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오랜만에 2차까지 달리고
하루종일 요양을 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역시나 술은 해롭다.
그러나 해로운 것을 알지만 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아무도 못해주는 위로를 술에게서 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제는 좀 위로를 과하게 받았다.
아직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위로도 적당히 받는 것이 좋다.
내가 술을 마셔도 잘 안 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술을 마셔도 2차를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일어나서 움직이기가 싫다.
이동도 해야 하고 다시 안주를 골라야 하고
마시는 리듬도 끊기고 이야기도 끊기고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꼭 가야 하면 맥주 한잔 입가심이나 해장국 정도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하나는 연결된 것인데
술자리에 한번 앉으면 잘 일어서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가능하면 화장실도 잘 가지 않는다.
사회초년시절 세일즈할 때 생긴 버릇인데
둘이 있을 때 자리를 떠나면 왠지 상대방에 실례인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돌아다니면 술잔 돌리는 것도 안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술 마시는 것도 싫어한다.
어제도 그랬어야 했다.
1차로 충분히 마셨는데 2차에서 더 마셨다.
결국 기억도 사라지고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술을 마시며 개가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조심해야겠다.
이틀째 비가 오고 있다.
온도가 4~5도 떨어지고 시원해지기는 하는데
비가 오니 습하다.
제습기에 물을 아침저녁으로 버려야 할 정도다.
제습기 성능이 좋은 건지
습한정도가 심각한 건지..
예보를 보니 다음 주에도 여전히 낯에는 30도를 넘어서는데
2주 뒤부터는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진다고 하니
이제는 하나둘 낙엽이 물들기 시작할 것 같다.
또 추워지기 시작하면 금방 추워진다.
늘 지난 간 것에 집착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예단하고 걱정하지 말라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그러니 덥다고 춥다고 말하기 이전에
이 순간 잘 나답게 잘 살아내고 있는지 질문해봐야 한다
숙취는 심하지만 나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 오늘은 PT가 있는 날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선생님께 이실직고를 했는데
술이 깰 때 근육을 가져가 쓰기 때문에
근손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근육이 없는 거였나?
역시 악순환이구나...
토할 것 같으면 이야기하라고 한다.
설마 토하겠어? 그 정도는 아니지 하며 운동을 시작했는데
3번째 운동을 하다가 살며시 화장실을 다녀온다.
눈이 충혈되었다.
어질어질하다.
일부러 운동을 더 힘들게 시키는 걸까?
아 오늘은 정말 그만하고 싶다.
역시 술은 해롭다.
그렇게 안 끝날 것 같은 운동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리가 후들 거린다.
하늘이 핑핑 돈다.
빨리 가서 씻고 눕고만 싶다.
괴로웠다.
집으로 들어와 땀을 시원하게 씻어내고
시원한 물을 한 사발 들이켠 후 뻤었다.
박여사는 명절 음식 준비로 한창인데
도와줄 수 없다. 음식 냄새를 못 맡겠다.
좀 더 누워 있었더니 정신을 좀 차렸다.
아메바를 픽업하여 데려다주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할 일은 해야 한다.
오늘 도착한 책까지
서평 쓸 책이 7권이다.
정신을 차리고 책에 집중한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월든의 작가 소로에 관한 책이다.
집중이 된다.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해장을 하고 있다.
역시 해장에는 독서인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 배가 고프다.
새콤한 귤이 눈에 띈다.
귤을 보며 또 개통철학이 떠오른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겉은 푸릇하여 설익은 듯 보이지만
그 속은 노랗게 얼마나 잘 익었는가?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
사람은 누구에게 배울 것이 있다.
나이 어리다고 그 속까지 어릴 거라 생각 말아라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 것처럼
꼰대처럼 나이에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다.
배움에서 멈추는 순간
그때부터 진짜로 늙는 것이다.
나이 먹었다고 현명한 것도 아니고
좋은 학교를 나왔던 어떤 삶을 살았던
추하게 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평생 오로지 돈 권력 명예만 쪼았고
늙어서도 노욕을 못 버리고
그 냄새나는 시궁참을 맴돌면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인간다움을 포기한 그런 말종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식하고 멍청한 상사에게 옳은 소리 한마디 못하며
눈치나 보고 한자리 차지려는 처절한 몸무림을 보면
철 지난 모기새끼들이 살아보려고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로 옮긴 들 정체성이 변하겠나?
그냥 피 빨아먹고 사는 모기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 시절의 꿈을 품고
맑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작은 손길에 따뜻함을 전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유연하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강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모두를 품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응답하며
함께 꿈을 꾸고, 함께 성장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삶의 무게에 지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잃지 않으며
언제나 긍정의 힘을 전하는
그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난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숙취로 힘든 하루였다.
역시 무엇이든 과하면 안 되다는 진리를 몸으로 배웠다.
내일부터는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어디에 있든 모두 건강하길 빈다.
분명 몇 년 전까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복지 국가에 살았는데
명절에 아프면 안 될 걱정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정말 슬프다
더욱 걱정은 그들의 공감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국민은 경제가 무너지고 괴로움에 사는데
자화자찬에 쌍팔년도에나 할법한 이야기나 하고...
우리가 같은 나라에 사는지 궁금해진다.
부디 아프지 말고
이번 연휴를 잘 보낼 수 있길 빈다.
이동하는 길 안전하고 정겹길 바라본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푹 쉬 길.
'백수일기(130일 완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9월 15~17일, 백수생활 59일째, 추석 연휴 (18) | 2024.09.18 |
---|---|
2024년 9월 14일, 백수생활 56일째,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4) | 2024.09.15 |
2024년 9월 12일, 백수생활 54일째, 결국은 사람이다. (16) | 2024.09.13 |
2024년 9월 10일~11일, 백수생활 52~53일째, 진정성에 대하여 (12) | 2024.09.12 |
2024년 9월 9일, 백수생활 51일째,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생각들. (20) | 202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