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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by SSODANIST 202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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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 원제 : 少女には向かない完全犯罪
  • 저자: 호조 기에
  • 옮긴이: 김은모
  • 출판: 리드비
  • 출간: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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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 호조 기에

‘본격 미스터리의 신예’, 미스터리 작가 호조 기에의 최신작. 이야기는 같은 시각, 다른 장소, 묘한 불운으로부터 시작된다. 끔찍하게 부모를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소녀 ‘오토하’가 빌딩

www.aladin.co.kr


짧은 서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령과 모든 것을 잃은 소녀가 손을 잡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먹먹해졌다. 복수라는 무거운 테마를 다루지만, 구조는 치밀하고 복선 회수는 촘촘하다.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특수 설정을 이용한 긴밀한 논리'라는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천장의 발자국, 거꾸로 전시된 시신, 갇힌 목격자… 정교한 퍼즐 조각들이 서로 맞물리며 하나씩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지적 쾌감으로 가득하다. 특히 중반부터 쏟아지는 연속적인 반전은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렬하다.

다만, 다소 과하게 복잡한 설정이 '무리수'처럼 느껴질 수 있다. 좀 난해하다고 할까? 하지만 마지막에 찾아오는 카타르시스는 그 모든 복잡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2024년 일본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에 오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적 즐거움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저자 다운 미스터리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존재가 만났을 때,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호조 기에의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완벽한 범죄』는 이 기묘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화이트데이 밤, 빌딩에서 추락해 7일 후 소멸할 유령이 된 완벽한 범죄 청부업자 구로하.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초등학생 소녀 오토하. 둘의 만남은 어떤 면에서는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령은 이제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소녀는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무력함' 때문에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2019년 아유카와 테츠야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저자는 '특수 설정을 이용한 치밀한 논리'로 일본 미스터리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2024년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4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7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5위.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가진 특별한 온도다.

 

천장에 남은 발자국, 거꾸로 전시된 시신, 밀실에 갇힌 목격자.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과정은 분명 지적인 쾌감을 준다. 저자는 마치 정교한 시계공처럼 복선을 배치하고, 독자가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다음 반전을 준비한다. 특히 중반부터 시작되는 '다중 해결' 구조는 압권이다. 한 번 풀렸다고 생각한 수수께끼가 다시 뒤집히고, 또다시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숨 가쁘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히 머리로만 읽히는 퍼즐이 아닌 이유는, 그 복잡한 논리 구조 한가운데 두 존재의 쓸쓸한 연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령은 소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소녀는 유령에게 '행동하는 힘'을 빌려준다. 서로의 결핍을 메우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안고 살아가니까.

 

물론 이 작품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설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거나 유령과 소녀의 조합이 "소년만화 같다"는 평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500페이지 넘는 분량 동안 쏟아지는 트릭과 반전의 향연은 때로 과잉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스로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혔는데, 그 도전이란 아마도 엄격한 본격 미스터리의 틀 안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복수는 과연 무엇을 남기는가. 이 소설은 복수극이지만, 동시에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두 존재가 서로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은, 결국 상처받은 영혼들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다.

 

화이트데이 밤에 시작된 7일간의 복수극. 그 끝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정의도, 승리도 아닌, 어쩌면 '함께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치밀한 논리 뒤에는 언제나 가장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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