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라서 인지
아니면 더위가 최고점을 넘어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느낌이 그런 건지
오늘은 좀 뜨겁다는 느낌이 덜 한 날이었다.
여전히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습한 느낌이었지만
해가지고 거리를 걸을 때에는 불어오는 바람도
그다지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가끔은 시원한 기분마저 들었다.
날씨 데이터 상으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습도는 여전히 높고 밤에도 여전히 온도는 높다.
바람이 불어서일까?
괜한 기대감인가 ㅎ
유난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오늘은 오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좀 보고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오전 일찍 약속을 점심때로 변경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시간을 보니 두 시간 반도 남지 않아서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갔는데
집 앞에서 삼성으로 가는 버스를 놓쳐서
다른 정류장으로 한 5분 정도 뛰어서 이동했는데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버스를 탔는데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런 기분이려나
차 없는 불편함을 절실히 느낌과 동시에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동시에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 몸에 흐르는 땀과 내가 느끼는 더위와는 아주 상반되게
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파랗고 밝은 얼굴을 하고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즘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인지
예전 같았으면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 자신에게
대단히 짜증 나고 화났을 상황이다.
땀은 흐르지
약속시간은 다가오지
더운데 뛰어야지
찝찝하지...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버스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잘못했으니 내 몸이 힘든 것인데
짜증 내어 무엇하며 화는 나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앞으로도 이런 마인드로 살도록 지속 노력해야겠다.
그제는 삼성, 어제는 청담 오늘은 역삼인데...
역삼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전철도 없어서
그냥 삼성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탔다.
도로에 물을 뿌려서 인지 온도는 지속 조절되는 것 같은데
공사 중인 삼성역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오늘 미팅은 센터필드에서 있었다.
늘 조선팰리스에 행사 때문에 가거나
건물에 입주한 회사들을 방문만 했었는데
사무실이 아닌 상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식당가도 둘러보고 와인샵도 구경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내부를 둘러보니 이런데 사무실이 들어오려면
정말 수익률이 몇 프로나 돼야 할까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금색 에스컬레이터가 유난리 고급져 보였다.
오늘 미팅도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그려보고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그리고 너무도 갑자기 함께 꿈꾸고 고민하자는 제안을 주셨다.
갑작스러워 확답을 드리지 않고 고민하고
다음 주쯤 다시 한번 뵙겠노라고 기약하고 헤어졌는데
감사한 마음을 제외하면
정말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인생을 고민의 연속이라고 하는 것 같다.
미팅이 끝나고 더 지체하지 않고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도 싱숭생숭하고 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도 하여 쉬고 싶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선릉에서 정말 멋진 까마귀를 만났다.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극지 아래에서 테헤란로를 바라보며
의젖하게 앉아있는 멋진 새였다.
그 순간만큼은 독수리처럼 멋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지려면 이런 주변의 분위기 역시 중요한 것 같다.
절묘하게 어우러진 태극기와 까마귀가 앉아있는 방향
그리고 더운 날씨.. 까마귀는 그 순간 나에게는 최고의 새 한 마리였다.
집 앞에 도착했는데
요즘 더위보다 더욱 잠자리를 설치게 만드는 매미들을 만났다.
혼내주고 싶었지만 더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와서 보복할 것이 두려워서
그냥 경고 정도 하고 타일러서 보냈는데
신기하게도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많이 울지는 않는다.
말이 통한 것일까?
아님 결국 새벽에 또....
두고 볼일이다.
집에 들어갔는데 더위에 하루 종일 집에 있었을 둘과 함께
버스를 타고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요즘은 셋이 같이 버스 타는 재미가 있다.
우선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백화점 폐장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라스트리트의 부대찌개 집인데
양도 많고 맛도 추천할 만하다.
더위에 웬 부대찌개냐 싶지만
역시 한국 사람은 더워도 찌개가 잘 맞다고 생각한다.
근처에 갈 일 있으면 한번 먹어봐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쇼핑할 것은 없었으나
여기저기 둘러보고 요즘 트렌드도 배우고
새로운 브랜드도 만나고 나름 괜찮은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역시 여름은 백화점 아니면 마트다.
계곡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 더 좋겠지만
벌이를 안 할 수는 없으니...
다음을 기약한다.
또 이렇게 하루가 멀어져 간다.
정말 머물러만 있을 것 같은 청춘인 줄 알았는데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이젠 오십즈음에가 됐다.
60 가까이 가도 70이 다 돼도
그리고 삶의 끝 즈음에도
이 노래는 늘 같은 느낌일 것 같다.
https://youtu.be/L7lED8RtdAI?si=Ffv4XXsu3H47gsJL
시간이 잘 흘러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것은
나름 그 삶을 충실히 잘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입추가 지났으니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올 것이다.
삼계탕 한 그릇 먹고 나면 곧 가을이라는 뜻이다.
모든 힘든 것은 다 지나간다.
그리고 그것마저 힘들다고 나만 느끼지 않으면
무엇도 인생에 힘든 것은 없다.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먹고 살자
더운 날씨 오늘도 모두 고생 많았다.
입추의 기운을 받아 모두 힘을 내길 빈다.
다시 시작한 내일을 응원하며
모든 날들의 건투를 빈다.
푹 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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