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다산의 설계도
- 부제: 현실주의자 정약용이 평생에 걸쳐 완성한 삶의 선순환을 이끄는 6륜의 설계
- 저자: 정약용
- 엮으이: 김경수
- 출판: 구텐베르크
- 출간: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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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설계도 | 정약용
조선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련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천재, 다산 정약용. 그는 유배지 강진에서의 18년, 이후 고향 남양주에서의 또 다른 18년을 자신과 세상을 위한 위대한 ‘설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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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의 설계도』 서평: 길 잃은 40대, 50대에게 바치는 가장 견고한 인생의 지침서
요즘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나이 40대 후반, 참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과 함께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뒤섞여 가슴을 짓누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부심보다는 불안이 더 크다.
회사에서는 관리자로서 위아래 눈치를 보며, 집에서는 자녀 교육비와 부모님 부양을 걱정하며,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에서는 어느새 생긴 흰머리와 적당히 처진 뱃살을 발견한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작 내 삶의 기초 공사는 제대로 했는지, 이대로 괜찮은 건축물인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잘 살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만 있을 뿐, 무엇으로 인생을 채워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이면 소파에 몸을 던지고... 이런 삶이 과연 내가 꿈꾸던 인생이었던가.
견고한 설계도 없이 지어진 건축물이 위태롭듯, 삶의 명확한 지침이나 체계가 없는 인생은 작은 시련에도 쉽게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다. 갑자기 명퇴 통보가 올까 봐 전전긍긍하고, 아이의 성적표 한 장에 마음이 요동치고,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매일 노력한다고 하지만 삶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SNS에 넘쳐나는 공허한 위로는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막막함 속에서, 조선 역사상 가장 깊은 나락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아 올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철학을 엮어낸 『다산의 설계도』를 만났다.
절망을 '설계'로 바꾼 천재의 방법론
다산을 다룬 위인전은 많았다. "고난을 이겨낸 위인"이라는 식의 교훈적인 이야기, 그가 남긴 명언들을 모아놓은 책들. 하지만 그런 책들은 정작 내 삶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단한 사람이네" 하고 책을 덮으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다산의 설계도』는 다르다. 이 책은 다산의 방대한 지혜를 '삶을 건축하는 6단계의 명확한 설계도'로 추출해냈다. 위인전도, 명언집도 아닌,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법론'이다.
다산에게 유배 18년은 어땠을까. 천주교 신자라는 죄목으로 강진에 유배되어, 가족과 떨어져,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보낸 18년. 그리고 유배에서 풀려난 뒤에도 고향 남양주에서 또 다른 18년을 감시 속에 살아야 했다. 총 36년. 우리 나이로 치면 3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의 인생 전부다.
그런데 다산은 그 절망의 시간을 한탄으로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시간을 세상을 위한 위대한 '설계'의 시간으로 삼았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하고, 조선 사회의 개혁안을 제시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의 체계를 완성했다. 절망의 나락에서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불변의 법칙을 완성해낸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다산은 관념 속의 학자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철저한 '현실주의자'이자 '설계자'였다. 그는 삶의 모든 요소를 면밀히 분석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삶의 선순환을 이끄는 6개의 톱니바퀴
책이 제시하는 6단계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다. 이 6단계는 삶의 선순환을 이끄는 6개의 톱니바퀴(6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거나 삐걱거리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린다.
1단계 격물치지(格物致知):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
나는 여기서부터 뜨끔했다. 평생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상사가 던진 과제, 아내가 요구한 사항,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남들이 정해준 '문제'만 풀며 살았다.
다산은 말한다.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따져서 참된 앎에 이르라고. 격물치지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것이다. 내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왜 나는 불안한가?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해결하느라 인생을 소진해왔다.
2단계 치심(治心): 모든 배움의 토대가 되는 마음 다스림
마음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산은 이를 너무나 잘 알았다. 유배지에서 가족 생각, 억울함, 분노, 절망... 이런 감정에 휩쓸렸다면 그는 한 권의 책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40대, 50대가 되면 마음은 더욱 복잡해진다. 젊었을 때의 순수한 열정은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냉소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쌓인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배움이, 무슨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다산의 치심은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기술이다.
3단계 수신(修身):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기준 세우기
나이가 들수록 내 삶의 '기준'이 모호해졌다. 20대 때는 명확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결혼... 사회가 제시한 단계를 밟아가면 됐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그 기준들이 전부 의미 없어 보인다.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행복한가? 아니다.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한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 다산의 수신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면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이런 기준이 없으면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
4단계 경세(經世): 개인을 넘어 사회적 해결책을 그리는 실용
다산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주의'다. 그는 개인의 수양에만 머물지 않고, 그것을 사회 개혁으로 확장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저작들은 모두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어도, 그것이 실제 삶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경세는 바로 그 실용적 지혜다.
5단계 지행겸진(知行兼進): 앎을 삶으로 증명하는 강력한 실천
이 단계에서 나는 가장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자기계발서를 탐독했지만, 실제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산은 말한다. 앎과 행함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지행겸진. 아는 것을 실천하고, 실천하면서 더 깊이 알게 된다. 이 순환이 없으면 모든 것은 공허한 지식일 뿐이다.
나는 책을 읽고 또 책장에 꽂아두지 않겠다고 하나씩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고. 결심한다.
6단계 일신(日新):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 지속하는 선순환
마지막 단계는 가장 중요하다. 일신. 날마다 새롭게.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는 말이 아니다. 앞의 5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40대, 50대가 되면 "이제 늦었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변화하기에는 너무 많이 굳어버렸다고 체념한다. 하지만 다산은 70세에도 책을 썼다. 일신. 날마다 새롭게 태어났다.
늦은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중년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설계도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공허한 위로가 아니었다. 명확한 방향, 구체적인 방법론,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다산의 설계도』는 그것을 제공한다. 감성적인 충고나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 가능한 6단계의 명확한 설계도. 다산이라는 천재가 평생에 걸쳐 완성하고, 36년의 시련 속에서 검증한 방법론.
40대, 50대. 우리에게는 이미 수많은 경험과 지혜가 쌓여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어떻게 삶에 적용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체계를 제공한다.
결국 다산의 설계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의 삶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당신의 치밀한 설계와 실천으로 완성된다."
얼마나 준엄한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희망적인 말인가. 내 삶의 주도권은 내게 있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설계하면 된다.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지 않을 것이다. 책상 위에 펼쳐놓고, 매일 한 장씩 읽으며, 하나씩 실천할 것이다. 격물치지부터 시작해서 일신까지, 6개의 톱니바퀴를 하나씩 돌려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삶이라는 건축물이 완성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펼쳐볼 것이다. 그때는 후회가 아니라 감사의 마음으로.
40대, 50대,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다산의 설계도를 따라, 우리 남은 삶을 가장 견고하고 빛나는 건축물로 지어 올리자. 절망을 위대한 설계의 시간으로 바꾸자. 우리도 할 수 있다. 다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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