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원제 : The Singularity Is Nearer
- 부제: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 저자: 레이 커즈와일
- 옮긴이: 이충호
- 감수: 장대익
- 출판: 비즈니스북스
- 출간: 2025년 6월
특이점 앞에 선 우리, 그리고 내 아들의 미래
얼마전까지도 AI 도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단지 우리가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이제 레이 커즈와일의 신작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읽고 나니,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시대착오적이었음을 깨닫는다. 준비할 시간은 남지 않았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20년 전,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에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것이 최소 100년은 걸릴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일론 머스크는 "우리는 특이점의 사건의 지평선 위에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와 빌 게이츠가 이 책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한 사람은 인간의 의미를 질문해온 사상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온 실천가다. 이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이것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십대 아들을 둔 부모로서, 책의 내용은 불편했다. 아들이 취업할 나이가 되었을 때, 그가 지금 배우는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유효할까? 커즈와일은 2029년이면 AI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불과 5년 뒤다. 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이다. 그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결합하며 살아갈 세대다. 나는 그 세상을 어떻게 준비시켜줘야 할까?
리더로서는 더 당혹스럽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나는 늘 짧게는 '1년 후'를 길게는 3~5년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커즈와일은 말한다. 기술의 발전은 선형적이지 않고 기하급수적이라고. 그가 말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은 간단하다. 특정 기술이 혁신의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내면서,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력 질주 구간에 진입했다. 1년의 계획? 어쩌면 그것조차 너무 느린 시간표일지 모른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커즈와일은 나노의학이 가져올 수명 연장, 뇌와 클라우드의 연결, 일자리와 노동의 재편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묻는다. "당신은 과연 어떤 인간으로, 어떤 존재로 이 변화 앞에 서고 싶은가?"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다.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업로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나'일까? 정체성은 물질이 아니라 정보의 연속성이라는 그의 주장은, 철학적으로 매혹적이면서도 소름 끼치게 생생하다.
책은 "흥분된다"와 "두렵다"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준다. 커즈와일은 낙관론자다. 그는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원 고갈, 일자리 소멸, 환경 파괴까지도. 하지만 그의 낙관은 맹목적이지 않다. 그는 인정한다. 변화는 파괴적일 것이고,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한 가지 변화를 상상할 때, 마치 그것 말고는 나머지는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을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일자리가 사라질 때마다 많은 긍정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며, 이러한 변화는 파괴적 변화만큼이나 빨리 일어난다."
커즈와일은 이 모든 변화를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30년경이면 인류는 '수명 탈출 속도'에 도달한다고. 즉, 우리가 늙는 속도보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뜻이다. SF처럼 들리지만, 그의 이전 예측들을 돌이켜보면 섣불리 무시할 수 없다.
책을 덮고 나서, 세상이 갑자기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느껴졌다. "아, 이미 이렇게 바뀌고 있었구나." 스마트폰이 내 뇌의 연장이 된 것처럼, AI는 이미 내 사고방식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특이점은 언젠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피할 수 없는 질문을 손에 쥐여준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리더로서,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미래 앞에서 어떤 사람으로 서 있을 것인가. 커즈와일의 예측이 또다시 정확할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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