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청명 하니 춥다, 화요일의 고요
기온: 최저 -5도, 최고 3도
아침 5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손을 뻗어 끄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제부터 목이 칼칼했고, 머리가 무겁고, 온몸이 나른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일어나려고 했다. '달리기를 해야 해. 오늘 빠뜨리면 연속이 끊겨.' 침대에서 일어나 운동복을 입으려는데 아내가 잠결에 물었다. "어디 가?" "달리기..." "목소리 이상한데? 아픈 거 아니야?" "좀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럼 쉬어. 하루쯤 괜찮아." "하지만 23일 연속인데..." "그래서 더 쉬어야지. 아파서 일주일 못 하는 것보다 하루 쉬는 게 낫잖아."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상했다. 죄책감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몸이 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쉬는 것도 용기구나.' 항상 달려야 한다고, 멈추면 안 된다고, 쉬면 나약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깨달았다. 쉴 줄 아는 것도, 멈출 줄 아는 것도, 몸의 신호를 듣는 것도 용기라는 것을. 다시 잠이 들었다. 7시에 일어났을 때 목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아침을 먹으며 생각했다. 한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그것도 대단하지만, 오늘 쉬기로 결정한 것도 대단하다고.
회사에 가서도 평소보다 천천히 일했다. 급하게 처리하려던 업무를 내일로 미뤘다. 점심시간에는 책상에서 10분 정도 눈을 붙였다. 예전 같았으면 "게으르다"고 자책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쉴 자격이 있다.' 몇달 동안 매일 글을 썼고, 매일 달렸고, 매일 일했다. 하루쯤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 아니,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으니까. 오후 3시쯤 동료가 물었다. "오늘 좀 조용한데?" "몸이 좀 안 좋아서 쉬고 있어." "그래, 푹 쉬어. 연말인데 건강해야지." 쉬는 것을 이해받는다는 게 이렇게 편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 아리아나 허핑턴 - "탈진은 성공의 대가가 아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아리아나 허핑턴의 책 'The Sleep Revolution'을 펼쳤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인 그녀는 2007년 어느 날 사무실 책상에서 쓰러졌다. 과로와 수면 부족 때문이었다. 쓰러지면서 광대뼈가 부러지고 눈 위에 다섯 바늘을 꿰맸다. 병원에서 의사가 물었다. "술이나 약물을 하십니까?" "아니요." "그럼 왜 쓰러진 겁니까?" "일을 너무 많이 해서요." 의사가 말했다. "그건 병입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변했다. 하루 4시간만 자던 습관을 7-8시간으로 늘렸다. 점심시간에 20분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완전히 쉬었다. 회사 직원들에게도 같은 것을 권했다. "쉬세요. 그것이 생산성을 높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쉬면 뒤처집니다." 하지만 그녀는 답했다. "탈진해서 쓰러지면 아예 못 갑니다." 책에서 그녀는 이렇게 썼다. "우리 사회는 탈진을 성공의 배지처럼 여깁니다. 밤새 일한 이야기를 자랑처럼 말합니다. 휴가도 안 가고 일한 것을 영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친 짓입니다."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됐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매년 미국 경제에 63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고 한다. 잠을 못 자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실수가 늘고, 창의성이 감소하고, 건강이 나빠진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에서는 운동선수들의 수면 시간을 늘렸더니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투자였다.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투자.
💪 쉬지 못하는 문화
노트를 펼쳐 내가 쉬지 못했던 이유들을 적어봤다.
첫 번째는 "죄책감"이었다. 쉬면 게으른 것 같았다. 남들은 일하는데 나만 쉬는 것 같았다. 뒤처지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완벽주의"였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속 기록을 끊으면 안 된다고 믿었다. 쉬는 것은 실패라고 여겼다.
세 번째는 "중독"이었다. 일하는 것에, 바쁜 것에, 생산적인 것에 중독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했다. 가만히 있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네 번째는 "인정 욕구"였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 "밤늦게까지 일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주말에도 일했어요"라고 말하면 대단해 보이는 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다. 연속을 끊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조정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쓸모없음이 아니라 재충전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영웅적인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다.
🏃♂️ 오늘의 달리기 - 쉬기로 한 결정
오늘은 달리지 않았다. 연속 기록이 끊겼다. 예전 같았으면 자책했을 것이다. '나는 역시 안 돼', '며칠 못 가서 포기하네', '의지가 약해'.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3달을 넘게 했다', '몸의 신호를 들었다', '현명한 선택을 했다'. 쉬는 것도 과정의 일부다. 달리기는 매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저녁에 체육관에가서 두시간 넘께 땀을 흘렸다.
창밖을 보니 눈이 올듯하다. 왠지 12월 말의 밤 날씨가 아름다웠다. 만약 오늘 아침 억지로 달렸다면 이 날씨를 이렇게 여유롭게 체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몸은 여전히 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내일 다시 시작하면 돼.' 연속 기록은 끊겼지만 습관은 끊기지 않았다. 여기쓰는 기록이 글이 증명한다. 나는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하루 쉬었다고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
🔥 쉴 줄 알았던 사람들
저녁 무렵 다른 사례들을 찾아봤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Think Week"를 가진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숲속 오두막에 혼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생각만 한다. 회의도 없고, 전화도 없고, 이메일도 없다. 그냥 책을 읽고, 생각하고, 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이 Think Week에서 나왔다고 한다. 쉬면서 더 창의적이 됐다.
워렌 버핏은 하루 일정의 80%를 읽기와 생각하기에 쓴다고 한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회의도 최소화한다. 그냥 앉아서 읽고, 생각하고, 쉰다. 누군가 물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사시는데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버핏이 답했다. "바쁜 것과 생산적인 것은 다릅니다. 나는 바쁘지 않지만 생산적입니다." 쉬면서 더 현명해졌다.
또 다른 사례로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낮잠을 잤다고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완전히 잤다. 참모들이 반대했다. "바쁜 시기에 어떻게 낮잠을 주무실 수 있습니까?" 존슨이 답했다. "그래서 낮잠을 자는 겁니다. 피곤하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쉬면서 더 나은 지도자가 됐다.
🌙 저녁의 성찰
밤 9시, 노트를 펼쳐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오늘은 달리지 않았다. 일도 평소보다 적게 했다. 점심시간에 낮잠도 잤다. 일찍 퇴근했다. 저녁에는 그냥 소파에 누워 있었다. 생산적이지 않은 하루였다. 하지만 필요한 하루였다. 몸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목이 나아졌고, 머리가 맑아졌고, 에너지가 조금씩 돌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매일 달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는 것을. 매일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오늘 허락했다. '쉬어도 괜찮아.' 그리고 실제로 괜찮았다.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고, 습관이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나였다.
☕️ 40대 후반, 쉼의 필요성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20대에는 쉬지 않아도 괜찮았다. 밤새 일해도 다음날 회복됐다. 주말 없이 일해도 버텼다. 몸이 강했다. 30대도 비슷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견딜 만했다. 커피 한 잔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40대 후반은 다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한 번 피곤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무리하면 금방 아프다.
47세의 몸은 쉼을 요구한다. 더 자주, 더 충분히. 이것은 약함이 아니라 현실이다. 젊을 때처럼 할 수 없다. 젊을 때처럼 하려다가는 무너진다. 공황장애도 그렇게 왔다. 쉬지 않고 달리다가 쓰러졌다. 이제는 안다. 쉬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을. 멈추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라는 것을.
✨ 쉬는 용기를 내는 법
노트에 앞으로 실천할 방법들을 적었다.
첫 번째는 "몸의 신호 듣기"다. 피곤하면 쉰다. 아프면 멈춘다. 무리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계획된 휴식"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히 쉬는 날로 정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날. 그냥 존재하는 날.
세 번째는 "낮잠 허용"이다. 피곤하면 20분 낮잠을 잔다.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네 번째는 "완벽주의 내려놓기"다.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 연속 기록보다 장기적 지속이 중요하다. 하루 쉬는 것이 일주일 못 하는 것을 막는다.
다섯 번째는 "쉼 정당화하기"다. "게으르다"고 자책하지 않는다. "현명하다"고 칭찬한다.
🎯 내일을 위한 준비
다이어리에 내일 계획을 적었다. 아침에 몸 상태를 체크한다. 괜찮으면 달린다. 아직 안 좋으면 하루 더 쉰다. 무리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급하지 않은 일은 미룬다. 점심시간에는 꼭 쉰다. 저녁에는 일찍 집에 온다. 충분히 잔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
🌟 오늘의 약속
눈을 감으며 오늘의 다짐을 되뇌었다. 오늘부터 나는 쉴 줄 안다. 멈출 줄 안다. 몸의 신호를 듣는다. 아리아나 허핑턴처럼 탈진을 성공의 배지로 여기지 않는다. 빌 게이츠처럼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 워렌 버핏처럼 바쁜 것과 생산적인 것을 구분한다.
오늘은 쉬었다. 연속 기록이 끊겼다. 하지만 괜찮다. 오히려 좋다. 쉴 줄 아는 법을 배웠으니까. 멈출 용기를 냈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니까.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더 건강하게, 더 지속가능하게.
내일도, 나는 몸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쉬라고 하면 쉬고, 가라고 하면 간다.
쉬는 용기, 그것이 오래 가는 비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