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완전한 인간
- 원제 : El Discreto
- 부제: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 저자: 발타사르 그라시안
- 옮긴이: 강민지
- 출판: 교보문고
- 출간: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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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 발타자르 그라시안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않았던 17세기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25가지 덕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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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완전한 인간》
스스로의 삶을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철학적 안내서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마주하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인지도 모른다.
17세기 철학자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엘 디스크레토(El Discreto)》, 우리말로는 《완전한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 4백여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주는 낯섦보다 놀라운 동 시대성에 먼저 놀랐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지혜의 철학자라는 사실이 더더욱 이해가 갔다. 그라시안이 제시하는 25가지 덕성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명확하고, 여전히 절실하다.
그는 우리에게 강점과 약점을 분별하는 힘, 말과 행동을 다스리는 능력, 꾸준히 지식을 쌓는 태도, 시간을 배분하는 절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침착함을 이야기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둥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좋은 삶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23년 한국에서 처음 소개된 스페인어 완역본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한 가지를 발견했다. 철학서라고 해서 무겁고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은 첫 장을 넘기자마자 무너졌다. 그라시안의 문장은 언제나 기민하고 재미있다. 때로는 현대 에세이보다 더 현대적이고, 때로는 냉정한 통찰이 번개처럼 들어온다. 에세이, 우화, 친구에게 쓰는 편지, 철학자들과의 대화까지, 그는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깊은 사유를 지루하지 않게 펼쳐낸다.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추고, 개념들이 의인화되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은 마치 그의 서재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친밀함을 준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덕성은 뜻밖에도 '과장되지 않게 사는 힘'이다. 불필요한 농담으로 자신을 부풀리지 않는 것, 빈 과시로 허세를 만들지 않는 것,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기지 않는 단단함. 이것은 겸손이 아니다. 그라시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자기 소유권이다.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핵심 능력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힘, 말을 적게 하되 정확하게 하는 절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지혜, 감정의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침착함. 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며, 시간은 삶의 통화라서 흘려보내는 자는 결국 빈곤해진다는 그의 말은 철학자나 지식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삶의 방향키를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태도였다.
그라시안이 말하는 완전한 인간은 도달해야 할 어떤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방향이다. 지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현재는 완성형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모두 아직 되어가는 중이다. 완전함은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을 헤쳐 나가는 힘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책장을 넘길수록 조용한 질문들이 따라왔다. 나는 지금 주인의 태도로 살고 있는가. 내 삶에서 자동으로 흘러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라시안의 글은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가벼이 지나가지 않는다. 그의 표현과 은유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 울리고, 한 문장이 하루의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책에는 화려한 성공을 스토리는 없다. 대신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태도, 즉 현대의 철학자로 살기 위한 본질적 조건을 가르쳐 준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용기를, 과신하는 이에게는 겸허함을, 방향을 잃은 이에게는 나침반을, 지친 이에게는 조용한 깨달음을 준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제대로 다스리는 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라시안이 4백여 년 전에 남긴 이 작은 선물은, 여전히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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