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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뛰고 & 5분 글쓰고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5년 11월 4일_흐름에 몸을 맡기다 (Go with the Flow)

by SSODANIST 202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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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쌀쌀하다. 일교차가 크다. 그러나 맑다

기온: 최저 3도, 최고 15도


요즘은 '흐름'을 자주 생각한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힘보다,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힘. 살다 보면 어떤 때는 강을 거슬러 오르듯 버둥거릴 때가 있다. 힘껏 노를 저어도 제자리이고,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으며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인생의 지혜는 종종 '흘러가는 법'을 아는 데 있다. 강물과 싸우는 대신, 강물이 가는 방향을 읽고 함께 가는 것. 그게 때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바람을 마주보고는 종이비행기를 날릴수 없다. 바람을 따를줄알아야 비행기를 날릴수 있다.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 불안은 억누르려 할수록 커지고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는 무너진다. 하지만 그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함께 흘러가면 이상하게도 평온이 찾아온다.  그것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Nature does not hurry, yet everything is accomplished."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 노자

강물은 목적지를 묻지 않는다. 지도를 펴지도,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흐를 뿐이다. 돌에 부딪히면 돌아가고, 낮은 곳이 있으면 그리로 흘러간다. 강제로 막으면 잠시 멈추는 듯 보이지만, 결국 물은 길을 찾아 흘러간다.

"The supreme good is like water, which nourishes all things without trying to."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모든 것을 길러주되 애쓰지 않는다."
— 노자

물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바위도 깎고, 계곡도 만든다.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저 흐를 뿐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결국 모든 것을 품는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모든 순간을 통제하려 애쓰는 대신, 때로는 그저 흘러가는 쪽이 옳을 때가 있다. 억지로 붙잡은 일은 자꾸 어긋나고, 놓아버린 일은 이상하게도 풀려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잘 싸운다것이 잘 흘러간다는 건 아니라는것을 깨닫는다. 세상과 맞서기보다, 세상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통제의 역설 — 놓아야 잡힌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그곳에서 그는 인간의 마지막 자유를 발견했다. 상황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When we are no longer able to change a situation, we are challenged to change ourselves."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꾸도록 도전받는다."

공황장애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 나는 그것을 '통제'하려 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불안이 오지 않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하려 했다. 하지만 통제하려 할수록 공황은 더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닭았다. 공황을 막으려 하면 안된다. 공황이 오면, 환영해야한다. '아, 네가 왔구나. 괜찮아, 같이 있자.' 그렇게 말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도해봤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힐 때, 싸우는 대신 받아들였다. '괜찮아, 이것도 지나간다. 모두 지나간다.'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저항을 멈추자 공황도 멈췄다. 싸우지 않으니 적도 사라졌다.

아직도 자주 불쑥 찾아 오지만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통제를 놓아야, 진짜 통제가 시작된다.


🏄‍♂️ 플로우 상태 — 몰입의 기쁨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Flow)' 상태를 연구했다. 플로우(Flow)'란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아를 잊고, 행위 자체가 보상이 되는 상태이다.

그는 플로우는 억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쉬운 일은 지루하고, 너무 어려운 일은 불안을 만든다. 플로우는 도전과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The best moments in our lives are not the passive, receptive, relaxing times... The best moments usually occur if a person's body or mind is stretched to its limits in a voluntary effort to accomplish something difficult and worthwhile."
"우리 삶의 최고의 순간들은 수동적이고 편안한 때가 아니다. 최고의 순간은 보통 사람의 몸이나 마음이 어렵고 가치 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으로 한계까지 확장될 때 일어난다."

달릴 때 나는 종종 플로우를 경험한다. 처음 5분은 힘들다. 몸이 무겁고, 숨이 차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0분쯤 지나면 무언가가 바뀐다. 호흡이 고르고,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생각이 멈춘다.

그냥 달린다. 노력하지 않아도 다리가 움직이고, 세상이 흐르고, 나도 함께 흐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으면서 동시에 빠르게 지나간다.

그것이 흐름이다. 억지로 만들 수 없지만,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 달리기도, 글쓰기도 흐름이 있다

달릴 때 가장 힘든 순간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멈출 때다.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몸도 금세 무거워진다. 생각이 저항을 만들고, 저항이 고통을 만든다.

하지만 리듬을 찾으면 달리기는 오히려 쉬워진다. 호흡, 발걸음, 심장의 박동이 맞아떨어질 때 몸은 저절로 흐른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If you are losing faith in human nature, go out and watch a marathon."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면, 밖으로 나가 마라톤을 보라."
- 마라토너 카타리나 스비트코

마라톤을 보면 안다.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는 사람들은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들은 흐름을 탄다. 자신의 리듬을 찾고, 그 리듬을 끝까지 유지한다.

글쓰기 역시 그렇다. 억지로 써내려가려 하면 문장은 막히고, 그날의 리듬을 받아들이면 단어들이 흘러나온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됐어.' 그렇게 자신을 허락하는 순간, 의외로 가장 진솔한 문장이 태어난다. 완벽을 추구할 때는 한 줄도 못 쓰다가, 그냥 흘러가듯 쓸 때 가장 좋은 글이 나온다.

작가 앤 라모트는 《쓰기의 감각》에서 이렇게 말했다.

"Almost all good writing begins with terrible first efforts. You need to start somewhere."
"거의 모든 좋은 글은 형편없는 첫 시도에서 시작된다.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흐름은 완벽에서 오지 않는다. 시작에서 온다.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방향은 저절로 잡힌다.


🎨 브루스 리의 물의 철학

유명배우이자, 무술가이며, 처학가이기도 했던 브루스 리의 유명한 말이다.

"Be like water, my friend. Empty your mind. Be formless, shapeless, like water. You put water into a cup, it becomes the cup. You put water into a bottle, it becomes the bottle. You put it into a teapot, it becomes the teapot. Now water can flow, or it can crash. Be water, my friend."
"물처럼 되라, 친구여. 마음을 비워라. 형태도, 모양도 없이, 물처럼 되라. 물을 컵에 넣으면 컵이 되고, 병에 넣으면 병이 되고, 주전자에 넣으면 주전자가 된다. 물은 흐를 수도, 부딪칠 수도 있다. 물이 되라, 친구여."

브루스 리는 강직한 무술 스타일을 버리고 유연한 절권도를 만들었다. 상대의 힘에 맞서지 않고, 그 힘을 이용했다. 밀려오면 물러나고, 틈이 보이면 흘러 들어갔다. 그는 암으로 요절하기 전, 이런 메모를 남겼다.

"주먹을 꽉 쥐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손을 펴면 세상이 당신 손 안에 있다."

통제를 놓아야, 진짜 힘이 생긴다.


🌾 흐름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흔히 오해한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을 '노력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건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방향을 믿는다는 뜻이다.

강물도 방향이 있다. 바다를 향해 흐른다. 돌아가고, 휘돌고, 때로는 느리게 가지만, 결국 바다에 닿는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 그곳에도 이유가 있다. 때로는 정체가 필요하고, 때로는 급류가 필요하다. 호수처럼 고요할 때도 있고, 폭포처럼 떨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물은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자주 묻는 일이다.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흐름은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Let yourself be silently drawn by the strange pull of what you really love. It will not lead you astray."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의 이상한 끌림에 조용히 이끌리도록 하라. 그것은 당신을 길을 잃게 하지 않을 것이다."
- 시인 루미


🧘‍♂️ 무위자연 — 억지로 하지 않되 이루어진다

노자의 핵심 철학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뜻.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행한다', '흐름에 따라 행한다'는 뜻이다.

농부를 보라. 씨앗을 심고, 물을 주지만, 식물을 억지로 자라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자연의 흐름을 따를 뿐이다. 계절이 오면 씨앗을 뿌리고, 햇빛이 오면 물을 주고, 때가 되면 수확한다.

억지로 당기면 식물은 죽는다. 흐름에 맡기면 식물은 자란다.

나는 공황장애를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없애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 했다. 싸우지 않고, 대화했다.

'왜 왔어? 무엇이 두려워?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그러자 신기하게도 공황은 덜 찾아왔다. 오더라도 덜 무서웠다. 흐름에 몸을 맡기자, 삶이 부드러워졌다.


💭 오늘의 명상 — 흘러가는 나를 믿는다

오늘은 너무 애쓰지 말자.
오늘은 '밀지 말고, 흘러가자.'

해야 할 일들이 쌓였더라도, 조금의 여백을 허락하자. 강물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나아가자.

"Life is a series of natural and spontaneous changes. Don't resist them; that only creates sorrow. Let reality be reality. Let things flow naturally forward in whatever way they like."
"인생은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변화의 연속이다. 그것에 저항하지 마라. 그것은 슬픔만 만든다. 현실을 현실로 두라. 사물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라."
— 노자


🌊 오늘, 당신에게

혹시 지금 무언가와 싸우고 있나요?
상황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나요?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나요?

괜찮습니다.

잠시 멈추고, 흘러가 보세요.

강물은 바위와 싸우지 않습니다. 돌아갑니다.
나무는 바람과 싸우지 않습니다. 흔들립니다.
구름은 하늘에 붙잡히지 않습니다. 흘러갑니다.

당신도 흘러가도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 오늘의 다짐

"나는 오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그 한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5분 달리고, 5분 쓴다.

억지로 밀지 않아도, 나는 흐른다.
통제하지 않아도, 나는 나아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하다.

물처럼, 친구여. 물처럼.


오늘도, 우리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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