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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 생각

공간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by SSODANIST 202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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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별일 없는데 왜 매일이 무거울까. 그냥 사는 게 재미없다고, 원래 인생이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버틴다. 그런 날들이 쌓인다.

34년간 진료실을 지켜온 정신과 의사 윤우상 원장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섯 명 중 한 명, 어쩌면 세 명 중 한 명은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는 울고 있다고.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우울증인 줄 모른다. 그저 세상이 팍팍하고, 직장이 지겹고,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숨 막힐 뿐이다.

이것이 바로 경미한 우울증이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삶의 온도가 늘 2~3도쯤 낮은 상태. 평균이 10이라면 7 정도에서 계속 머무는 삶. 심하게 아프진 않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 없는 상태.


우리는 흔히 우울증을 특별한 사람들의 질병으로 여긴다. 큰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유난히 예민하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하지만 윤 원장의 말은 다르다. 우울증은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라고. 불안과 우울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이 일상을 얼마나 갉아먹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환자다. 일정 수준에서 버티고 견딜 수 있으면 환자로 드러나지 않을 뿐, 그 선을 넘으면 진료실을 찾게 된다. 암처럼 있고 없고가 명확한 게 아니다. 누구나 그 씨앗을 품고 살아간다.


특히 지금 시대가 그렇다. 코로나를 겪고 난 뒤, 사회 전체의 활력이 한 단계 내려앉았다. 젊은 세대든 중년이든, 예전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윤 원장은 이렇게 표현한다. "우울증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대"라고. 나약해서가 아니다. 호르몬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 마치 감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듯, 우울의 기운이 시대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먹고살기 바빠서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정신과 문턱도 높았다. 지금은 다르다. 몸을 덜 쓰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만큼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늘었다. 그래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아프다.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시대의 조건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고통을 참는다는 것이다. 특히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더 그렇다.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내가 빠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믿으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아내 역할, 남편 역할, 장녀 역할, 팀장 역할. 역할이라는 가면을 쓰고 웃지만, 그 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참으면 쌓이고, 쌓이면 막힌다. 스트레스란 결국 막히고 쌓인 것이다.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계속 밀어 넣으면 어떻게 되는가. 옆구리가 터진다. 그 터짐이 불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우울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분노 폭발로 나타나기도 한다.

깊은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발목에 돌을 달고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교통사고로 팔다리와 척추가 부러져 꼼짝 못하는 상태와 같다. 그런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것은, 전신 골절 환자에게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원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의지를 다지라는 말 대신, 공간을 바꾸라고 말한다.

삶이 지루하고 힘들 때, 우리는 대개 똑같은 공간에 갇혀 있다. 같은 방, 같은 책상, 같은 출퇴근길, 같은 사람들. 그 공간이 숨 막힌다면 탈출해야 한다. 탈출이 절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내가 빠지면 다 무너진다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떨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새처럼 날아갈 수도 있다.

비극은 그 공간을 탈출하지 못해 결국 세상이라는 공간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만 빠져나오면 되는데, 왜 계속 버티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는가.

새로운 공간에 가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새로운 것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면 나도 새로운 사람이 된다. 여행이 그런 것이다. 이사가 그런 것이다. 때로는 카페 하나, 산책로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진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의지를 불태우지 말고, 공간을 바꿔라.


물론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경미한 우울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정신과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윤 원장은 스스로도 항우울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가을을 타며 무기력했던 어느 해, "맨날 환자한테만 약을 주는데,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싶어 처방을 받았다. 열흘 만에 기분이 확 달라졌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먹기 전과 먹기 후가 다르다는 걸 확 느꼈다."

요즘 항우울제는 "해피필"이라 불릴 만큼 부작용이 줄고 효과가 좋아졌다. 2~3주만 복용해도 "이게 정상이었구나, 내가 그동안 우울증 상태였구나"라고 깨닫는 사람들이 많다. 아프면 병원을 가듯, 마음도 스스로 관리가 안 되면 전문가를 찾으면 된다.


정신과 치료의 본질은 약이 아니라 만남이라고 윤 원장은 강조한다. 외과나 내과가 "치료(treatment)"라면, 정신과는 "치유(healing)"다. 수술대에 누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내 안의 에너지를 끄집어내 자기를 치유하는 것이다. 의사는 그 만남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가 다시 피어나도록 돕는 사람일 뿐이다.

결국 치유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오랫동안 7의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이 원래 인생이라고 체념하고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건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다. 시대가 그렇고, 호르몬이 그렇고, 공간이 그런 것이다.

의지를 다지지 말고, 공간을 바꿔보라. 작은 탈출이라도 좋다. 새로운 카페, 새로운 산책길, 새로운 만남. 그 작은 변화가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지 모른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떨어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새처럼 날아갈 수도 있다.

 

- 하와이대저택의 컨탠츠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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