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청명한 날씨가 이어진 하루였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들이 곳곳에 걸려 있고
푸르름 가득하고 깨끗한 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적당히 시원하고 더웠고 바람도 불었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좀 많아진다 싶었는데
다시 비가 내리지는 않았고
비슷한 날씨가 밤까지 이어지는 하루였다
기온과 날씨에도 참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날씨가 좋으니 기분도 좋고
날씨가 맑으니 생각도 맑으며
깨끗하고 맑은 공기덕에
좋은 생각들을 많이하게되는 하루였다.
오늘도 월요일 아침마다 보내주는
운세와 타로카드 점을 재미로 접했다.
지난주는 100점이었는데 오늘은 85점이었고
타로 카드도 좀 무거운 것이 나왔다.
그런데 두 카드의 마지막이 기분 나쁘지 않다.
"승부나 경쟁을 기분좋게 즐겨라"
"일 복터지는 한 주다"
좋은 것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닐까?
늘 승부는 즐거운 것이라 믿고 경쟁에 최선을 다하고
어차피 일복은 늘 터져 있던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냥 평소랑 다름없는 하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이야기하지만 운세는 좋은 점만 믿으면 된다.
나쁜 게 나오면 이런 근거도 없는 돌팔이... 하며
웃으면서 넘기면 그뿐이다.
늘 그렇듯 월요일은 하루가 너무나 짧다.
오후에 출근하다 보니 뭔가 하려고 하면 해가진다.
여름이 가까이 오니 낮이 길어져 8시가 다 되도록 환한데
그래서 다행이다. 늦었지만 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술을 즐겨마시던 사람이다 보니 밤형 인간이기는 한데
나는 밤이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밤이 되어 일을 마쳐야 함이 싫은 걸까? 아쉬운 걸까?
절대 그럴 리 없을 텐데.. 이 느낌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과가 짧아 산책도 못하고 책도 읽을 시간이 없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다른 루틴은 지켜 하루는 보내고 있다.
책상 위의 장식이 하나 더 늘었다.
처음에는 부처님, 두 번째는 예수님
세 번째 식구는 공자님이다.
4대 성인을 다 책상에 모시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공자님 책을 읽다 보니 책상에 두고 마음이 심란할 때
한 번씩 보며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마지막 한분인 소크라테스는 책상에 올리지 않을 것 같고
나머지 한 자리는 성모마리아 님이 될 것이라 예상해 본다.
가운데 예수님 장식을 명동성당에서 구입했는데
그때 적당한 마리아 장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여하튼 종교가 무엇이 됐든 나에게는 마음에 안정이 최우선이다.
남이 놀려도 뭐라고 해도 난 이게 좋고 편하다.
종교와 믿음이 왜 대체 남들과 논쟁해야 하는 주제인지 모르겠다.
난 나를 믿는다.
종교는 인류 탄생 후 지금까지 수만 년(수백만 년일지도 모른다)
동안 위안과 희망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보다 물론 더 힘들고 험했을 사회이니
종교를 통해 삶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존재와 우주의 신비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할 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적 신념으로 개인의 내면과 자아 신뢰에 대한 탐구를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한계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인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력과 결정을 가장 신뢰할 수 있다.
경험상 그렇다. 그것이 제일 정확하다.
경험과 감정 그리고 생각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며
이는 어떤 미지의 인풋이나 권위보다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종교는 우리에게 도덕적 지침과 삶의 의미는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며
행동과 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직관과 지혜를 신뢰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믿는 것은 자신감과 자기 결정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수 많을 도전에 맞서고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스스로가 자신의 최고 조언자이며
본인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고 행복의 우선순위를
가장 잘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종교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일 수 있고
삶의 길은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믿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스스로를 믿음으로써 세상이 더욱 내 것에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이렇듯 나를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종교와의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
자신을 믿되 동시에 더 큰 가치와 철학에 대한
활짝 열려있는 자세를 가지는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존중심을 바탕으로 살면서도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 기회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일 것 같다.
삶도 그런 것 같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선택을 취하며 살듯
나의 믿음과 세상의 믿음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듯하다.
난 오늘 옳은 판단을 하고 살아냈는가?
늘 이렇게 돌아 볼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옳은 결정 속에 살 수 있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두배로 힘들었을 월요일
모두 잘 견뎌 내고 살아 내었다.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며
내일의 하루도 건투를 빌어본다.
편안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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