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오고 태양이 뜬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창턱에 내려앉는 시간,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른다. 밤새 소란스러웠던 생각들이 가라앉고, 아직 아침의 소음이 시작되지 않은 이 경계의 시간. 우리는 이것을 새벽이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이 시간은 과묵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새벽빛은 우리에게 어젯밤의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제 계획한 일은 다 마쳤는가?“, ”어제의 실수는 수습했는가?“라며 채근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어둠을 밀어내고 자신의 자리를 비워 빛에게 내어줄 뿐이다.

우리는 종종 어제의 실패를 이불처럼 뒤집어쓴 채 잠에서 깬다. 후회라는 감정은 끈질겨서, 눈을 뜨자마자 마음 한구석을 쿡 찌르곤 한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 다가오는 아침이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라. 태양은 단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다. 우리가 어제 넘어졌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울다 잠들었다고 해서, 혹은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해가 뜨기를 주저하거나 경로를 바꾸는 일은 없다.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사사로운 사연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며, 바로 그 무심함이 때로는 가장 큰 위로가 된다.

태양이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엄숙한 약속처럼 주어졌다는 뜻이다.

새벽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다. 그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그 작은 ’의지‘ 하나면 충분하다. 어제 넘어진 그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마음, 비록 다리가 후들거릴지라도 오늘이라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 보겠다는 그 결심 하나를 찾을 뿐이다.

삶은 성취의 연속이 아니라, 일어섬의 연속이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도 아름답지만,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다시 고개를 드는 들풀의 생명력 또한 경이롭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매일 승리할 수도 매일 웃을 수만도 없다. 그러나 매일 아침 다시 일어설 수는 있다. 그러니 부디, 어제의 그림자에 오늘의 빛을 가리지 마라. 우리가 겪은 실패는 우리라는 사람의 결론이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의 한 문장일 뿐이다. 새벽은 당신의 과거를 묻지 않고, 태양은 당신의 흠결을 탓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당신의 창가에 스며든 햇살은 당신에게 건네는 세상의 조용한 응원이다. ”어제는 어제로 족하다. 자, 여기 새하얀 오늘이 있다. 다시 한번 살아내어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매일 뜨는 태양처럼 성실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를 바래본다. 새벽은 결과를 묻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오늘도 일어서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살아내고 견뎌내어라. 그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