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과 대박으로 줄어든 우리의 감정 표현
헐과 대박, 그 납작해진 세계에 대하여어느덧 사십 대 후반, 인생의 허리를 지나고 있다. 돋보기를 찾을 나이가 되었으며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가끔은 현기증 나게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특히 거리에서, 카페에서 들려오는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묘한 이질감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오곤 한다.놀라도 "헐", 기뻐도 "대박", 슬퍼도 "헐", 맛있어도 "대박". 마치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이 두 단어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빈곤해진 언어, 가난해진 마음얼마 전, 아끼는 후배 녀석을 오랜만에 만났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청첩장을 내밀며 결혼 소식을 전하는 그 녀석 앞에서,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속에서는 뭉클함과 대견함,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 같은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그..
2025.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