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맑음, 한 해의 마지막 날
기온: 최저 -4도, 최고 4도
아침, 달력을 보니 2025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해의 끝. 새해가 12시간 후면 시작된다.
회사에 휴가를 냈다. 매년 이때는 아무리 바빠도 휴가를 낸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경주로 떠나는 날이다. 아내와 아들이 기대에 차서 짐을 쌌다. "경주 정말 오랜만이다!", "불국사 가는 거지?", "첨성대도 볼 수 있겠네!" 나는 며칠 전부터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숙소도 예약하고, 맛집도 찾아보고, 일정도 짰다. 완벽한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침일찍 차를 몰고 경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첫 목적지인 숙소로 가려는데 이상했다. 도착 시간이 4시간이라고 나왔다. "어? 이상한데. 3시간이면 되는 거 아니야?" 아내가 물었다. 확인해보니 내가 다른 '숙소'를 찍고 가고 있었다. 전라도에 있는 다른 숙소를. 경주가 아니었다. 순간 당황했다. 예전 같았으면 변명했을 것이다. "아, 네비게이션이 이상한가 봐", "검색이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튼 다시 찾으면 되지 뭐".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차를 잠깐 세우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해. 내가 검색을 잘못했어. 다른 곳으로 찍었더라.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아."
아내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변명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시 찾으면 되지. 실수할 수도 있지." 아들도 "괜찮아요, 아빠. 그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변명하지 않으니 더 편했다. 실수를 인정하니 오히려 자유로웠다. 다시 네비게이션을 설정하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아들이 말했다. "아빠, 예전 같았으면 짜증 냈을 텐데 오늘은 그냥 인정하네. 멋있어."
점심시간이 되어 내가 찾아둔 맛집에 갔다. 30분을 기다려서 들어갔는데 메뉴가 이상했다. "어? 여기 쌈밥집 아니었어?" 알고 보니 그 식당이 문을 닫고 다른 식당이 들어온 것이었다. 내가 찾아본 블로그가 2년 전 글이었다. "미안, 내가 제대로 확인 안 했네. 최신 정보를 못 봤어. 다른 곳 찾아볼까?" 아내가 말했다. "여기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냥 여기서 먹자." 이번에도 솔직하게 인정하니 문제가 금방 해결됐다. 만약 "블로그가 잘못 올린 거야", "식당이 갑자기 바뀐 거 어떻게 알아"라고 변명했다면 분위기가 나빠졌을 것이다.
오후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예약할 때 체크인 시간을 잘못 봤다. 3시부터인데 우리는 2시에 도착했다. 프론트에서 "죄송하지만 아직 청소가 안 끝났습니다. 3시에 다시 오시겠어요?"라고 했다. 완벽한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계속 실수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정했다. "미안해, 내가 시간을 잘못 봤어. 1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 있다가 오자."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보, 괜찮아. 당신이 계획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 그리고 당신이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더 멋있어."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가족들과 둘러앉았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이었다. "오늘 여행 어땠어?"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재밌었어. 아빠가 실수도 많이 했지만 다 인정해서 더 좋았어. 예전 같았으면 변명하고 짜증 냈을 텐데."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요즘 당신 많이 변했어. 예전 같았으면 '블로그가 잘못 올렸어', '네비게이션이 이상해', '내가 언제 그랬어'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하더라. 그게 훨씬 편하고 좋았어."
한 해의 마지막 날, 나는 여러 번 실수했다. 예약도 잘못하고, 식당도 잘못 찾고, 시간도 잘못 봤다. 완벽한 여행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실수를 인정했다. 변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완벽한 여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솔직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수를 숨기지 않고 인정할 때 가족이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진짜 성장의 시작이라는 것을.
🌱 에드 캐트멀 -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저녁에 에드 캐트멀의 책 'Creativity, Inc.'를 펼쳤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인 그는 실수에 대해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토이 스토리 2를 만들 때 누군가 실수로 모든 파일을 삭제하는 명령어를 눌렀다. 몇 달간의 작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회사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누가 그랬는지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트멀은 달랐다. "범인을 찾지 마세요.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입니다." 다행히 백업 파일이 있었고, 작업을 복구할 수 있었다. 회의에서 캐트멀은 말했다. "오늘 우리는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백업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요. 실수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 문화에서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실수를 숨기는 문화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문화에서는 모두가 배웁니다." 픽사에는 "Braintrust"라는 회의가 있다. 모든 프로젝트를 솔직하게 평가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누구나 "이 부분이 잘못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감독도, 프로듀서도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픽사의 영화들은 계속 발전한다.
💪 실수를 숨겼던 나날들
노트를 펼쳐 내가 실수를 숨겼던 순간들을 적어봤다. 30대 초반,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마감일을 놓쳤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가 자료를 늦게 줘서요", "다른 팀이 협조를 안 해줘서요". 변명만 늘어놓았다. 결과는? 같은 실수를 또 했다. 왜냐하면 진짜 원인을 파악하지 않았으니까.
30대 중반, 후배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 후배가 그것을 믿고 일을 진행했다가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내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거 아니야?". 책임을 후배에게 돌렸다. 결과는? 후배와의 관계가 나빠졌다. 신뢰가 깨졌다.
40대 초반, 가족 약속을 잊어버렸다. 아들 학예회였다. 아내가 화를 냈다. "어떻게 이걸 잊어!" 하지만 나는 변명했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갑자기 회의가 생겨서".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는? 아들이 상처받았다. "아빠는 항상 바쁘다고만 해."
모든 변명의 공통점이 있었다. 나를 보호하려 했다는 것. 내 이미지를, 내 자존심을, 내 완벽함을. 하지만 역효과였다. 변명할수록 관계가 나빠지고, 신뢰가 떨어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 오늘의 달리기 - 24일째의 재시작
오늘은 여행때문에 숙소에서 다시 달렸다. 어제 하루 쉬었더니 몸이 회복됐다. 5분을 뛰는데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쉬는 것이 도움이 됐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어제 쉰 것은 실수가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었어.' 억지로 달렸다면 오늘 더 아팠을 것이다. 쉬었기 때문에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트레드밀을 뛰며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2025년,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을까? 수없이 많았다.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관계에서도.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 예전에는 실수를 숨겼다. 지금은 인정한다. 예전에는 변명했다. 지금은 사과한다. 예전에는 책임을 남에게 돌렸다. 지금은 내가 진다. 이것이 성장이다.
🔥 실수를 인정한 사람들
또 다른 사례들을 찾아봤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CEO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2000년대 중반, 스타벅스가 너무 빠르게 확장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 주가도 떨어지고 고객도 줄었다. 2008년 슐츠는 은퇴에서 복귀하면서 첫 연설에서 말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너무 빠른 성장에만 집중하고 우리의 본질을 잃었습니다. 커피의 품질을, 고객 경험을, 직원들의 자부심을 잃었습니다. 이것은 제 책임입니다."
공개적으로 실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모든 미국 매장을 하루 동안 닫고 직원 교육을 했다. 엄청난 손실이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겠습니다." 결과는? 몇 년 후 스타벅스는 다시 일어났다. 주가는 회복됐고, 고객은 돌아왔다. 솔직함이 신뢰를 만들었다.
또 다른 사례로 사토루 이와타의 이야기를 읽었다. 닌텐도 전 사장인 그는 Wii U가 실패했을 때 공개 사과했다. "제품이 실패한 것은 제 책임입니다. 저는 연봉의 50%를 자진 반납하겠습니다." 다른 임원들도 따라서 감봉을 받아들였다. 직원들은 해고하지 않았다. 실수의 책임을 경영진이 졌다. 그리고 다음 제품인 닌텐도 스위치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스위치는 대성공이었다.
🌙 한 해의 마지막 밤, 2025년을 돌아보며
저녁 10시, 온 가족이 숙소에 모여 앉았다. TV에서는 연말 특집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올해도 다 갔네." "그러게. 빠르다." "올해 어땠어?" 잠시 생각했다. "실수도 많이 했고, 부족한 것도 많았어. 하지만 배운 게 많았어. 특히..." 말을 잠시 멈췄다. "특히?" "실수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어. 그게 제일 큰 배움인 것 같아."
아들이 물었다. "아빠, 올해 가장 큰 실수가 뭐였어?" "음... 오늘 학부모 상담 까먹은 것?" 다들 웃었다. "그것도 있지만, 더 큰 실수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야. 변명하고, 핑계 대고, 남 탓하고. 그게 제일 큰 실수였어.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 실수하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해. 그게 훨씬 편하더라."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당신 많이 변했어. 예전에는 절대 실수 인정 안 했잖아." "알아. 완벽한 척하느라 힘들었어. 이제는 그냥 인정해. '나 완벽하지 않아. 실수해.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니까 훨씬 편해." 아들이 말했다. "아빠, 그게 더 멋있어. 실수 안 하는 척하는 것보다."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11시가 되자 모두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TV에서는 보신각 타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노트를 펼쳐 2025년의 마지막 글을 적었다. "2025년, 나는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 실수들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이 가장 큰 성장이었다. 2026년에도 실수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인정하고, 배우고, 나아가면 된다." 11시 59분. 1분 후면 새해다. 실수 많았던 한 해가 끝나간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모든 실수에서 배웠으니까.
☕️ 40대 후반, 완벽함을 내려놓다
자정이 지나고 새해가 됐지만 나는 계속 앉아 있었다. 47년을 살면서 언제 가장 완벽하려고 했을까? 20대였다.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30대에는 더 심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수는 약함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40대 후반이 되니 알게 됐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실수를 숨기느냐, 인정하느냐다. 숨기면 반복한다. 인정하면 배운다. 간단한 진리다. 하지만 평생 깨닫지 못했다.
✨ 실수를 인정하는 법
새벽 1시, 노트에 내년에 실천할 방법들을 적었다.
첫 번째는 "변명 금지"다. 실수하면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먼저 말한다. "하지만", "왜냐하면"을 붙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24시간 룰"이다. 실수를 발견하면 24시간 안에 인정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배움 찾기"다. 실수를 인정한 후 "이것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라고 묻는다.
네 번째는 "공개하기"다. 팀이나 가족에게 실수를 공유한다. "오늘 이런 실수를 했고, 이렇게 배웠습니다."
다섯 번째는 "용서하기"다. 남의 실수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만큼 남도 인정해준다.
🎯 새해 첫날을 위한 준비
다이어리의 새 페이지를 펼쳤다. 2026년 1월 1일. 내일이다. 새해 첫날에 할 일을 적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작년에 실수했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용서한다. 나 자신을, 남을, 모두를. 새해에는 더 솔직하게 살기로 다짐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변명하지 않고, 책임지고, 배운다.
🌟 한 해의 마지막 약속
새벽 2시, 잠들기 전 마지막 다짐을 했다. 2025년은 끝났다.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 실수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에드 캐트멀처럼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본다. 하워드 슐츠처럼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사토루 이와타처럼 책임을 진다.
2026년에도 실수할 것이다. 확실하다. 하지만 괜찮다.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숨기지 않고 인정하고, 변명하지 않고 사과하고,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고, 반복하지 않고 배운다. 그것이 내가 2025년에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2026년 1월 1일,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실수할 것이다. 하지만 인정할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진짜 성장이니까.
안녕, 2025년. 고마웠어. 모든 실수와 함께.
안녕, 2026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