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청명하나 외투를 입어도 춥다.
기온: 최저 1도, 최고 10도
일요일 저녁, 하루종일 새차게 불던 창밖의 바람이 느려졌고, 온 대지가 서서히 식어간다. 온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한 이 시간 가만히 앉아 따뜻한 차한잔을 손에 쥔다.
소리 없는 리듬이 흐르고 있다.
움직임이 없는데도, 무언가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심장 박동, 호흡의 오고 감, 생각의 흐름. 멈춘 것 같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흐르고 있다.
공황장애와 함께한 시간이 익숙해 진다. 처음엔 멈추는 것이 두려웠다. 멈추면 불안이 몰려올 것 같았고, 고요 속에서 나를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바쁘게, 시끄럽게, 정신없이.
하지만 결국 도망치듯 달리는 것과 방향을 향해 달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진짜 리듬은, 쉼표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멈춤은 정지가 아니다
"In today's rush, we all think too much—seek too much—want too much—and
forget about the joy of just being."
"오늘날의 서두름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많이 추구하고, 너무 많이 원하며,
그저 존재하는 기쁨을 잊고 산다."
— 에크하르트 톨레
우리는 흔히 고요를 '멈춤'으로, 멈춤을 '실패'로 착각한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성취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잠시도 멈출 수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고요는 멈춰 있는 움직임이다.
달리기를 할 때도 그렇다. 호흡을 고르는 순간, 발걸음은 멈추지만 심장은 여전히 리듬을 이어가고 있다. 젖산은 분해되고, 근육은 회복되고, 몸은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겉으로는 멈춘 것 같지만, 안에서는 더 깊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속 달리기만 하면 결국 방향을 잃는다. 때로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이 흘러온 길을 바라봐야 한다.
그게 고요의 리듬이다.
🎼 위대한 음악은 쉼표로 완성된다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말한다. "음표는 다른 많은 피아니스트들도 잘 연주한다. 하지만 음표와 음표 사이의 쉼표, 거기에 예술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떠올려보라. 운명의 강한 박자뒤 쉼의 시간을 억하라. 따따따 딴~~~그 네 개의 음표가 강렬한 이유는 음표 자체가 아니라, 음표 사이의 짧은 침묵 때문이다. 그 쉼표가 긴장을 만들고, 기대감을 높이고, 폭발적인 감동을 준비한다.
음악에는 반드시 'rest'가 있다. 쉼표. 침묵. 그것이 없다면 음악은 그저 소음일 뿐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쉼 없이 달리는 삶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다. 고요한 순간들이 있어야,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 고요 속에서 들리는 것들
"All of humanity's problems stem from man's inability to sit quietly in a room alone."
"인류의 모든 문제는 혼자 방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블레즈 파스ㅌ칼-
300년도 더 전 말인데,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 스마트폰, SNS, 끊임없는 알림. 우리는 단 1분도 혼자 조용히 있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다. 공황이 올까 봐, 불안이 몰려올까 봐 끊임없이 무언가로 머릿속을 채웠다. 유튜브, 뉴스, 음악, 드라마. 침묵이 두려웠다.
하지만 의사가 말했다. "불안을 피하려고 하면 불안은 더 커집니다. 불안을 마주하고, 관찰하고, 함께 있어주세요." 그래서 시작했다. 5분간의 침묵.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 처음엔 견딜 수 없었다.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쳤고,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그 고요 속에 머물렀다.
그러자 들리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진짜 목소리.
바쁜 하루 속에서 늘 외면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지?"
소음을 걷어내니, 그제야 내가 보였다.
🧘♂️ 선승의 지혜 — 고요는 공허가 아니라 충만이다
선불교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명상을 하면 무엇을 얻습니까?"
스승이 답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제자가 의아해하자 스승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잃는지는 말해줄 수 있다. 불안, 우울, 불안정, 두려움을 잃는다."
베트남 출신의 선승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The present moment is the only time over which we have dominion."
"현재의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에 머물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이미 지나간 실수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재앙을 상상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고요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내려놓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에 집중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리듬은 쉼에서 시작된다
음악가들은 리듬은 단지 반복이 아니라, '쉬는 구간'을 품은 움직임이라는 것을 안다.
재즈 피아니스트 마일스 데이비스 또한 비슷한 명언을 남겼다.
"It's not the notes you play, it's the notes you don't play."
"중요한 건 당신이 연주하는 음이 아니라, 연주하지 않는 음이다."
음악에서 쉼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음표가 빈틈없이 연주된다면? 그건 음악이 아니라 혼란이다. 귀를 찢는 소음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쉬지 않고 달린다면,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 교향곡이 아니라 불협화음이 된다.
고요가 없다면, 우리의 리듬은 결국 소음이 된다.
작년 여름,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 일도, 운동도, 글도, 모든 걸 쉬지 않고 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말했다.
"번아웃입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이 강제로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 번아웃은 불안으로 불안은 공황으로 더욱 악화되어갔다,.
그날 깨달았다.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아니, 쉬는 것을 '나약함'으로 여겼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쉴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로 멀리 갈 수 있다.
그 후로 나는 의도적으로 쉼을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계획도, 생산성도, 목표도 없는 시간. 그저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보고, 고요 속에 머무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다시 살렸다.
🌊 자연은 고요 속에서도 흐른다
자연을 보라. 겨울의 나무는 멈춘 것 같지만, 땅속 뿌리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호수는 잔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생명이 순환하고 있다.
"In every outthrust headland, in every curving beach, in every grain of sand there is the story of the earth."
"모든 곶, 모든 해변, 모든 모래알에는 지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요는 죽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생명이다. 씨앗은 땅속에서 조용히 싹을 틀고,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서 고요히 나비로 변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조용히 멈춰 서서, 내면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그 고요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된다.
☀️ 오늘의 명상 — 고요 속의 흐름을 느껴보자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호흡은 계속 흐르고 있다. 그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자.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고요 속에서 흐르고 있다."
💙 고요가 준 선물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나는 고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요를 찾는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나를 만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치유한다.
"Your visions will become clear only when you can look into your own heart.
Who looks outside, dreams; who looks inside, awakes."
"당신의 비전은 당신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때만 명확해진다.
밖을 보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안을 보는 사람은 깨어난다."
매일 5분 달리고, 5분 쓰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이의 고요일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마치고 숨을 고르는 그 순간, 글을 쓰기 전 백지를 바라보는 그 순간.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방향을 찾는다.
🌙 오늘 밤, 당신에게
혹시 당신도 지쳐 있나요?
쉬지 않고 달려왔나요?
멈추는 것이 두렵나요?
괜찮습니다.
멈춰도 됩니다. 고요해도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생산성으로 증명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오늘 밤, 5분만이라도 고요 속에 머물러 보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숨을 느껴보세요.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기적입니다.
"Be still and know."
"고요히 있으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 시편 46:10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오늘의 고요가 내일의 리듬을 만든다.
🌙 오늘 밤, 우리는 고요 속에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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