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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생각하기

[북리뷰]아흔에 바라본 삶

by SSODANIST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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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흔에 바라본 삶

원제 : The View from Ninety: Reflections on Living a Long, Contented Life

부제: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하여 검색
저자: 찰스 핸디

옮긴이: 정미화

출판: 인플루엔셜

출간: 2025녖 12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940786&start=pcsearch_auto

 

아흔에 바라본 삶 | 찰스 핸디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Thinker 50)’ 중 한 사람으로 ‘경영 사상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찰스 핸디. 《아흔에 바라본 삶》은 2024년 12월 세상을 떠난 그의 유작으로, 삶의 끝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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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무게, 삶의 축복

찰스 핸디 《아흔에 바라본 삶》을 읽으며

 

사십 대 후반의 어느 아침, 책장을 넘기다 문득 손이 멈췄다. "오, 멋진 날이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침대에서 외친다." 아흔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병상에 누워서도 삶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한 지성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아침을 그저 무심하게 흘려보냈는지 깨달았다.

 

찰스 핸디.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로 불리며 피터 드러커의 찬사를 받은 그였지만, 그의 마지막 유작 《아흔에 바라본 삶》에는 화려한 성취보다 더 본질적인 것들이 담겨 있었다. 사랑, 가족, 친구, 그리고 매일의 작은 기쁨. 2024년 12월, 그는 이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열정과 호기심을 놓지 않았던 한 사람의 증언이다.

 

오지 않을것만 같던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들이 정말 의미 있었는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매일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며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사람으로서, 나는 때로 이 반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하곤 했다. 하지만 핸디의 책은 내게 전혀 다른 시선을 건넸다.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올바른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안정적 미래가 보장된 석유회사 임원직을 내려놓고 작가의 길을 선택했던 핸디의 고백이다. 그 선택은 실수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전환점이 되었다. 사십 대 후반의 나에게 이 말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지점도, 내가 선택했던 모든 우회로도, 어쩌면 나를 '올바른 목적지'로 데려가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위안.

 

핸디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간명했다. 성공이란 물질적 성취가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았는가. 이 단순한 진실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매일 오분씩 쓰고 달리는 이 작은 실천들도, 가족과 나누는 저녁 식사도, 모두 삶의 본질에 닿아 있는 것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 '인생과 죽음'을 읽으며 나는 오래도록 창밖을 바라보았다. 핸디는 죽음 앞에서도 담담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좋은 일을 더 많이 했기를 바란다고,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풍경에 작별을 고하고,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한 모금 맛보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 그때를 기다렸다고.

 

"나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안도감과 설렘을 느낀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상상력을 더 발휘하고, 더 대담해지고, 더 친절하고, 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아흔의 노학자는 매일 아침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 세상은 매번 다른 문제를 던지고 우리는 매번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 이 통찰은 사십 대 후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나 역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핸디는 일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더 크게,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좋게, 더 의미 있게.' 조직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친절과 공감 같은 인간적 가치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강력한 자산이 된다는 것.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온 나에게 이 말들은 지난 세월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렌즈가 되어주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흔의 지성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이 메시지들이 사십 대 후반의 내게 왜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오는가. 아마도 그것은 내가 이제 삶의 절반을 지나왔다는 것을,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핸디는 이 깨달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떤 기자는 이 책을 읽고 '고속노화를 희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말을 이제 나도 이해한다. 노년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충만하게 채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 안광복 선생은 '노년은 자신과 벗이 되는 아름다운 시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중년인 지금은 그 아름다운 시기를 준비하는 때일 것이다.

 

내일 아침, 나는 핸디처럼 침대에서 외쳐볼 것이다. '오, 멋진 날이구나!' 그리고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보려 할 것이다. 매일 오분씩 글을 쓰고 달리는 나의 작은 실천도, 이제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삶을 축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작별을 고한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 모든 것이 끝나가는 그 특별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찰스 핸디의 마지막 인사는 따뜻했다. 그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삶을 이야기했다. 후회 없이 살아온 삶, 사랑을 주고받은 삶,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채운 삶. 사십 대 후반인 내게 아직 시간은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이 책은 단순한 노년의 회고록이 아니다.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우리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일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면, 혹은 나이 듦이 두렵다면, 이 책을 권한다. 아흔의 지성이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사랑했던 그 이유를, 당신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2025년 겨울,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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