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이 멎는 순간들: 공황과 함께한 나의 시간
누군가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경험한 공황장애의 순간들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그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첫 공황발작은 수인분당성 지하철 안에서 찾아왔다. 평범한 퇴근길이었다. 창밖으로 어둠이 스쳐 지나가고, 사람들은 지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저 집에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딘지 모를 역의 사이, 지하철이 터널을 지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더 세게 뛰었다. 마치 가슴을 누군가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 같았다. 쿵. 쿵. 쿵. 규칙적이어야 할 심장박동이 무질서하게 난동을 부렸다.
숨을 쉬려고 했다. 크게 들이마셨다. 그런데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들어가는데도 산소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수영장 물속에 잠겨 있는데 수면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 나는 더 크게, 더 빠르게 숨을 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숨은 더 차올랐다.
나 지금 죽는 건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정말로 죽어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심장마비다. 분명히 심장마비가 왔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쓰러져 죽을 것이다. 아들은? 아내는?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도 되는 건가?
식은땀이 흘렀다. 등에서 시작된 땀이 순식간에 온몸을 적셨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였는데 옷 속이 흠뻑 젖었다. 동시에 온몸이 떨렸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옆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다음 역까지 3분이 걸렸을까? 30분처럼 느껴졌다. 매 초가 영겁처럼 길었다. 나는 그저 다음 역에 내려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니, 119에 전화해야 하나? 하지만 전화를 걸 힘도 없었다. 손이 너무 떨려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었다.
응급실에서 들은 말: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어딘지 모를 역헤 도착했을 때 비틀거리며 내렸다. 역무원에게 말했다. 병원... 가까운 병원 어디 있어요?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역무원은 택시를 잡아주었고, 나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말했다.심장... 심장이 이상해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간호사는 침착하게 나를 침대로 안내했고, 심전도를 찍었다. 혈액검사도 했다. 가슴 X-ray도 찍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계속 생각했다. 이제 곧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말하겠지.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의사가 차트를 들고 왔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네?
심장도 정상이고, 폐도 깨끗하고, 혈액검사도 이상 없습니다. 공황발작인 것 같은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공황발작? 나는 그때까지 공황장애라는 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뉴스에서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게 이렇게 끔찍한 것인지 몰랐다.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방금 전까지 나는 정말로 죽어가고 있다고 확신했는데?
그 이후: 일상이 된 두려움
첫 발작 이후,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잠재적 위협이 되었다. 지하철은 공포의 장소가 되었다. 출입구에서 먼 자리, 사람이 많은 시간대, 터널이 긴 구간. 이 모든 것이 위험 요소였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도 불안했다.만약 회의 중에 발작이 오면 어떡하지? 회의실 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만 앉으려고 했다. 발표를 해야 할 때는 며칠 전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발표 당일에는 항상 가슴이 두근거렸고,이게 공황발작의 시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모든 것은 위협의 대상이 되었다.
극장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어두운 공간, 출구에서 먼 좌석,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 모든 것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가족과 영화를 보러 갔다가 중간에 나온 적도 있었다.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 왜 나가요? 재밌는데 .나는 변명을 했다. 아빠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거짓말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공황발작은 아무 때나 찾아왔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도 왔고, 평온한 주말 오후에도 왔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갑자기 찾아왔다. 나는 항상 경계 상태에 있었다. 심장박동이 조금만 빨라져도 또 오는 건가? 하는 생각에 몸이 긴장했다. 그리고 그 긴장 자체가 또 다른 발작을 불러왔다. 그래서 을 발작 조정 약이 필요했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이해받지 못하는 아픔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아내는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경험하지 않은 고통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냥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아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무서웠다. 발작이 올 때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 쓰러지면 누가 119에 전화해주나.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나 공황장애가 있어라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별일 아닌 걸로 예민하게 구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모임을 피하기 시작했다. 요즘 좀 바빠서다음에 보자는 말로 둘러댔다.
직장에서는 더욱 숨겨야 했다. 회사의 임원으로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서,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의 중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날 때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회의실로 돌아갔다. 그 모든 시간이 전쟁 같았다.
잠들 수 없는 밤들
밤이 가장 힘들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시간,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들고 싶었지만 잠들 수 없었다. 아니, 잠들기가 두려웠다.
만약 자다가 심장이 멈추면 어떡하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누워서 심장박동을 느꼈다. 쿵. 쿵. 쿵.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그런데 갑자기 한 박자 건너뛰는 것 같았다. 부정맥인가? 심장병의 징조인가?
그럼 나는 다시 심장에 집중했다. 집중할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공황이 시작되었다. 밤 2시, 3시에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내가 물었다. 왜 안 자? 그냥... 잠이 안 와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낮에는 피곤했다. 집중력이 떨어졌고, 예민해졌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고, 아들에게 화를 내고는 후회했다. 나는 내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느꼈다. 공황장애가 나의 일상을, 나의 관계를,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도움을 구하다: 치료실에 앉기까지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렸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석 달 동안 나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썼다. 명상을 했고, 운동을 했고, 술을 끊었다. 하지만 공황발작은 계속되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나는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누가 나를 보지 않을까. 부끄러웠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의 큰 일일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이제 도움을 받을 수 있구나.
의사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판단하지 않았고, 위로했다. 공황장애는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원인이고,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병이었다.
약을 처방받았다. 항불안제와 항우울제. 처음에는 약을 먹는 것도 거부감이 들었다.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건가?하지만 의사는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맞는 것처럼,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먹는 것처럼, 공황장애 환자도 필요한 약을 먹는 겁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금씩, 천천히: 회복의 여정
약을 먹기 시작한 지 2주쯤 지났을 때, 변화를 느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심장이 빨리 뛸 때, 예전처럼 즉시 &이건 공황발작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운동해서 그런가보다 계단을 올라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되었다. 치료사는 내게 불안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호흡법, 이완 기법,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생각을 재구성하는 방법. 가슴이 두근거린는 사실과 나는 죽을 것이는 생각은 다르다는 것. 전자는 사실이지만, 후자는 해석일 뿐이라는 것.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의 생활 반경이 넓어졌다. 먼저 가까운 거리의 지하철을 탔다. 한 정거장만. 괜찮았다. 그 다음 주에는 두 정거장. 그렇게 조금씩 연습했다. 실패도 있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다시 발작이 왔고, 나는 중간에 내렸다. 하지만 그 실패가 모든 것을 망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지하철을 탔다.
6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극장에 갔다. 아들, 아내와 함께. 출구에서 가까운 자리를 골랐고, 영화가 재미없으면 나갈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하지만 나가지 않았다. 영화를 끝까지 봤다. 영화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성취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여기: 공황과 함께 살아가기
공황장애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 여전히 불안이 찾아온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이것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이것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을 다룰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는 것을.
아침마다 실천하는 5분 글쓰기, 5분 달리기&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을 정리하고, 달리면서 몸에 쌓인 긴장을 풀어낸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것이 나를 지탱해준다.
지금 나는 이 경험을 글로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낀다면. 공황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라고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을 쓴 의미가 있다.
공황장애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부끄러운 비밀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하나의 삶의 과정으로.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취약함에 대해, 용기에 대해, 그리고 치유에 대해 배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강함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만약 당신이 지금 공황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이 약한 것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고, 필요하다면 약을 먹어라. 이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맞듯이, 당신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회복은 직선이 아니다.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실패했다고 자책하지 마라.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을 사랑한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들은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예민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고통은 실재한다.
진정해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라. 그냥 기분 탓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힘들구나. 함께 있을게라고 말해주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라 존재다. 당신의 이해와 인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공황장애는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과정은 길고 힘들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나도 그 길을 걷고 있고, 당신도 걸을 수 있다. 우리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자.
지속 공황장애 극복기에 대해 올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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