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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6월 15일, 금주 167일째,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by SSODANIST 202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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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돌아보니 꽤 오랜 시간 비 오는 것도

불편해해야만 했던 인생을 살았다.

여하튼, 일기예보처럼 새벽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늦은 오전 시원하게 쏟아졌다.

그리고 잠시 더울 때도 있었지만 제법 시원한 하루를 보냈다.

최고 25도 정도면 딱 좋은 기온인 것 같다.

 

요즘은 비가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약하게 조금 올 수도 있을 것이고 

분위기 있게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늘 무언가에는 적당히라는 것이 있는데

요즘 비는 왔다하면 마치 전생에 원수라 도졌는지

머금도 있는 수증기를 모두 쏟아 낼 기세로 부어 버린다.

 

It’s pouring down

쏟아 붙는다는 저 표현이 너무도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갑자기 시작한 비는 짧은 시간 쏟아부어 놓고

언제나 그랬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기후 현상이 확실히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단 내렸다 하면 쏟아내는 물의 양도 많아지고

또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도 많아진다.

비단 비 내리는 모습뿐 아니라 폭염 양상도 변화한 것 같다.

동남아 스럽게 약간씩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동남아의 스콜이 일상이 될까 걱정이다.

 

아메바가 오랜만에 오후 일정이 없는 주말이다.

오전에는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바뀐 것은 사우나랑 서점이 빠져있는 루틴이다.

사우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다니지 않기로 했고

요즘 서평요청 책들이 제법 늘어나서 서점에서 책 읽을 여유가 없다.

이것도 일이 되면 안 되는데 전투적으로 읽고 있다.

한동안은 실제 서점보다는 온라인 서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오후에는 셋이 함께 미용실에 들러서 

남자 둘은 이발을 홍일점은 염색을 했다.

최근 머리를 점점 더 짧게 자르고 있는데

결국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전여자 친구와

다음번 방문에는 빡빡 한번 밀어볼까?라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오고 갔다. ^^;;

서서히 짧아지니 이 또한 어색한 것도 잊어버렸다.

무엇이든 한 번의 시도가 어렵지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 정말 밀수 있을까? ㅋ

 

미용실을 나와 무더위를 식힐 겸

롯데리아에 들러 소프트콘과 프랜치프라이를 함께 주문했다.

이 둘의 조합이 얼핏 안 어울려 보이지만 아주 궁합이 좋다.
나름 단짠의 조합과 이질감 있는 식감도 가미되어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뭐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잠시 에어컨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근처에 사찰에 잠시 들었다.

전 여자 친구는 모태 크리스천이고

(현재는 물론 믿음도 없고 교회를 안나 간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런데 일 년에 1~2번 정도는 근처의 사찰에

혹은 여행지의 사찰에 방문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탱화와 사천왕상 등 사찰의 분위기가 무섭다고

선뜻 따라나서지 않았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진_조선일보

https://place.map.kakao.com/435906253?referrer=daumsearch_local

 

대광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로185번길 30 (구미동 295)

place.map.kakao.com

 

특히 오늘 가본 분당 구미동의 대광사는

사실 사찰 자체가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고

관리도 잘되어 있으며 세련된 느낌이 있어

더욱 이전의 사찰에서 받았던 두려움이나 무서움은

더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하긴 저 좋은 위치에 저런 사찰이 있을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사찰은 늘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있는 느낌인데

여기는 너무 도심에 가까이 있어 좋다.

도심이지만 숲 속인듯한 그 느낌이 좋다.

 

https://m.snvision.newsa.kr/6704

 

[성남시 시정소식지 비전성남] 큰 빛의 도량, 대광사(大光寺) 동양 최대 목조건물 ‘미륵보전’

   ▲ 분당 신시가지 일부와 광교산이 속시원히 건너다보이는 대광사     © 비전성남완공후 수많은 발길 이어져 ▲ 화려하고 웅장한 다포형 건물인 미륵보전은 높이 33m에 달하는 동양 최대

m.snvision.newsa.kr

 

사찰의 중앙 미륵보전에는 17m의 대형 미륵대불이 있다.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어 사진 찍기 민망해서 사진은 매체 사진으로 대체한다.)

이 미륵보전은 동양최대 목조 건축물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볼 때는 늘 주위에서 보던 사찰의 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느낌이 달랐다.

미륵대불은 그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다.

 

적절하게 구름과 파란 하늘이 섞여 있는 하늘을 보며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풍경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종교라는 것이 꼭 믿음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마음이 편해지면 그것으로도 큰 역할이다.

늘 그랬듯 답답할 때는 사찰을 한 번씩 찾아야겠다.

 

집에 들어오기 전 꽃을 한 다발 사 왔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날이던 이유 없이 주고받던

꽃을 주고받는 것이 정말 돈 아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사 와서 꽃병에 꽂는 순간부터 버려짐의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꽃잎은 매일 주변에 낙하하여 청소 거리를 만들어 주고

단 며칠 생명 연장을 위해서는 물도 매일 갈아야 한다.

그렇게 몇일 길면 일주일 말라비틀어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과정을 빼면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예쁜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고지식하고 무식한 사람

 

하지만 최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집 안에 꽃 한 송이가 향기로운 숨결로 매일을 기분 좋게 만들고

아침 햇살이 내리비춘  꽃잎들은 평온의 미소를 띤 채

부드러운 색감으로 우리 집안의 작은 정원을 밝게 만든다.

그렇게 아침 꽃을 보는 것 많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다.

그 꽃 한 송이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달았다.

주로 꽃이 없는 화초를 키웠었는데

최근 창가에 작은 꽃화분을 몇 개 놓았는데

이것이 삶의 작은 기쁨을 한 아름 안겨주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힘이 있다.

꽃의 다채로운 아름다움 그리고 함께하는 녹색들이

마음의 위로가 되고 쉼을 주는 감사한 상징이 되었다.

그런 것을 알게 된 이후에 집에는 늘 꽃을 둔다.

그냥 풀에 지나지 않았던 그것들은 나의 삶에

활력을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이름은 있었겠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고 함께하기에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꽃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의미 없는 것들은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꽃이 될 수도 의미 없는 그저그런 몸짓이 될수도 있다는 걸

꽃들을 보면서 배우는 중이다.

 

여유 있고 또 마음도 편안했던 휴일이 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랬지만 생각은 계속 일과 관련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의 사건들에 집중되 있다.

화도 내보고 따지기도 해보고 리도 대응도 해보지만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그사이 귀가 멀어 버린 것인지

늘 그랬던 해결할 생각보다는 숨고 핑계 찾기에 혈안이다.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차 속 시끄러운 중에도

짧은 순간 사찰이라도 찾고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걱정한고 신경 쓴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놓아주지 못하고 몸과 머리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의 속담처럼 걱정은 백날을 해도 적어지거나 덜어지지 않는 것 같다.

걱정대신 그 자리를 긍정으로 채우도록 해야겠다.

해가지고 선선해지니 시원한 맥주가 한잔 마시고 싶다.

걱정을 잊는 가장 좋은 약이 소주 한잔이라는 마법의 단어였는데

잊지는 못하고 참고 산지 벌써 6달이 다되어간다.

그리고 오늘도 잘 참아내 본다.

 

오늘은 김춘수 시인의 작품 '꽃'을

조용히 읽어보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모두 행복하고 의미 있는 토요일이었길 빈다.

내일 다시 시작한 하루도 건투를 빈다.

 

편안한 밤 되시길..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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