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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by SSODANIST 2026.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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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직관과 객관

주제: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검색
저자: 키코 야네라스

옮긴이: 이소영

출판: 오픈도어북스

출간: 2026년 1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2427976&start=pcsearch_auto

 

직관과 객관 | 키코 야네라스

데이터가 사실처럼 소비되는 시대에 직관의 함정을 짚고 판단의 기준을 세운다. 숫자와 통계의 한계를 인식하며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데이터 리터러시의 핵심을 안내한다.

www.aladin.co.kr


숫자가 거짓말하는 법

키코 야네라스, 《직관과 객관》을 읽고

Think Clearly: Eight Simple Rules to Succeed in the Data Age

 

한동안 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프가 등장하면 고개를 끄덕였고, 퍼센트 수치가 나오면 마치 진실이라도 확인한 것처럼 안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단 한 번도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숫자라서 믿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어디선가 배웠던 기억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다.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원제: Think Clearly)은 바로 그 순간의 나에게 건네는 책이다. 스페인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이자 산업공학 박사인 저자는 《엘 파이스》에서 수년간 데이터를 다루며 터득한 실전의 지혜를 여덟 가지 규칙으로 정리해 우리 앞에 내놓는다. 2024년 스페인 저널리즘 혁신상을 수상했고, 스페인에서만 다섯 쇄를 찍은 이 책은 뒤늦게 한국 독자들에게도 도착했다. 늦었지만, 더없이 적절한 때에.

직관은 왜 우리를 속이는가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런데 당신의 머리는 그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한 문장 안에 책의 본질이 담겨 있다. 우리의 직관은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시절의 유산. 그러나 데이터가 새로운 언어가 된 시대에, 그 날카롭던 직관은 오히려 우리를 속이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책 속에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추되고 돌아온 전투기들을 분석한 군사 통계학자 아브라함 왈드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군 당국은 총알 구멍이 집중된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왈드는 반대로 주장했다. 총알을 맞고도 살아 돌아온 비행기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부위는 오히려 총알 구멍이 없는 곳이라고.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 불리는 이 오류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만 분석하고, 실패한 수백 명은 들여다보지 않는 자기계발서의 논리처럼.

 

또한 저자는 왜 유독 1월생 축구선수가 많은지를 묻는다. 선발 기준 연령이 1월 1일 기준이다 보니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1월생이 신체적 우위를 가지고, 그것이 유소년 시절 선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단순한 생일 숫자가 인생의 경로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재능'이라고 믿었던 것의 이면에 이런 구조적 편향이 숨어 있다.

숫자는 진실이 아니라 언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 하나를 고르라면 이것이다. '통계는 진실을 증명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로 진실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숫자 앞에서 비판적 사고를 멈춘다. 퍼센트가 붙으면 더 그렇다. 그런데 같은 현상도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로 나타난다. 실업률 계산 방식만 해도 나라마다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메시지가 달라진다.

 

저자는 이를 두고 '팩트 지상주의의 역설'이라 부른다. 모두가 통계를 들이밀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시대에, 데이터는 도리어 진실에서 멀어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읽는 능력—즉 데이터 리터러시—이다. 어떤 데이터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선택된 숫자인지를 물어야 한다. 데이터는 새로운 언어이고, 우리는 그 언어의 문법을 배워야 할 시대를 살고 있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오래 멈춰 앉았던 대목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밤잠을 편히 잘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의사결정 방식을 꼽는다. 확실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가능성을 따진 후 결정하면 스스로 책임을 다했다고 받아들이는 것. 완벽한 확신이 아니라, 합리적 과정에 대한 신뢰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식이다.

 

이것은 내가 평소에 경계해온 완벽주의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종종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약함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성을 억지로 제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판단을 망친다. 불확실함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데이터 시대의 진정한 지혜이다.

이성의 끝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이 여느 데이터 관련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마지막 장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촉구하며, 숫자를 다루는 이성이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몽주의 이래 인간의 이성은 세상을 이해하는 위대한 도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효율과 생산성의 종이 되어 인간 그 자체를 수단화하는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해버렸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그 냉정함이다.

데이터로 세상을 읽되, 그 데이터가 누군가의 고통이나 희망, 삶의 무게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누군가의 괴로움을 '1'이라는 숫자로 환원하는 것이 때로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아이러니를 인정하면서도, 저자는 그 차가운 숫자의 끝에는 반드시 온기 어린 시선이 있어야 한다고 그것이 진정한 데이터 리터러시의 완성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덮으며

《직관과 객관》은 두껍지 않고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뱀장어의 생태에서 체르노빌 사고, 스포츠 통계, 정치적 편향까지 종횡무진하는 사례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매일 저지르는 사고의 오류를 차분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뉴스를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프 하나를 보더라도 '이 숫자는 어디서 왔지?' 하고 한 번 더 묻는 습관이 생겼다.

 

19세기 수학자 실베스터는 말했다.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라고. 그렇다면 데이터는 우리 시대의 악보다. 악보를 읽을 줄 안다고 해서 음악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보를 읽지 못하면 음악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 악보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악보 너머의 선율—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건넨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는 느낌이 드는 날, 숫자 앞에서 내 판단을 의심하고 싶은 날, 이 책을 꺼내들면 좋겠다. 직관을 의심하되 이성을 믿고, 복잡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사람을 향하는 사유—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권하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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