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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130일 완결)

2024년 5월 9일, 금주 130일째, 헤어지면 만남이 있다.

by SSODANIST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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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고 좋은 날씨다.

그런데 바람이 심하다.

딱 산불 나기 좋은 기상 상황이다.

바람은 말려주고 햇빛은 뜨거우니

불씨라도 떨어지면 정말 진화다 어려울 것 같다.

주말인 토요일에는 또 제법 많은 비가 온다고 한다.

비도 자주오고 온도도 오락가락 날씨의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사가 없어서 좋았는데

차주에는 다시 황사가 온다고 하니 마스크를 준비해야겠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생명이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뜻의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사자성어와 함께

일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만남과 이별의 반복을 이야기한다.

 

요즘 부쩍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이 많다.

어떤 이는 가업을 이어가려 떠났고

또 누구는 이직을 했다.

옆사무실의 누군가는 쉰다고 하고

철수는 공부가 하고 싶어 졌고

영수는 인생무상을 느끼건 같다.

 

무언가에 미쳐서 함께 만들어 갈 때는 모른다.

단일의 목표를 향해 같은 곳을 보고

달려가는 가족 같은 관계로 살아간다.

끼니를 챙기고 집안일까지 살뜰히 챙기며

힘들면 도와주고 숨이 차면 다독이며

함께 뛰어 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함께 울고 웃으며 참 많은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헤어질 시기다 되면

우리들 각자가 프로선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 좋은 몸값으로 트레이드가 되고

더 작은 구단으로 몸값을 낮춰 재기를 꿈꾸기도 한다.

방출되는 이들도 있으며 재활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이해를 위해 만나고 헤어진다.

사실 슬플 일도 아니고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왜 늘 헤어짐은 누구에게나

상처를 주고 슬픔을 주며 이렇게 힘든 것이지 모르겠다.

일 년에도 몇 수십 명을 새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데

만남은 늘 어색하고 헤어짐은 슬프고 부담된다.

어찌해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어야 할지

위로가 필요한 건지 축하를 해야 하는지 매번 고민을 한다.

누군가는 울고

또 누군가는 웃고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휴대전화도 있고  SNS 도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한번 만나려면 수십 리 말을 타는 것도

봉화를 켜고 파발마를 띄우는 것도 아닌데

왜 슬픔은 그리도 쉽게 전염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쉽게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헤어지고 나면 관계가 현재와 같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을 다들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만나면 헤어지고 떠나면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니 잠시의 이별을 너무 슬퍼 말자.

뜻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을 떠나보낼 때면 늘 술잔을 함께 기울였었다.

안타깝고 아쉬운 감정들

시원섭섭한 마음들을 

술잔에 담아 밤늦게 까지 털어 버린다.

추억 이야기하며 머리는 감상에 젖고

간은 알코올에 젖어 

추억 타령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감정을 공유하며

늘 그렇게 마지막을 보냈다.

남이 떠나갈 때도 내가 떠나올 때도 비슷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 그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모두 본인의 사회적 역할을 하며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일부는 연락이 되고 또 일부는 연락이 안 되고

그렇게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뭐 중요하겠는가 

한때 함께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그렇게 전우로 지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밴브오브 브라더스의 마지막 회의 주인공 인터뷰가 생각난다.

https://youtu.be/V6TrbOexkUc?si=rzym_-KGAqBx_ILQ

동영상_유튜브_ Kittycatboi69

 

일전에 손주 녀석이 이렇게 물어보더군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에요?
난 그랬지, '아니다..., 그저 영웅들과 함께 싸운 것뿐이야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매일 매 상황에 영웅으로 살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결국 돌아보면 아주 평범한 한 명의 사람으로

그저 영웅들의 틈에 끼여서 내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 

영웅이라는 것이 히어로 무비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힘겨운 삶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모든 사람들

부모로 자식으로 형제자매로 그리고 친구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영웅인 것이다.

 

우리는 늘 영웅들과 만나고

영웅들과 헤어지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니 만나면 마음껏 반가워하고 

헤어져도 너무 슬퍼 말자.

떠난 사람은 분명히 또 만나게 되어 있음을 믿자

 

청명한 하늘에 오래전 옛 동료의 얼굴이 몇 지나갔다.

그래서 좀 감성적이었나 보다.

다행히 술 생각은 나지 않았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

 

오가는 인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상처받지 않으며 무덤덤한 우리가 되길 바란다.

내일도 빛날 당신의 하루의 건투를 빈다.

편안한 밤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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