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입김이 나온다. 일교차는 크다
기온: 최저3도, 최고 15도
🌤 매일 오 분 쓰고 오 분 달리기 #34
아침 공기가 차다.
손끝에 닿는 공기 속엔 계절의 전환이 느껴지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 소리를 낸다. 운동화 끈을 묶으며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움직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준비가 덜 됐어도, 그냥 움직인다.
그 안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움직임'의 의미를 생각한다.
공황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을 때, 움직이지 않으면 고여버린다는 것을 배웠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불안은 불안을 키우고, 두려움은 나를 더 작은 세계로 가둔다.
하지만 움직이면 달라진다.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면,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행동을 '속도'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냐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흐르고 있느냐다.
🌾 멈춰 있던 날들
불과 두달전까지 나는 완전히 멈춰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침대에서 나올 수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무리야. 내일 하자.' 하지만 내일도 똑같았다. 그리고 주말도....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회사는 병가를 냈고, 사람들은 걱정했고,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방 안에만 있었고, 커튼을 치고 지냈고, 거울도 보지 않았다. 가장 무서웠던 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 걷기, 책 읽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조차 의미가 없었다. 그냥 누워서 천장만 봤다.
말그대로 고여 있었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에너지가 고이면 병이 된다.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힘이 없었다.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힘이 있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움직이면 힘이 생기는 것이다.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힘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 내일 아침에는 집 밖에 나가보자. 멀리 갈 필요 없다. 집 앞 한 바퀴만 될자. 5분이면 된다."
5분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봐야 한다. 일단 움직이면 달라진다.
반신반의하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그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선선해진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햇빛이 눈부셨다.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셋. 집 앞 인도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신기했다. 걸으니까 다리가 움직였다. 다리가 움직이니까 팔도 흔들렸다. 팔이 흔들리니까 호흡이 깊어졌다. 호흡이 깊어지니까 머리가 맑아졌다.
5분 후 집에 돌아왔다. 숨이 찼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고여 있던 무언가가 조금 풀린 느낌이었다. 그날부터 매일 아침 5분씩 걸었다. 다음 주부터는 5분 달렸다. 그다음 주부터는 5분 글을 썼다.
작은 움직임이 나를 살렸다.
🌊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우리는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고 배웠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결심하고, 그다음에 행동한다고. 하지만 나는 반대를 경험했다.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며칠 전, 글이 써지지 않았다. 노트를 펼치고 앉았지만 빈 페이지만 보였다. '뭘 쓸까?' '어떻게 시작하지?' 생각만 했다. 30분이 지나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때 떠올랐다. '일단 쓰자. 아무거나.'
그래서 썼다. "오늘 글이 안 써진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몇 줄을 쓰자, 신기하게도 다음 문장이 나왔다. "왜 글이 안 써질까? 피곤해서? 아니면 쓸 말이 없어서? 아니, 완벽하게 쓰려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썼다. 손이 움직이니까 생각도 움직였다. 생각이 움직이니까 감정도 움직였다. 30분 후, 나는 두 페이지를 채웠다. 시작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끝날 때는 명확한 주제가 있었다.
매일 오 분 쓰고 오 분 달리는 일, 그건 단지 습관이 아니라 의식의 순환이다.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된다. 어제는 뒤죽박죽이었던 감정들이 문장이 되면서 의미를 갖는다. '아, 내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이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구나.'
달리며 몸이 깨어난다.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는 무거웠던 몸이 5분 달리고 나면 가벼워진다. 막혀 있던 에너지가 순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이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아침에 5분 달리고 5분 쓰면, 그날 하루가 다르다.
일도 잘되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부드럽고, 저녁에는 평온하다.
반대로 아침에 움직이지 않으면? 하루 종일 뭔가 어긋난다. 집중이 안 되고, 짜증이 나고, 저녁에는 후회한다.
🍃 움직임이 흐름을 만든다
하루를 살다 보면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계획이 틀어지고, 집중이 흐트러질 때도 있다.
업무가 길어져서 달리지를 못했다. 점심시간에는 급한 일이 생겨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저녁에는 피곤해서 그냥 소파에 누웠다.
예전 같았으면 그날로 끝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망했어.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 하지만 내일도 뭔가 생기면? 또 미루고, 또 미루고.
하지만 그날 밤은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9시쯤 벌떡 일어나 운동복을 입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내가 물었다.
"달리러 가."
"지금? 밤 10시에?"
"응. 오늘 못했거든."
밤 공기는 차갑고 고요했다. 거리는 한산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를 달렸다. 5분만. 집 앞을 한 바퀴.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며 생각했다. '오늘도 했네.'
완벽하지 않았다. 아침에 하지 못했고, 밤 10시에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행동은 흐름이 되고, 흐름은 곧 삶이 된다.
흐름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하루 이틀 안 하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되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되면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속하면? 흐름이 유지된다.
🌱 완벽한 준비는 없다
지난 목요일 저녁, 글을 쓰려고 앉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느렸다.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차도 식었다. 다시 끓여야 했다. 책상도 어질러져 있었다. 정리해야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아직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완벽한 환경'을 만들려다 시간만 낭비한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완벽히 준비된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이제 시작해도 될까?"라는 질문 속에서 흐름은 멈추고 만다. 그래서 그냥 시작했다. 컴퓨터가 느려도, 커피가 식어도, 책상이 어질러져도. 핸드폰의 메모장을 열고 썼다. 5분. 그게 다였다. 그럴 땐 단지 작게라도 '움직여 보는 것'. 그게 시작의 전부다. 움직이면 생각이 따라오고, 몸이 따라오면 마음도 깨어난다.
공황장애가 심했을 때, 나는 항상 준비하려 했다. '공황이 오면 어떡하지?' 그래서 출구를 확인하고, 약을 챙기고, 안전한 장소만 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황은 더 자주 왔다. 준비하는 행위 자체가 불안을 키웠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 준비하지 말고 그냥 가보기로 했다.
그럼 공황이 갑자기 올수도 있다. 오면 오는 거고. 그때 대처하면 된다.
무서웠지만 시도했다. 지하철을 탔다. 약도 안 챙기고, 출구도 확인하지 않고, 그냥 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공황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계속 탔다. 가끔 공황이 왔다. 하지만 괜찮았다.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대처할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자주 이렇게 되뇌인다.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일단 움직이자." 그 단순한 말이 신기하게도 나를 다시 길 위에 세운다. 오늘도 증상이 왔지만 잘 이겨냈다.
🪶 화려하지 않은 꾸준함
행동의 흐름은 화려하지 않다. 그건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조용한 반복의 힘이다.
SNS를 보면 사람들은 화려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마라톤 완주, 책 출간, 승진, 여행. 그런 순간들이 부럽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순간 뒤에는 수천 개의 평범한 날들이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달리는 날, 비 오는 날도 달리는 날, 피곤해도 달리는 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날.
그 평범한 날들이 쌓여서 마라톤 완주가 되고, 책 출간이 되고, 승진이 된다.
지난주, 친구가 물었다.
"너 요즘 달리기 계속 하고 있어?"
"응."
"몇 달째야?"
"음... 2개월쯤?"
"와, 대단하다. 나는 작심삼일이던데, 나이를 먹었는지 무릎도 아프고."
대단하지 않다. 나도 무릎이 아프다. 숨도 차다. 하기 싫을때가 많다.
하지만 그 2개월이 대단한 게 아니라, 오늘 아침도 했다는 게 전부다. 내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했다.
매일의 일상 속, 작고 사소한 성실함들이 서서히 방향을 바꾼다.
오늘은 잘 안 써지는 날이라도, 달릴 힘이 없는 날이라도, 멈추지 않고 '조금만 더' 이어가면 된다.
어제보다 못해도 괜찮다. 계획대로 안 돼도 괜찮다. 5분 대신 3분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전히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조금만 더'가 쌓여서 어느 순간 커다란 변화가 된다.
불과 얼마전까지 나는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워했다. 지금의 나는 매일 아침 달린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어느 날 갑자기? 아니다. 매일 조금씩.
☀️ 움직임은 삶의 증거
요즘은 자주 공원을 걷는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개들이 짖고,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한다.
모두 움직이고 있다.
나무도 움직인다. 바람에 흔들리고, 계절에 따라 잎을 떨어뜨리고, 봄에는 다시 싹을 틔운다.
구름도 움직인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흘러간다.
강물도 움직인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른다.
가끔 우리는 너무 멀리 보려다 지금의 한 걸음을 잃어버린다.
'10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언제쯤 성공할까?' '이 고생이 보상받을까?'
하지만 삶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호흡과 발걸음 속에 있다. 멈추지 않는 마음,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공황 발작이 왔던 그날 밤, '나는 끝났다. 이제 정상적인 삶은 불가능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일어났다. 숨을 쉬었다. 물을 마셨다. 창문을 열었다. 작은 움직임들.
그 작은 움직임들이 나를 살렸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작은 것들.
오늘의 글과 달리기는 '결과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하는 행동'이다.
나는 쓴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달린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숨 쉰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된다.
🌊 흐름 속에서
하루를 돌아본다. 완벽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하루 종일 균형있게 움직였다.
호흡을 길게, 때로는 짧게, 어떤 때는 이둘을 섞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 살아 있다.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저 멈추지 않는 것.
강물처럼. 강물은 빠르지 않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바다에 닿는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빠르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삶.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한 삶.
🌙 오늘의 명상 — 흐름에 몸을 맡기기
지금, 조용히 숨을 들이쉬자.
손을 가슴에 올려보자. 심장이 뛴다. 멈추지 않고 뛴다.
당신이 자는 동안에도, 일하는 동안에도, 고민하는 동안에도 뛴다.
그것처럼, 당신의 삶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때로는 엉망이어도. 흐름은 계속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흐름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가 당신의 하루를 다시 앞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 오늘, 당신에게
혹시 당신은 지금 멈춰 있나요?
시작하기가 두려운가요?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나요?
괜찮습니다.
준비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세요.
5분이면 됩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한 걸음이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준비가 안 돼도, 힘이 없어도. 그냥 시작하세요.
움직이면 생각이 따라옵니다.
행동하면 힘이 생깁니다.
시작하면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흐름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 안에 머물기로 결정할 때, 삶은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5분만 움직이세요. 내일은 내일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도 나는 움직인다.
완벽하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다.
느리지만 계속한다.
움직이는 동안, 나는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