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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2024년 10월 10일, 백수생활 82일째, 화담숲을 다녀오다.

by SSODANIST 202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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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지속 무기력함에 힘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어제 늘 방문했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장소 하나가 떠올랐다.

지독한 무기력함 속에서도 또는 그 무기력함을 잊기 위해

그 장소인 화담숲에 가보기로 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니 힘도 나고 행동도 빨라졌다.

생각이 난 어제저녁 바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오늘 가보았다.

 

https://reservation.hwadamsup.com/reserve/resMain.do

 

화담숲 예매하기

예매하기 <!-- guide ***** button click 시 on class 추가 --> 이용안내 01 온라인 예매 안내 티켓 발권 없이 전송된 QR코드로 입장 온라인 예매 외 부적절하게 구매한 티켓(중고거래, 화면캡처 등)은 QR코드

reservation.hwadamsup.com

 

예전에는 현장에서도 발권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100% 온라인 예매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9시부터 20분 간격으로 시간을 선택해서 예매를 할 수 있다.

집에서 가는 시간 가기 전에 박여사 드레싱을 위해

병원에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10시 40분 입장을 예약했다.

 

예약은 입장권+화담채+모노레일이 예매가 가능한데

10월 중순부터 단풍 시즌에는 예매하기가 정말 힘들다.

화담채는 화담숲 입구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전시관 옥상정원 미디어 아트 전용관 등이 있다.

이번에는 패스하고 산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타면 힘들지 않게 화담숲을 둘러볼 수 있는데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걸어서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걸어야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다.

 

아메바를 학교에 보내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벌써 5번째 방문인데 아직도 완전히 살이 복원이 안되었다.

화상이 정말 무서운 사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처음에 좀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좀 미안했다.

빠르게 드레싱을 마치고 내비게이션을 작동했다.

30km 정도 거리인데 차가 밀리는지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예상했던 10시 40분에 거의 딱 맞게 도착할 시간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예약 시간 한 시간 후 까지는 입장이 가능하기에

여유 있게 주차를 하고 리프트를 탑승 후 화담숲 입구로 향한다.

화담숲은 곤지암 리조트 제일 끝에 있다.

주차장까지 가이드가 잘되어 있어 찾기가 쉬우니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입구까지 무료 리프트가 운행하는데

걷고 싶으면 굳이 리프트를 안타도 상관없다.

리프트 타는 시간은 약 5분 정도 된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았다.

기업에서 연수를 온 것 같은 못습도 있고

관광버스로 단체 여행을 온 어르신들도 보였고

드물게 외국인 관광객들도 볼 수 있었다.

약 10여 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같다.

안내 지도와 실제 걷기 맵이 모양이 비슷하다.

 

매표소를 들어가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지그재그로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많은 테마원들을 둘러보면서 걸으면 된다.

가파른 지형인데 데크를 완만하게 깔아놓아서

전혀 힘들지 않다 모든 코스를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구두를 신고 걸어도 문제없을 만큼 걷기 좋다.

나는 늘 위의 사진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걷는다.

코스를 가로지르며 빼놓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 2시간 반정도면 볼 수 있고

쉬다 걷다를 반복하면 3시간 정도 잡으면 충분하다.

물론 한 시간에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시합이 아니니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코스를 걷다 보면 비슷한 글귀가 지속 눈에 들어온다.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경치구경 하시면서 천천히 산책하세요"

 

그래 맞다. 

왜 나는 여기까지 와서 또 이렇게 서두르고 있는 것일까?

여유를 가지자고 여기까지 왔는데

걸음은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호흡도 지속 거칠어지고 있다.

또 스치듯 소중한 것들을 지나 치고 있었다.

 

삶은 수많은 작은 순간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깊이이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

종종 서두르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건 아닐까?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깊이 숨을 들이쉬어도 보고

산책을 하듯 천천히 걸으며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짧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새소리, 바람의 속삭임, 그리고 따뜻한 햇살까지

모든 것이 우리의 소중한 인생의 일부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그것을 못 즐기고 못 느끼고 살아갈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보자.

어느 순간 마음속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리라 믿어본다.
그렇게 생각하며 속도를 줄이고 또 줄이고

주위를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그리고 긴 숨으로 맑은 산공기를 마시고 뱉어낸다.

그래 난 지금 산에 있다.

서둘러서 무엇할 것인가?

 

화담숲은 관리가 정말 잘 되어있다.

외부 음식물 반입도 금지하고 있고

심지어 자판기 이외에는 음식물 판매도 하지 않는다.

정말 자연 있는 그대로를 소중히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늘 다녀오면 좋은 에너지를 받아간다.

 

만약음식물 반입이 가능했다면

등산동호회덕에 벌써 폐허가 되었으리라.

 

몇 번을 와봤는데

오늘 '화담'이라는 글자의 뜻을 처음 알았다.

화담은 고인이자 전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시호였다.

 

"마음을 터놓고 정담을 나눈다"

 

고인의 바람처럼 누구든 이 숲을 찾아

바람과 자연과 정담을 나누고 치유를 받고

위로를 받고 그렇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런 숲을 가꾸는 것을 누군가는

재벌들의 특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자연과 새를 좋아했고

수목장을 택한 구본무 회장은

이 숲이 진심으로 잘 가꾸어지질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숲에 와서 위로를 받고

마음을 정화하고 머리를 정리할 수 있는 것이고....

 

좋은 공기 맑은 물소리 늦은 매미의 우렁찬 울음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숲 속을 천천히 걸어

13시쯤 마지막 장소인 번지 없는 주막에 도착했다.

숲에는 외부 음식을 가져갈 수 없다.

숲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유일한 장소는 여기다.

3시간을 걸었다. 

주막에서 파전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주막바로 옆으로 유일하게 밖으로 나 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천재적인 마케팅이자 동선 짜기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주막으로 향한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한다.

키오스크 주문이고 번호를 부르면 픽업을 간다.

당연히 파전 한판

출출하니 우동 한 그릇

그리고 목마르니 느린 마을 막걸리 한 병

운전을 해야 하니 박여사만 신났다.

자칫 가격이 사악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막걸리 가격 빼고는 정말 비싼 가격은 아니다.

파전이 22,000원 우동이 10,000원이니

다른 식당이나 주점 가격에 그림 같은 뷰 가격이 

포함되었다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맛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파전 한 조각 그리고 멋진 풍경

비행기표 끊고 멀리 어딘가로 간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 아니다.

지금 여기 우리 그렇게 행복은 만들어진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재촉해 본다.

누군가가 잘 가꾸어 놓은 숲에서

알 수 없는 위안과 에너지를 얻어 돌아간다.

입장료 11,000원 전혀 아깝지 않은 장소라 생각한다.

돈만원을 내고 백지수표를 얻어가는 기분이다.

더 자주 와봐야겠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모두 편안한 밤이 되길 기원하며

주말로 가는 입구에서 기다리는 내일을 

부디 잘 보내길 응원한다.

 

그대들의 인생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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