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다산의 문장들
- 부제: 단단하게 나를 지키며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 검색
- 저자: 조윤제
- 출판: 오아시스
- 출간: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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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문장들 | 조윤제
70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 최고의 고전 연구가인 조윤제가 오랫동안 다산의 삶을 탐독하며 다산이 전하는 지혜의 정수만을 뽑아 오늘날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자찬묘지명’, ‘여유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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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길 - 『다산의 문장들』을 읽고
고전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닿는 곳이 넓어졌다. 꽤 오래전 서가를 두루 헤매다 조윤제 선생님의 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다산의 말씀을 담은 책들은 단순히 마음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각의 숙제였고, 삶의 질문이었으며, 때로는 아픈 반성이었다.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다산의 글들에 매료되었다.
정약용. 다산 선생이 살았던 시간을 생각하면 먼저 그 고난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른다. 18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 불가능할 것 같은 순간들을 견뎌내며 그는 오히려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그 엄청난 결과도 경이롭지만, 내게 더 깊이 다가온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의 글들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리키는 나침반 같았다. 어두운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흔들리는 내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조용히 일러주는 목소리였다.
조윤제 선생의 이번책 "다산의 문장들"은 그런 다산의 정수를 담아낸 책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산을 읽고 또 읽었다고 선생은 고백한다. 그 말이 깊이 와닿는다. 우리는 모두 흔들린다. 삶의 무게에, 선택의 기로에서,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위로나 달콤한 희망이 아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똑바로 서 있는 한 사람, 제대로 된 어른의 목소리다.
이 책은 다산의 한 권의 저서가 아니라, 그가 남긴 여러 책들과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에서 인생을 잘 살아갈 내공을 전해주는 93가지 문장들을 모아놓았다. 지금까지 조윤제 선생이 공부하고 천착해온 다산의 정수를 집약해 놓은 셈이다. 93가지라는 숫자가 주는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책은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다.
난 그 담담함이 좋다. 다산은 화려하지 않다. 희망에 찬 미래를 그리지도 않는다. 다만 인생에 약이 될 쓴소리와 옳은 소리, 바른 말들을 건넨다. "너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느냐"고 묻고,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일러준다. 그것은 거인으로서의, 진짜 어른의 품격이다.
다산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람'에 대해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유배지에서, 자식들을 직접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글로써 아이들을 키웠다. 학문만을 가르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일일이 짚어주었다. 그 편지 한 장 한 장이 모두 인생의 교과서다.
오늘날 우리는 '어른'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나이만 먹었지 진짜 어른은 없다고 한탄한다. 그렇다면 진짜 어른은 무엇인가. 다산의 글을 읽다 보면 그 해답이 조금씩 보인다. 어른은 자신의 고통 속에서도 바른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이 겪은 불의를 이유로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다.
18년의 유배.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원망과 분노로 자신을 갉아먹을 수도 있고, 체념과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산은 그 시간을 공부로, 사색으로, 그리고 후학을 위한 기록으로 채웠다. 그것이 인간의 품격이고, 어른의 태도다.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멈칫했다. 어떤 문장은 너무 따끔해서, 어떤 문장은 너무 정곡을 찔러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약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다. 다산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진짜 약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 삶은 떳떳한가. 나는 누군가에게 어른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편안하지 않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성장이고, 이 질문을 지속하는 것이 성숙이다.
조윤제 선생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산을 읽었다는 말을 다시 생각한다. 나 역시 이제는 알 것 같다. 흔들릴 때 필요한 것은 쉬운 위로가 아니라, 똑바로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다. 다산은 그런 사람이다. 그의 글은 흔들리는 우리에게 중심을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인생의 정수란 무엇일까. 화려한 성공도, 거창한 업적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다산의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책은 그래서 단순한 고전 해설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생의 지도다. 93가지 문장 하나하나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끄는 이정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다산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의 학문도, 그만큼의 의지도 없다. 하지만 다산을 닮아가려 노력할 수는 있다. 조금 더 떳떳하게, 조금 더 성실하게, 조금 더 사람답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다산의 문장들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의 내공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내공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그것이 다산 선생이,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조윤제 선생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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