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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2월 23일, 금주 54일째, 결국 혼술인 이유

by SSODANIST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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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2020317041331046_1643875453.jpg

 

1월 에는 술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는데

2월에는 잘 참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것 같다.

 

불과 두 달전까지도 나는 술을 그냥 마신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술을 많이 마실때는 나는 늘 특별한 감정없이 이유없이 마신다고 말하곤 했다.

큰 의미를 두지않고 말 그대로 '그냥'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주의 특이한 알콜향이 좋았고

맥주의 시원한 목넘김이 좋았으며

목을타고 뜨겁게 흐르는 위스키의 넘김이 좋았다.

구수한 막걸리가 좋았고

향긋한 고량주도 좋았다.

증류주는 증류주 대로

희석식 술은 희석주 대로 매력이 있었다.

 

물론 술 그대로의 것을 즐기는 것도 맞았다.

그리고 충분히 매력있는 취미인것도 같다.

좋은 취미지만 취미를 버릇을 잘못들여서

잘 못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 큰  문제 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술을 그냥 이유 없이 마신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던것은

어쩌면 마음을 숨기로 싶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사람인데 힘든일이 왜 없어며 속상한 일이 왜 없겠는가?

술한잔 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렇게 마주 앉은 이들에게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을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회사에는 보고드릴 분들 보다는 보고받을 분들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들 앞에서도 약한 모습 보이기 싫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마치 술마시는 것이 취미이고 일상인것처럼

사람 좋은 아저씨처럼 허허 웃으며 온갖 좋은 이야기를 한것 같다.

머리의 복잡함을 이겨보려 목으로 쓴술을 넘기며

얼굴은 웃고 입에서는 이상적이고 진취적인 이야기가 넘쳤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이유들 때문인지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았다.

어쩌면 위의 이유들 때문에 혼자 하는게 익숙해 진것 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이 혼밥 혼술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혼자 삽겹살집도 횟집도 잘 간다) 

 

정말 심란할 때면 연기도 힘들었던것 같다.

어울리기도 싫었고 억지로 별일 없는척 술이 좋아 마시는척을 하기에도

심신이 많이 지쳐 있으면 늘 향하던 루트와 루틴이 있었다.

 

그럴때면 늘 퇴근하며 가락시장에 들렀다.

지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연결된 가락몰 3층의 순대국밥 집을 혼자 찾아갔다.

과거 1념 넘게 가락시장에서 장사를 했었기에

단골 가게인데 가볍게 한잔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있다.

 

https://youtu.be/anlRCyWWBjg?si=Ryavc7AZCmW6DkFz

직접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없어 유튜브에서 공유_자료_유튜브_멋진아재 TV

  

여튼 여기 까지만가도 왠지 위로가 되고 기분이 조금은 풀렸었다.

익숙하게 순댓국 한 그릇과 미니족발이나 머릿고기를 한접시 시켜

소주3병을 한시간 삽십분 정도에 비워냈다.

전화기도 한번 안보고 머리속에는 풀리지 않는 복잡한 방정식이

지속 돌아가고 있고 목으로는 소주가 쉴새없이 넘어갔다.

그렇게 카오스를 만들어 뇌를 지쳐서 더이상 생각을 못하게 하는것 같다. ㅎ

 

그렇게 혼자만의 저녁식사를 짧게하고 대리운전을 하여 집으로 향했고

회식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 집에서는  일찍왔다고 좋아해주었고

소주한잔 했으니 조금은 희미해진 고민들을 내려놓고

억지로라도 웃으며 잠을 청했던 기억이 많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이제야 좀 알것같다.

술이 좋아 마시기 보다는 기분에 따라 마시게 된 경우가 더 많았던것 같다.

능동적이라기 보다 수동적으로 술을 마시며 능동적이라 스스로 세뇌를 하고 있었는지고 모르겠다.

뭐든 잘하려면 능동적으로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결국 잘해보기도 전인

40대 중반에 금주를 선택한것이 아닐까 싶다. 

 

좀 솔직했으면 너 좋았을까?

강한척 하지말고 늘 괜찮을척 말고

속상하니 한잔하자!

기분이 x 같으니 한잔마시자!

이렇게 했으면 몸도 마음도 덜 힘들었으려나...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들 조차 할 여유가 뇌속에 남지 않았을것 같다.

금주를 하고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원활하다보니

돌아도 보고 반성도하고 아쉽워도 해보는것 같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어지러웠던 마음의 정리도 한결 수월해진 느낌이 들어 좋다.

 

결국 모든것의 중심은 다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것 같다.

백신을 맞으며 더 큰 위험에 대비하듯이 

외부에서 어떤 인풋이 온다고 해도 마음이 튼튼하면

별일 아닌듯 넘어갈 수 있는것이 진리인듯 싶다.

 

금주와 더불에 마음건강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견디는 것이 미덕이 아닌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초연해 질 수 있는 태도를 배워야겠다.

 

 

금주를 하고

잘 몰랐던 나를 마주하며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금주중 이상 무 이며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주를 꿈꾸는 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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