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에게도 늦은 시작이란 없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릇처럼 휴대폰을 켜고 링크드인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심하게 스크롤을 하던중 모티베이션 계정에서 어는 도시의 거대한 광고판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Don't forget, you can: Start at 30. Fail at 33. Start over at 34..." 글귀는 계속 이어졌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뜨끔했다. 마치 누군가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이에 이렇게 얽매이게 된 걸까. 30세가 되면 이미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하고, 35세까지는 결혼을 해야 하며, 40세 이전에는 집을 사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시간표에 자신도 모르게 압박받으며 살고 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뒤처진 것 같고,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조급함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 광고판의 메시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3세에 실패해도 괜찮다고, 34세에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심지어 44세에 새롭게 출발해도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단순한 문장들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깊었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4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린 선배, 50대에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학문에 도전한 이웃, 60대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개인전까지 여는 할머니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 기준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같은 나이의 친구가 승진했을 때, 후배가 결혼했을 때, SNS에서 보는 화려한 성공 스토리들을 볼 때 느끼는 조급함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경주가 아니다.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여행이다.
실제로 역사를 살펴보면 늦은 시작으로도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컬넬 샌더스는 65세에 KFC를 창업했고, 로라 잉걸스 와일더는 62세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 모세스 할머니는 78세에 그림을 시작해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고, 하루키는 29세가 되어서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나이는 제약이 아니라 단지 숫자였을 뿐이다.
더욱이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교육으로 언제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창업 생태계는 나이보다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중시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2막, 3막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해졌다. 은퇴 후에도 20-30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는 시대에, 40대나 50대의 새로운 시작이 늦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늦은 시작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경제적 불안감도 클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시작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나이가 주는 경험과 지혜, 인맥과 자원은 젊은 시절에는 없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 광고판이 말하듯 "Fail at 33"이라고 해서 끝이 아니다. 실패는 하나의 경험이고, 다음 도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33세의 실패가 있었기에 34세의 새로운 시작이 더욱 견고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이 최종적인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아닌 성공과 과정이 있을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몇 살이든, 어떤 상황에 있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만의 시간표가 있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덜 가치 있는 성취를 이루는 것도 아니고, 빨리 시작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큰 성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 광고판의 마지막 문구가 떠오른다. "And still be a success."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이 단순한 글 속에는 깊은 진실이 담겨 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진정한 성공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 말이다. 오늘이 당신 인생의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자. 어제까지의 모든 경험은 오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 뿐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사실은 가장 완벽한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한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결국 성공할 것이다.
'명언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 시대, 꼭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15) | 2025.07.06 |
---|---|
40대 후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글. (2) | 2025.06.30 |
결국 모든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 (1) | 2025.06.29 |
나이먹어 간다는것에 대하여 (6) | 2025.06.08 |
기록하는 삶에 대한 성찰 (1) | 2025.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