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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재설계하라

by SSODANIST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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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설계하라 

원제: Reset: How to Change What's Not Working

부제: 최소한의 힘으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 
저자: 댄 히스

옮긴이: 박슬라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2025년 11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938826

 

재설계하라 | 댄 히스

『스틱!』, 『스위치』 등을 통해 개인의 행동 및 조직 경영 개선에 놀라운 통찰을 전달해온 저자가 이번 신작에서는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힘이자 변화를 이끄는 비결인 ‘레버리지 포인트

www.aladin.co.kr

 

변화는 더 많이 하는 데서 오지 않고, 다르게 하는 데서 온다

댄 히스(Dan Heath) 

 

사십대 중반 가장인 나는 늘 바쁘다. 월요일 아침이면 '이번 주야말로'라고 다짐하고, 금요일 저녁이면 '또 한 주가 그냥 지나갔네'라고 한숨짓는 것이 일상이다. 회의는 늘어나는데 결정은 미뤄지고, 할 일은 쌓이는데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더 열심히 일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저 더 빨리 쳇바퀴를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댄 히스의 『재설계하라(Reset)』는 바로 이런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거창한 혁신이나 영웅적인 리더십 이야기가 아니다. 대신 진짜로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바꾸는 방법에 집중한다.

더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불편하다. 변화는 더 많이 하는 데서 오지 않고, 다르게 하는 데서 온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회의를 늘리고, 압박을 강화하고, 정렬을 시도한다. 저자는 냉철하게 묻는다. '어디에서 일이 실제로 막히고 있는가?', '결과를 좌우하는 진짜 지점은 무엇인가?'

히스는 모든 시스템은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조직이, 우리 팀이, 그리고 나의 일상이 지금 이 모양인 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결정과 관성이 쌓여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한다고 해결될 리 없다.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레버리지 포인트: 최소한의 힘으로 바위를 움직이는 법

저자가 제시하는 '레버리지 포인트(지렛대 받침점)'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작은 힘으로도 거대한 바위를 움직일 수 있는 결정적 지점 말이다. 히스는 이를 찾는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현장에 직접 나가 살펴보라. 보고서와 지표를 내려놓고 실제 현장을 관찰하라는 것이다. 종이 위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이던 시스템이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한 공장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다가 수십 년간 점심시간마다 기계를 멈춰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관행이었다. 이를 바꾸자 손실률이 15퍼센트나 떨어졌다.

나는 수없이 지나간 팀의 주간 보고 회의가 떠올랐다. 매주 특정요일 오전 한 시간씩 진행되는 그 회의. 정작 결정되는 건 별로 없고, 끝나고 나면 '아, 내 시간...'이라는 생각만 드는 그 회의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왜 하는지, 정말 필요한지 묻지 않는다. '늘 해왔으니까.' 진짜 개선은 의욕이 아니라 명확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둘째, 밝은 점(Bright Spot)을 찾으라. 평균에 집착하지 말고, 예외적으로 잘되는 경우를 찾아 그 비결을 확산시키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는 상위 직원들의 공통된 행동 양식을 찾아 팀 전체에 적용했고, 사상 최고의 고객 유지율을 달성했다.

 

셋째, 제약 요인을 공략하라. 치킨 프랜차이즈 칙필레가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이유는 주문-결제-포장의 병목 현상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넷째, 목표의 목표를 탐색하라. 미 연방 교육부는 복잡한 신청 절차를 없애고 선제적으로 대출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수만 명의 재향군인을 채무에서 구제했다.

낭비 재활용: 버려지는 자원을 성과로 전환하라

레버리지 포인트를 찾았다면, 다음은 자원을 재배치할 차례다. 여기서 '낭비 재활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물품수령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는 '도착 문의 전화'에 시달렸다. 관리자는 이를 중요 업무가 아닌 '낭비'로 규정하고, 배송 동선을 재설계했다. 3일 걸리던 배송이 하루로 단축되고, 연간 290억 원을 절감했다.

T-모바일의 사례도 흥미롭다. 전국 콜센터 직원들을 특정 지역 전담 팀으로 재편하고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러자 직원들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 통화 건수가 21퍼센트 감소했고, 고객 만족도와 이직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새로운 인력을 뽑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아니다. 그저 일하는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

작은 진전이 만드는 연쇄 반응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가시적인 진전(visible progress)'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노력 속에서 아무 진전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은 성과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다음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연료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 '매일 오분 쓰고, 오분 달리기' 실천이 떠올랐다. 처음엔 오분이 뭐 대수냐 싶었다. 하지만 오분을 해내고 나면, 내일의 오분이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진다. 작은 성공이 다음 성공의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다. 히스가 말하는 '가시적인 진전'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특히 학생의 하루를 직접 따라가며 문제를 발견한 교장, 현장 직원에게 설계 권한을 넘긴 병원, 사소한 절차 개선으로 큰 성과를 낸 조직들의 이야기는 생생하다. 이 사례들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건 하나다. 대부분의 정체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찰이 쌓여서 생긴다는 것이다.

믿으라 말고, 증명하라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태도에 있다. 히스는 독자에게 무작정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가정을 의심하고, 설득보다 실험을 택하라고 말한다. 변화란 모두를 납득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일이라는 관점은 매우 현실적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대규모 조직이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의 장기적 확장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일부 사례는 성과 측정이 비교적 명확한 환경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책의 실용성을 크게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마무리: 멈춰 서서, 다시 시작할 용기

결국 이 책은 경영서이자 동시에 삶의 태도에 대한 책이다. 무언가 잘 작동하지 않을 때, 답은 대개 더 세게 밀어붙이는 데 있지 않다. 잠시 멈추고, 관찰하고, 시스템 자체를 조정할 용기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쓴다. '우리는 멈춰 있지 않다. 쳇바퀴를 돌고 있지 않다. 수렁에 빠져 있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문장이 위로가 되면서도 도전이 된다. 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인가.

 

막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재설계하라』는 자극적인 동기부여가 아니라 실제로 걸어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사십대 중반 가장이 월요일 아침에 '이번 주야말로'라고 다짐할 때, 이제는 '더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다.

 

"변화는 더 많이 하는 데서 오지 않고, 다르게 하는 데서 온다."
- 댄 히스, 『재설계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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