤 불안한 꿈을 꾸었던 탓일까. 샤워를 하고 차를 우리는 동안에도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회의는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길어졌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의견이 갈렸다. 메일함에는 읽지 못한 메시지가 쌓여갔고, 오후에 해치우려던 일들은 하나도 손대지 못했다. 점심도 거르고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안 풀리지?"

그럴 때면 괜히 아침에 본 불길한 타로운세가 생각나고 마치 세상이 나를 방해하려는 것처럼 운이 없는 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계획이 틀어지는 날이야말로 삶이 나를 조용히 가르치는 날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바로 내가 마주해야 할 숙제였다.


🌧 삶이 흘러가는 방식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운다.

월요일에는 이것을 하고, 화요일에는 저것을 하고, 주말에는 쉬고. 프로젝트 일정을 짜고,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 실행 계획을 만든다. 그게 목표를 향한 길잡이라 믿기 때문이다. 계획이 있으면 불안이 줄어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그 계획의 바깥에서 일어난다.

누군가는 약속을 어기고,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늦어지고,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다. 중요한 미팅 직전에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가 오고, 완벽하게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한 달을 준비한 결과물을 제출하는 날, 큰틀에서 모든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원했다. 한 달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선택한다. "화낼 것인가, 아니면 흐름에 맡길 것인가."

예전의 나는 화를 냈다.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왜 하필 지금? 왜 나에게? 분노와 좌절 속에서 상황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감정이 판단을 흐렸고, 스트레스는 몸을 망가뜨렸다.

대부분의 문제는 흘려보내지 못해서 커진다.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다. 팔다리를 버둥거리고, 숨을 헐떡이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수영 교관들이 가르치는 첫 번째 원칙은 이것이다. "가만히 있어라. 몸을 맡겨라." 몸을 맡기면, 사람은 뜬다. 물의 부력이 우리를 떠받쳐주기 때문이다.

삶도 그렇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 몰입에는 "최고의 경험은 통제 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온다."고 말한다. 계획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새로운 흐름을 발견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난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을 배운다.


🪞 계획의 본질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는 하루'는 거의 없다.

회의가 취소되었다가 갑자기 다시 잡히고, 급한 일이 생겨 원래 하려던 일을 미루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져서 저녁까지 일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아침 계획을 세운다.

왜일까?

그것은 미래를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나침반을 생각해보자. 나침반은 정확한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바위가 어디 있는지, 강이 어디서 흐르는지, 어떤 산을 넘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북쪽이 저쪽이라고 방향만 가리킬 뿐이다. 

하지만 그 방향만 있어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는다. 돌아가더라도, 멈추더라도, 다시 그 방향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계획이 어긋났다고 해서 삶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속도가 바뀐 것뿐이다. 경로가 달라진 것뿐이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이렇게 썼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빨리 가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가는 것이 낫다."

며칠 전 부터 바뀐 방향으로 일의 방향을 틀었다. 한 달간 준비했던 제안서는 버리고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통찰은 남아있었다. 나는 새로운 방향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고, 오히려 더 나은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계획이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길로 간 것뿐이었다.

때로는 느림이 필요한 시기다.

공황장애를 앓으면서 빠르게 달리는 것이 항상 답은 아니라는 것을배웠다. 숨이 차면 멈춰야 한다. 심장이 뛰면 앉아야 한다. 불안이 밀려오면 가만히 그것을 바라봐야 한다.

잠시 멈춰야 다음 걸음을 정확히 딛을 수 있다.

속도를 늦춰야 방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 예상치 못한 순간이 나를 성장시킨다

돌이켜보면, 내게 가장 큰 배움을 준 날은 대부분 '계획이 무너진 날'이었다.

첫 사업이 실패했던 날. 3년을 투자했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던 날. 신뢰했던 동료가 회사를 떠났던 날. 건강검진에서 이상 신호를 받았던 날. 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던 날.

그때는 실패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협상이 결렬되던 날, 나는 화가 났다. 몇 주를 준비했는데, 왜 상대는 나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중요한 제안을 놓치던 날, 나는 자책했다. 내가 더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지던 순간들, 나는 상처받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그 사람은 떠나는가.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날들이 내 성장을 만들었다.

 

실패한 협상은 나에게 경청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놓친 제안은 더 치밀한 준비의 필요성을 알려주었다. 멀어진 관계는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했다. 공황장애는 나 자신과 화해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삶은 어긋남 속에서 우리를 조금 더 유연하게 빚는다.

 

렌 레너드 렉토르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짜 성장은 넘어졌을 때 '왜 넘어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계획이 어긋났을 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실패'로 볼 것인가, '배움'으로 볼 것인가. 같은 상황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한 프로젝트가 예산 문제로 중단되었다. 몇 달을 투자한 일이었다. 밤을 새워 기획하고, 팀을 설득하고, 클라이언트를 만났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공원을 걸었다.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걸으면서 차츰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답은 의외로 많았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 예산 관리의 중요성, 팀 커뮤니케이션 방법, 리스크 관리 전략.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지만, 배움은 남았다. 그리고 그 배움은 다음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했다.

계획이 무너지는 것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 오늘의 명상

오늘 계획이 어긋났다면, 그것은 잘못된 하루가 아니다.

삶이 잠시 '다른 길'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내가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것일 뿐이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껴본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렇게 말해본다.

"괜찮다. 오늘은 다른 속도로 가볼 뿐이야."

빠르게 가지 못해도 괜찮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말이다. "진정한 노력은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시 굴러 내려와도 다시 밀어 올리겠다고 결심하는 데 있다."

 

사십 대 후반, 공황장애와 함께 살며, 나는 매일 그 결심을 한다.

오늘 계획이 무너져도, 내일 다시 계획을 세울 것이다. 오늘 불안이 찾아와도, 내일 다시 호흡을 고를 것이다. 오늘 쓰러져도, 내일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삶은 직선이 아니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돌아가야 한다. 지그재그로 나아가기도 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길은 나를 나에게로 데려온다.

우회로처럼 보였던 길이 오히려 지름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는다. 실패처럼 보였던 순간이 사실은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은 인생이 나에게 숨 쉴 틈을 주는 방법이다.

생각해보면, 계획대로만 살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좁은 세계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뜻하지 않은 만남들이, 계획에 없던 경험들이 나를 더 넓은 곳으로 이끌었다.

공황장애는 내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성공보다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완벽함보다 인간다움이 아름답다는 것을.

 

오늘도 계획은 어긋났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것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이 어긋남 속에 숨겨진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오 분을 쓰고, 오 분을 달린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좋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멈추지 않으면 된다. 방향을 잃지 않으면 된다.

존 레논의 말처럼  "인생은 네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일어나는 일이다."

맞다. 인생은 계획 밖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계획에 집착하지 말자. 대신 흐름을 읽자. 변화를 받아들이자. 예상치 못한 순간을 환영하자.

그 순간들이 결국,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계획은 쓸모없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수다." —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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