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서는 이유
두바이 쫀득 쿠키, 그 달콤한 위안의 정체
요즘 서울 주요 상권을 걷다 보면 묘한 풍경과 마주친다. 끈적하고 두툼한 쿠키 하나를 사기 위해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누군가는 또 하나의 유행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 장면 속에서 다른 것을 읽는다. 이것은 단순히 쿠키를 사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쿠키의 이름부터 흥미롭다. 두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이 간식은 더 이상 그저 쿠키가 아니다. 부와 이국성,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의 정점이라는 서사가 함께 딸려온다. 사람들은 쿠키의 맛을 말하기 전에 먼저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구하기 힘든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이 미각 중심에서 서사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음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먹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작은 만족의 경제학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떠돈다. "큰 집은 못 사도, 좋은 커피는 매일 마신다." 이것이 그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이다. 월급날을 기다리며 큰 목표를 미루는 대신, 오늘의 기분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점심 식사 후 디저트 바에 들러 정성스럽게 만든 타르트 한 조각을 고르는 시간. 이 15분이 그들에게는 하루를 버틸 연료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충동적 소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계산된 선택에 가깝다. 한 달에 몇 번,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보상할 것인지를 이미 정해두고 실행한다. 그래서 양보다는 질에, 가격보다는 경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 가지 맛을 조금씩 담은 샘플러 세트가 큰 케이크 한 판보다 인기 있는 이유다.
유럽은 이 현상을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 그들은 이를 '일상의 프리미엄'이라 부른다. 미국 식이 감정의 즉각적 해소를 목표로 한다면, 유럽식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선택이다. 값비싼 정찬 코스를 포기하는 대신, 동네 빵집에서 파는 천연 발효 빵에 투자한다. 한 조각에 5유로가 넘는 장인의 초콜릿을 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치가 아니라 '나를 위한 투자'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소비가 거의 철학적 차원으로 승격된다. 좋은 재료, 윤리적 생산 과정, 장인의 손길.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가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식을 먹는 행위가 단순한 입맛의 만족을 넘어 자기 돌봄의 실천이 되는 순간이다.
결국 서울의 쫀득 쿠키 앞에 선 줄이나, 뉴욕의 디저트 바 앞 웨이팅이나, 베를린의 유기농 빵집 앞 대기 행렬이나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이것이 있으면 오늘이 조금 더 견딜 만해진다."
불확실한 시대의 확실한 위안
이 흐름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작은 포션, 감정 우선, 적당한 사치. 2026년의 소비자는 미래를 위한 큰 결정을 미루는 대신, 지금의 감정을 설득하는 제품에 반응한다. 집을 사거나 차를 바꾸는 대신, 오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5천 원짜리 쿠키를 선택한다.
미국 디저트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노스텔지어다. 바나나 푸딩, 시리얼 맛, 생일 케이크, 스모어 같은 어린 시절의 맛이 현대적인 포맷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단순히 맛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위로를 제공하는 음식으로 포지셔닝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잠시나마 안전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한국의 편의점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의 한정 메뉴, 귀여운 굿즈형 스낵들도 같은 구조 위에 있다. 이것은 유행이 아니라 시대의 소비 문법이다. 작게 쓰되, 자주 만족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소비.
번역된 트렌드, 능동적 참여
그렇다면 우리는 글로벌 트렌드를 그저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디저트 시장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고, 빠르게 현지화하는 능력 또한 검증되어 왔다. 두바이 쫀득 쿠키 역시 국내에 들어오며 변화를 겪고 있다. 단맛의 강도, 식감의 균형, 패키지와 공간 연출까지 한국 소비자에 맞게 재해석된다.
이 지점에서 이 열풍은 단순한 수입 유행이 아니라 번역된 트렌드로 읽힌다. 글로벌 아이디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 이는 과거 빵집, 카페, 디저트 문화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한국만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내포한다.
한국 소비자는 점점 더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어떤 순간에, 어떤 맥락에서 소비했는가를 기억한다. 경험 중심 소비에 대한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쿠키가 식은 뒤에도
모든 유행은 결국 지나간다. 두바이 쫀득 쿠키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열풍이 남긴 것은 특정 브랜드나 레시피가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일 것이다.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요즘 왜 이런 게 잘 팔리지?라는 질문만 남는다. 하지만 이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두쫀쿠는 더 이상 가벼운 유행이 아니라 2026년 시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작은 포션, 감정 우선, 적당한 사치. 이것은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이 선택한 가장 솔직한 소비 방식이다. 우리는 큰 미래를 약속받지 못한 대신, 작은 현재를 확실하게 누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긴 줄을 보며 생각한다. 저 사람들은 단지 쿠키를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견딜 작은 이유를 사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어쩌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쿠키는 곧 식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줄을 서는 방식, 이 유행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다음 트렌드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이 쿠키는, 지금 우리를 이해하는 데 꽤 유효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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